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0.18 금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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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낡은 틀니, 선뜻 바꾸시라고 말 못하는 이유



보철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틀니에 있어서 만큼은 어떤 치과의사보다도 자신 있었던 동료 원장에게, 80세 할아버님이 오셔서 20 여 년 전에 한 틀니가 헐거워 다시 만들기를 원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한 오랜 세월 동안 그 틀니는 부분부분 깨져있고, 때도 지글지글 끼어있고, 해져 닳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순간이 사실은 치과의사로서도 가장 곤란한 시간 중의 하나입니다. ㅠㅠ

왜냐하면 엄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치조골(잇몸 뼈)이 흡수되어 헐거워진 틀니는 다시 할 수 밖에 없지만,


틀니를 새로 하는 과정이 환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고역인지, 그 적응과정 또한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뜻 새로 다시 틀니를 하자는 말씀을 꺼내기 매우 힘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늙는 것도 서러운데,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틀니를 새로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오해하실까봐,


"아버님, 이 틀니가 이렇게 낡았어도 새로 틀니를 다시 만든 것 보다 더 편하실 거예요.
그동안 이 틀니에 적응이 되셔서 제가 아무리 잘 만들어 드려도 마음에 안 들어하실까봐 걱정이 됩니다.
구관이 명관이었단 말씀 나중에 후회하시면서 하실 텐데, 일단 아픈 부위에 염증 치료 좀 해드릴게요."
라고 말씀 드렸다고 합니다.

왜 치과의사는 할아버지의 헐거워진 틀니를 새로 만들기를 선뜻 권하지 못했을까요?


1. 문제는 적응입니다.
아무리 젊고 적응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틀니처럼 큰 덩어리를 입에 물고 익숙해지기 까지는 최소한 8주 이상이 걸립니다.
하물며 연세 드신 분들은 어떨까요? ㅠㅠ

게다가... 70세 이후의 노인들은 대체로
2. 구강점막은 외상에 취약하고 그 회복 속도 또한 젊은이들에 비해 매우 더딥니다.
3. 틀니와 구강점막 사이에 접착역할과 틀니표면의 윤활제 역할을 하는 침 분비가 감소됩니다.
4. 근육의 긴장도가 감소되어서 본인 고유의 치아 높이를 상실합니다.
5.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정확하게 표현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6. 저작활동 시 아래턱 움직임 같은 운동조화가 떨어집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결국 틀니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자녀분들이 동반하는 경우, 환자분과 보호자분 그리고 치과의사가 의기투합하여 서로의 긴밀한 협조 하에 시작을 한다면 그 과정이 비록 힘들더라도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지만,


그렇지 않고 원칙적이고 원론적인 설명 하에 뒷일을 고려치 않고 무턱대고 틀니를 시작했다가는...
치과의사를 향한 자녀분(보호자)들의 원성과,
틀니가 불편해 치과에 매일매일 오시는 어르신들의 수고로움,
그리고 빨리 해결해드리지 못하는 치과의사의 한계와 고민이 무한 반복되기도 합니다. ㅡ.ㅡ;;;;

위 할아버지와 같은 경우에는 새롭게 틀니를 다시 하는 방법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이장재(liner)라고 하여 말랑말랑하고 접착력이 있는 재료를 틀니 안에 덧대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것 역시 어디까지나 임시치료여서 2주 정도후면 그 이장재가 세균의 온상지가 되므로 다시 교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딱딱한 재료로 덧대는 방법도 있는데,
이런 경우 역시 한동안 새 틀니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잇몸에 상처가 나고 높이게 변화가 생겨
적응하는데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치과의사도 난감해 한답니다.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하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화'...
생로병사의 문제에서 여러 종교가 시작되었기에 어느 정도 가늠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일상에서 맞게 되는 '늙음'의 주제 역시 참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증가되는 노인인구를 위해 치과대학에는 '노인치과학'이란 과목도 예전부터 개설되어 왔었습니다.
아직은 무언가 획기적이고 실용적인 안은 없지만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공감과 이해
이 분야의 발전의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이 노력해야겠습니다.


달려라꼴찌  gnath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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