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비인후과 실습중이다.
하는 일은 수술 방에 들어가거나 외래 참관을 하거나, 아니면 외래 밖의 테이블에서 남는 시간을 책과 씨름하는 척 하면서 시간보내기.

요즘 테이블에 앉으면 늘 나를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하얀 얼굴의 친구가 있다. 4개의 빠진 앞니를 그대로 드러내고 활짝 웃는 그 친구는 요즘 들어 피곤했는지 두 눈이 퀭해져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두 눈이 퀭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웃고 있는 그 친구가 안쓰러워서 눈이라도 가리고 다니라는 의미로 내 안경을 잠시 빌려주었다. 백골군의 긍정적인 태도를 본받고 싶었다.



안경을 빌려준 이 후 외래에 있던 인턴선생님과 1년차 선생님의 백골군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하여 급기야는 내 인기를 능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경을 도로 빼앗아 버렸다. 이보게,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실실 웃고 다니면 쓰나.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