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외과 실습돌던 시절.속눈썹이 풍성하지 않은 여자사람을 위한 "속눈썹 연장술"이 대중화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속눈썹 연장술이라는 것이 인조 눈썹을 한올한올 접착제로 붙이는 시술인데, 시술 당시에는 풍성하던 눈썹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하나 둘 씩 떨어지다가 어느 정도 탈락하게 되면 재시술을 한다고 한다. 갓 수능을 마치고 대학생이 된 기념으로 속눈썹 연장을 한 모 여학생이 있었다. 응급실에서 충수염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누웠다. 마취제로 인해 눈꺼풀이 자연적으로 일부 열리게 되는데 이 때 생기는 눈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개 반창고로 눈꺼풀이 열리지 않게 고정한다.무사히 수술이 끝나고, 반창고를 떼시던 마취과 교수님께서 다급하게 여자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간호사도 무언가를 가지러 간다며 잠깐 나가
의사로서 환자와 격리된 병실에서 마주하다보면, 환자로부터 일종의 언어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도 여러번 당해왔고, "일할 때는 상남자,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내 남자에게는 따뜻하겠지." 마인드로 그때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처해 왔으나, 내 주변의 간호사나 여자 인턴선생님들이 당하는 케이스를 보면 당장이라도 수액 전부 빼 버리고 경찰서 유치장에 넣어버리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보호자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면 "아픈 사람인데 선생님이 참아주세요." "죄송하지만 저 사람 성격은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국은 술자리에서의 뒷담화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퇴원 시키려고 한다.[caption id="" align="al
외과전공의에게 있어서 교수님의 존재는 곧 수술할 환자가 입원한다는 것.때문에 과 행사나 학회, 혹은 휴가는 교수님의 부재를 의미하고, 전공의에게는 로또 같은 휴식을 의미한다. 어느 날, 과 행사 및 교수님 휴가가 겹쳐 어느 전공의는 꿀맛같은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프가 아닌 일과시간 중 남는 시간에 외과 전공의는 무엇을 할까요?1. 수면피곤하면 일단 잠부터 잔다. 우리는 불면증이 무엇인지 모른다.저녁 7시에 잠깐 누웠는데 일어나보니 아침회진이더라......라는 에피소드는 흔하디 흔하다.2. TV시청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밀렸던 예능이나 드라마 시청개콘과 무한도전은 삶의 낙입니다. 3. 운동시간과 예산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예전에는 가성비가 뛰어난 헬스장을 운영하
앱등이는 아니지만 노트북을 문서작성 및 인터넷 검색 이외는 잘 안쓰다보니 맥북으로도 잘 살고 있는 중.인터넷 쇼핑은 그냥 모바일 결제를 하는 편이라 큰 불편은 못느낀다. 드디어 공인인증서 기간 만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윈도우가 필요하나 나에게는 없다.맥북을 쓰더라도 윈도우를 쓰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외과 의국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USB를 가지고 야심한 시각.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뱅킹 사이트로 들어간다. 일단 병원 컴퓨터는 느리다. 액티브x를 깔아야 한다. 설치하니 또 설치하라고 팝업이 뜬다. 또 설치 한다. 그리고
지원을 잘 안하더라도, 의대생에게 있어 외과실습은 인상적인(?) 실습 중 하나다. 기피과 전공의로서 병원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씩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몇가지를 모아보자면.....#1. 선생님은 왜 외과 지원하셨어요?원래 surgery쪽 생각했었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외과에 들어왔지.#2. 힘들지 않으세요?왜 사냐건 웃지요.#3. 언제부터 외과 하고 싶으셨어요?학생때부터.#4. 그만두고 싶으신적 없으세요?등록금 벌어야지.#5. 연애 할 시간 없죠?안생겨요#6. 하루에 몇시간 자요?그건 복불복 (1시간~6시간)#7. 적성
어쩌다 화장품을 사다보면 샘플을 준다. 대개는 유용하게 쓰는 편이지만 공짜로 받아도 쓰지도 못하는 샘플이 있는데 그건 바로 향수.매일 수술복에 가운을 걸치고 추레하게 다니는 상황에서 향수는 사치다.모 브랜드에서 레몬향이 나는 향수샘플을 받았다. 향이 오래가는 것도 아니고, 비염환자는 향기를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약해서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사실 존재를 잊고 있었다)어제 숙소 정리를 하다가 향수의 존재를 깨달은 나는,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요즘 유행한다는 아로마 디퓨저같이 개조(?)해 보기로 하였다. 외과의사 특유의(?) 단순함을 십분 발휘해서. (?)별 다른건 없었다. 그냥 뚜껑 열고 디퓨저의 기능을 할 막대기(?)는 없으니 병원에 넘쳐나는 거즈를 잘라서 돌돌 말아...가 아닌 그냥 손으
