어제 와이프와 왕십리 IMAX 3D로 '드래곤 길들이기'를 드디어 봤네요. 개인적으로 왕십리 IMAX 3D로 아바타도 봤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안경을 쓰니까 두근거리더군요. 드림웍스에서 야심차게 제작하여 평단에서도 좋은 평을 받고 영화 잡지와 입소문 등 대중의 호응으로 흥행도 하고 있는 애들영화, 내지는 가족 영화 되겠습니다.

모처럼 아내와 영화를 보는건데, 직업병일까요.. 영화를 보는 와중에도 자꾸 치아에 관련된 것들이 눈에 보여서 글을 쓰게 되네요. ^^



주인공은 바로 머리좋은 바이킹 소년인 주인공 '히컵'과 최강의 드래곤 종'나이트 퓨어리'의 '투쓰리스Toothless'입니다. 투쓰리스는 히컵이 던진 덫에 꼬리 날개(지느러미?)가 다치게 되어, 제대로 날지 못하게 되면서 히컵과의 인연을 시작하게 됩니다.

히컵이 투쓰리스의 이빨들이 없는 모습을 보고는 이름을 지어주는데, 사실 투쓰리스의 이빨은 뱀의 이빨처럼 조절할 수 있는 것이었죠.





이렇게 잇몸속으로 쏙 들어가서 잘 안보이던 이빨이..




확 드러내면 이렇게 보이지요. (그래도 귀엽다..아흑..ㅠㅠ)
 

그럼 과연 이렇게 이빨을 드러내고 숨기기를 조절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뱀의 두개골은 사람과 달리 각각의 뼈가 일종의 관절을 이루고 있어서 각각의 관절이 이렇게저렇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뱀이 자기 머리보다 큰 음식을 먹는 게 가능해지는 것도 이런 관절의 도움을 받아서입니다. 

특히 얼굴 부분의 머리뼈와 위 앞니들이 박혀있는 턱뼈가 관절을 이루면서 움직이는 것이 이채롭지요. (빨간색 C 화살표) 사람은 머리뼈와 위턱뼈가 하나로 붙어있습니다. 뱀에서 이 두 뼈가 관절을 이룸으로써 움직임을 허용하면서, 이미 물고 있는 먹이를 목구멍쪽으로 보내는 데 유리하게 되지요.

입안에서 입술에 가려서 별로 보이지 않던 이빨들이 이 부분의 관절을 움직임으로써 명확히 보였을 수는 있습니다만, 영화에서 묘사한 것 처럼 잇몸속에 들어가있던 이가 쏙 나오는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궁금증이 쉽게 해결이 안되니 좀 더 깊이 들어가봐야겠군요.



보통 영화나 만화 등에서 많이 봐온 송곳니가 쑤~욱 하고 나오는 독사들은 위 사진과 같은 골격을 가졌습니다. 주인공을 노리면서 천천히 다가와서 입을 쩍 벌리더니, 길다란 송곳니를 스~윽 드러내는 장면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런 뱀들은 독샘과 연결된 독을 품은 송곳니가 너무 길어서 뱀이 입을 다물수가 없기에, 송곳니와 연결된 턱뼈가 접었다 폈다하는 경첩운동을 하게 되지요.




이렇게 다물때는 턱과 평행하게 눕는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경우 길고 큰 송곳니가 누울 장소를 위한 빈 공간이 존재해야해서, 송곳니 뒤편으로 치아가 없는 공간, 즉 글자 그대로 'toothless gap'이 존재하게 됩니다.

와우.. 뭔가 투쓰리스의 이미지와 비슷하지요? 굉장히 흉포하고 공격적인 드래곤, 나이트 퓨어리. 입을 열면 치아가 없는 듯 하지만, 일단 송곳니를 드러내면 그래도 나 드래곤이야, 하는 존재감.

하지만 영화에서의 '투쓰리스'는 길다란 송곳니가 없으니, 또 모순이 생기는군요. 이가 전반적으로 가지런하게 고르지요. 어허..

아마 제 생각에는 원작자는 이런 뱀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투쓰리스'를 설정했을 수 있지만 드림웍스 사는 아이들 영화에 맞게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독니, 그것도 커다란 송곳니를 가진 귀여운 드래곤...은 좀 무리라고 판단하여, 송곳니를 빼버린 것일 듯 싶습니다. (오호라. 그런 의미에서의 'toothless'이려나? 하하)

뭐, 영화상에서 날지 못하는 드래곤은 거의 퇴물이다..는 식의 서술이 주인공이 보는 드래곤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책에 나왔던 것으로 보아, 실제 투쓰리스가 이빨이 있고/없고/조절가능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 영화에서는 은유적으로 날지못하는 이빨빠진 호랑이드래곤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쓰인 듯 합니다.

끄덕끄덕 재밌구만..하고 생각해보다보니, 한편으로 또 하나.. '이빨빠진 맹수'에 대한 이런 인식이 과연 바이킹 시대에도 있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학문적으로의 서술을 따지면, 1500년대 유스타키오관으로 친숙한 유스타키우스는 해부학, 비교해부학에서의 큰 족적 뿐만 아니라, 서양 최초의 치과해부학자로도 평가받고 있는데, 1563년 발간된 그의 '치아에 관한 소책자Libellus de dentibus'에도 치아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맹견猛犬에서 이가 빠질 때 위력을 잃는 점을 서술했다고 하네요.

