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임상연구를 설명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다.
살고 죽는 문제인데 임상연구가 웬 말이냐 생각하시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 치료의 역사는 잘 짜여진 임상연구에 의해 발전되었고 좋은 치료법이 만들어져 왔다. 이는 객관적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종양내과 의사들은 크고 작은 규모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임상연구를 하지 않고 가이드라인대로 표준 치료만 하면 훨씬 편하다.
환자에게 표준 치료만 설명해도 되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예전에는
'지금 내 병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무슨 나를 동물처럼 시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냐'는 식의 인식을 갖는 분이 많았는데,
환자들도 점차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기존에 입증된 표준 치료에 비해
우리가 추가/변화시키려고 하는 특정 치료방법이
표준 치료에 비해 우월한지 아닌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며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다.

임상시험은 1상, 2상, 3상 시험으로 진행하게 된다.
종양학 분야의 1상 임상시험은
표준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가능한 약제/치료방법이 없는 불응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신약 개발초기단계의 약들을 투여하는 시험이다.
아주 저용량부터 투여하기 시작하여
환자에게 독성이 나타나는 정도를 보면서 투약을 결정한다.

1상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암종, 용량이 결정되면
2상 임상연구를 하게 된다.
2상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환자 수는 수십 명 대.
이들을 대상으로 약의 효능을 평가하게 된다. 아주 확실한 약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이론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그리고 앞서 수행한 1상 임상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이 약이 치료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면 2상 연구를 진행한다.
2상 임상연구에서 결과가 잘 나오면 3상 임상연구를 하게 된다.

3상 임상연구는 대개 몇 백 몇 천 명의 환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이렇게 큰 규모의 연구를 장기간 추적관찰 하면서 끌고 가기에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돈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규모 연구는 돈 없는 개인 연구자나 의사가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3상 임상연구는 표준 치료에 비해 이 치료법이 얼마나 우세한지를 보는 연구이며
3상 연구에서 확실한 결과가 나오면 표준 치료법 자체가 바뀌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임상연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표준 치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표준 치료 비해 이 치료법이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를 말씀드린다.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다.
좋을 것이 확실하다면 바로 치료에 도입될 수 있겠지만, 어떤 약도 임상시험 없이 사람에게 투여할 수 없다.
암 치료의 역사는 끊임없는 임상시험의 역사를 통해 표준 치료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면
환자에게 이득이 있어야 한다.  
연구비를 많이 가진 제약회사가 진행하는 임상연구는  약제와 검사 등 모든 비용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것보다 영세한 규모의 임상연구는 검사비용만 제공하기도 한다.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에게 어떤 측면이든 이득이 있도록 임상연구를 설계하려고 한다.
임상연구의 설계와 계획은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특정 모니터링 기관(IRB)에서 심사를 받는다.
임상연구에 참여하게 되면
환자에게 주어지는 큰 장점 중 하나는 임상연구 간호사가 1:1로 환자와 매치되는 것이다.
치료 과정 중 발생하는 여러 소소한 문제들을 의료진과 직접 연락하여 해결할 수 있다.
다이렉트 콜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는 치료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직접 상담할 수 있다.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내원하시도록 안내하고
병원에 오시면 그 환자를 우선적으로 진료하게 된다.
임상연구에서 제도적으로 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연구에서 요구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성평가, 반응평가이다.
임상연구환자에 대해서는 이를 매우 꼼꼼하게 평가해야 하고
이러한 꼼꼼한 평가 과정이 장기적인 환자의 생존율 증가, 질 높은 진료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면 임상연구를 하지 않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그만큼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인가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되지만 -
임상연구간호사가 환자별 진료를 전격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임상연구 환자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다.
그러므로
본인의 조건에서 참여 가능한 임상연구가 있으면 참여하시는 것이
그냥 표준 치료보다는 더 나을 수 있음을 강조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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