구름떼 같이 모인 사람들이 보신각에서 카운트를 외치며 신년맞이 종소리를 듣는반면, 어떤 전공의들은 그 시간에 중환자실에서 신년맞이 기계음(?)을 듣고 있다. 새벽 3시.1년차가 내기다시피 나간 덕분에 다시 차트를 잡았고 넘쳐나는 환자덕분에 반 좀비가 된 한 전공의가 있다. 응급실 내원 당시에 이미 패혈성 쇽 상태였고 수술방으로 올리고 보니 직장이 터져 한웅큼씩 응가를 퍼냈던 할머니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 시간까지 중환자실에 있었다. 수술 후 예상대로 패혈성 쇽에서 폐부종, 급성 신손상의 코스를 차례대로 밟아가고 있었다. 밤
봄, 가을은 바야흐로 학회시즌이다. 모든 서저리 파트가 가장 좋아하는(?) 마취과 학회를 비롯하여 여러 과들이 학회를 개최한다.외과 학회는 봄에는 서울이외의 타 도시에서 개최하느 추계학회는 늘 그렇듯이(?) 코엑스에서 개최하며, 현재 강남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3일간 개최된 학회 중 무려 이틀을 다녀오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비록 첫날은 새벽 4시까지 수술하느라 반 수면 상태에서 다녀왔지만말이다.학회는 만남과 득템의 공간이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다른 병원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다 청주성모에서 아웅다웅하던 모 외과 과장님을 만나 다음에 만나면 꼭 한우 꽃등심을 사주겠다는 굳은 약속을 받아낸 것을 시발점으로 부스를 다니며 수 많은 아이템을 득템했다. 아래 사진에 있는 아이템은 그 중 일
바이탈(Vital)을 다루는 과"에서 수련을 받다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사망진단서를 쓸 일이 생긴다. 외과의 경우 "말기암--> 다발성 장기부전" 혹은 "장천공/장 괴사 --> 패혈성 쇼크 --> 다발성 장기부전" "수술 후 합병증 --> 다발성 장기부전"의 코스를 밟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턴, 전공의 도합 3년 가량 의사생활을 하며 2달에 1건 정도 사망진단서를 쓴것 같다. 물론 그 외 여러 케이스들이 있지만 일단 내 경험에서는.중환자실 환자는 아기같은 존재다.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고 딴눈을 팔고 있으면 갑자기 안좋아지고, 옆에 붙어서 계속 보
드라마에서 보는 수술실은 엄숙하기 그지없다.뚜뚜뚜 거리는 모니터링 기계와 애정이 담긴 "당장 나가!!"라는 고성, 진지하게 인상쓰며 환자 상태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은 마치 등장인물에게 수술을 받으면 당장이라도 완치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현실은 어떨까. #1. 학구파환자 상태에 대해 토론하며 어시스트들과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며 수술을 진행하는 타입. 실습나온 학생이나 전공의에게 지식을 전달하려는 유형임. 가끔 폭풍질문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경우도 있다.#2. 나는 가수다교수님들 중에는 간혹 오페라나 가곡, 혹은 다른
수술이 다 끝나갈 무렵, 한 전공의는 "비만도와 수술료는 모름지기 비례해야 한다."고 툴툴거리며 배를 닫고 있었다. 두꺼운 뱃살과 싸우며 배를 닫던 전공의는 실이 끊어지면서 바늘에 손을 찔렸다. "앗..따거워!!"순간 정적이 흘렀다. "선생님. 이 환자 매독.......""나도 알아요. 흑흑"은 시절 매독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그 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지냈다고 했으나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법. 결국 감염관리실에 신고를 하고 나니 프로세스대로 채혈을 하고 응급의학과 선생님과 그 환자의 피검사 결과를 다시 확인하고 얻은 의견은 "꼭 맞아야 하는 적응증은 아니지만 일단은 찝찝하니......"일단은 찝찝하니 페니실린 주사를 맞으라고 한다.저렇게 생긴 약을 증류수에 녹이면 걸쭉한 흰 주사액이 완성된다. 피
2년차가 되고 수술방에 들어가게 되면서, 슬슬 충수절제술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처음부터 혼자 절개선 넣고 복강경 집어넣고 배 닫은 것이 총 5건.일반인들에게는 맹장수술로 알려져 있으며, 정식 수술명은 laparoscopic appendectomy (복강경하 충수 절제술) 이라고도 하지만 모든 단어를 줄여말하는 한국인 특성때문인지 병원에서는 통칭 "아뻬" 라고도 부른다.예시)"아뻬 몇개 했냐.""어제 터진 아뻬 하나 왔어.""1년차쌤. 아뻬 빨리 어레인지 해요."해석) 1년차야, 어서 아뻬 환자 입원장내고 동의서 받고 수술전 검사 챙기고 마취과 스케줄 올리고 수술방하고 수술시간 확정되면 연락해주겠니. 아뻬 수술은 대부분의 외과 전공의들이 처음으로 집도하는 수술이고, 일부 병원에서는 아뻬를 첫 집도한 전공
북해도에 가서 메이지 사의 초코송이를 사먹었다.지금 저 사진은 "절반 이상 먹고 배불러" 남기면서 찍은 사진이다. 한국의 초코송이야 한입거리에 앉아서 두 상자 쯤은 너끈히 먹는 필자지만, 감히 과자에서 질소를 뺀 무엄한 메이지사의 초코송이는 두번에 걸쳐 나눠먹을 정도로 양이 방대(?) 했다. 1달만에 월급에서 떼어나가는 주민세와 소득세가 많이 올라 가뜩이나 화가나는 마당에 굳이 국산을 애용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수입과자만 먹을테야. 공기중에 80% 가량 차지하는 질소를 굳이 돈주고 사랴.