그 이전의 자료에 대해서는 제가 더이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굳이 그런 학문적인 차원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동물들이 이빨, 특히 송곳니를 잃어버렸을 때 위력을 잃는다는 사실의 발견은 적어도 인류의 수렵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게다가 당시 인류도 여러 원인으로 이는 빠졌을 것이고, 자기 스스로도 이가 빠지면 스스로 씹을 때나 이 악물고 힘을 줄 때 등등 불편한 것을 그대로 느꼈을 테니 굳이 인류 역사에 수렵의 발견 이전에도 인식했을 수도 있지요.

그러니 바이킹 시대(790년대~1060년대)의 히컵이 '이빨빠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 자체가 역사적 오류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

한편 영화 초중반에, 바이킹 아이들의 스승이자, 히컵의 친구이자, 히컵 아버지의 전우로 나오는 '고버'가 히컵의 아버지와 술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캐릭터가 바로 고버..
 

여기서 고버가 해넣은 이가 빠져서 다시 위치시키고 맥주잔으로 박아넣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빨빠진' 고버로군요.




바로 위 사진에서 하나 툭 튀어나와있는 이빨이지요.

위치상으로는 아마 송곳니/작은 어금니 정도의 위치일 듯 싶고, 재료는 색으로 봐서는 돌처럼 보입니다만, 무엇인가의 뼈일 수도 있겠네요.
 

와우.

이건 대단한 장면입니다. 여러분은 임플란트의 역사의 한 단면을 보고 있으신 겁니다.^^
 
과거에는 구강 위생 관리가 쉽지 않아서, 충치, 치주질환등을 예방하고 관리하기가 어려웠지요. 게다가 지금은 신경치료나 보존치료 등으로 좀 더 쓸 수 있는 치아들도 그 당시에는 방법이 없었기에, 성인의 경우 치아를 발치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부분을 회복시켜주기 위한 고민이 계속되어왔습니다.

남아있는 주변의 치아에 금 철사 등으로 묶어서 위치시키는 등의 원시적인 형태의 치과 브릿지같은 약간은 에둘러서 여러 고민을 한 치료법 - 보철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가장 직관적이고도 확실한 접근인, 결손치 부위을 치아나 비슷한 다른 물체로 대치시키려는 생각도 그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1931년 혼듀라스Honduras에서 발굴된 아래턱뼈에서는 마야인들이 서기 600년 경에 아래앞니 3개를 조개껍질로 매식implantation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이 치과 골내 이물 매식endo-osseous alloplastic implant의 첫 case입니다.



http://www.paleodontology.com/fileadmin/user_upload/bulletin/bulletin_09-2/Vukovic_IAPO_Bulletin_09-2.pdf
(마야인들은 이렇게 치아를 장식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사람 몸에 관심많고 또 잘 다룬 사람들인듯..)

16세기에 이르러서는 유럽에서 자기의 빠진 이를 다시 제자리에 넣어 고정했다는 자가치아의 재식립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왕비 등 경제, 권력의 상위 계층이 하위 계층의 이를 뽑아 하려고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왕족, 귀족들 초상화에 입을 다 다문 미소인 이유가 있다고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상아 등의 동물뼈나, 나무 등이 치과 재료로 쓰이던 시절이다보니, 빠진 이와 유사한 다른 사람의 이를 해넣으려는 것은 당연한 시도였을테고, 당시에는 지금의 임플란트처럼 획기적인 신기술이었을 겁니다. 물론 결과야 그리 좋지 못했겠지요.

돌이든, 뼈든, 남의 치아든간에 그 당시의 이런 매식체들은 골과의 유착, 즉 단단한 결합이 안되었기 때문에 잇몸에 딱 붙어있지 못하고 자주 탈락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씹을 때의 그 역할도 제한적이었을 겁니다.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뒤통수만 때리면 자꾸 눈알이 빠지던 해적 만큼이나 뭐만 씹으면 자꾸 빠지는 고버의 이빨도 그 당시의 제한적인 치료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



그러니 수천년동안 이빨 빠져온 toothless인류의 아주 오래된 역사에서 자꾸 빠지던 조개껍데기에서 단단히  골유착되는 티타늄으로의 변화.. 그만큼 지금의 임플란트의 대중화는 인류 역사적으로도 획기적인 발전입니다.

조개껍데기만큼은 아니지만 물론 현재의 임플란트도 여러 한계점은 있지만, 워낙 현대 과학에 힙입어 맹렬한 기세로 계속 발전해나가는 중이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좋은 치과에서 좋은 치료받으시면 되겠습니다.^^
 
이상,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가족 영화를 와이프 손잡고 보면서 머릿속에서는 온통 치과생각에 여념없었던 얼척없는 치과의사되겠습니다.



ps. 이 영화, 아직 안보신 분들은 보시도록 권해드려요.

'투쓰리스'의 내숭과 애교가 조금 뻔하긴하지만, 그럼에도 어쩔수없이 너무 귀엽네요.

그나저나 드래곤 한마리 키우고 싶다는 와이프를 어찌해야하나...아흑..ㅠㅠ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