간성 혼수상태에서 아내의 간을 받고 20일만에 깨어난 아저씨가 있었다.아저씨가 눈을 뜨던 날, 주말도 포기하고 20일동안 번갈아가며 중환자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던 우리는 감격에 겨워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그날 기뻐 미칠것 같은 나머지 중국집에서 밥을 먹었는지 병원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간이식을 받은 환자에게 필자가 있는 병원에서는
1. 추석 대목뇌사자 2명, 이로 인한 응급 신장 이식 수술 3건. 응급실 당직이라는 이유로 그 중의 절반을 들어갔다. 하루만에 이식만 3건이라니. 이는 필시 추석 대목이다. 불쌍한 혈관외과 펠로우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아직 2명의 전공의와 3명의 응당 인턴이 남아있사옵나이다.2.어느 교수님은 추석때 송편을 안드신다고 한다. 대신 가래떡은 드신다고 했다. 순진하게 “그럼 추석 때 떡국 드세요?” 라고 물어봤다가 내년 설날에 조상님들하고 나란히 제삿밥 먹을 뻔했다.3. 하루종일 수술방에 있다가 나오니 병동콜이 핸드폰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심드렁하게 읽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의 16층 당직실 창문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63빌딩에서 보는 것 만큼 훌륭하지 않겠지만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남향인데데다, 16층 당직실 공간에서 여자 샤워실을 쓰는 사람은 사실상 나 혼자다. 환기도 잘 되는 편이어서 비좁은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쾌적한 당직실이다. 어차피 열심히 돈을 벌어도 집을 살 때면 또 집값이 오를 예정(?)이기 때문에 평생 강남에서 사는 것과는 인연이 없을 나에게 있어서 이 당직실은 소중한 공간이다. 그러나 당직실도 단점이 있다. 취사가 불가능하여 스팸을 구워먹을 수 없고, 냉장고도 없어 과일이나 시원한 음료수, 맥주,를 마실수도 없으며 병원 앞 백화점 식품매장의 세일품목들을 쟁여놓고 먹을 수도 없다. 병원 구내식당도 별로거니와 밤 9시가 넘어가면 그 마
소비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드라마에서 상속녀들이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들고 다니는것은 보면, 멍멍이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옛말이 참으로 적절하게 들린다. 화려한 내공덕분에 "같이 일하기 싫어하는 전공의 베스트"에 속하는 어느 외과 2년차 전공의는 한달에 한번, 이제는 1달 반에 1번 즐거운 마음으로 신용카드를 긁는다. 아무때나 할 수 없는 이 즐거운 소비의 목적은 바로 자동차에 기름넣기.한달에 4번정도 병원 밖을 나가다보니 운전할 일이 거의 없다. 효율적인 연비를 위해 30 리터만 주유하는 습관을 들였건만 그 마저도 한달에
응급실 당직을 서는 어느 날, 장마비 환자가 왔다며 콜이 왔다. 내려가서 환자를 보는데 심상치 않다. 지저분하고 가족도 없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노숙자였다. 5일전부터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괜찮아지겠거니 하며 그냥 지냈다고 한다. 이 환자가 병원비를 낼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원칙대로 CT를 찍고 사진을 보는데 소아과에서 보던 장 중첩증을 시사하는 도너츠 모양이 대장에서 보인다. 이상해서 영상의학과 당직에게 판독을 맡기니 대장에 장 중첩증이 생겼다고 한다.
눈은 신기하다.눈꽃빙수의 얼음보다 더 고운 얼음가루가 하늘로부터 흩뿌려진다는 것이 신비롭다. 눈은 응급실 당직을 서는 나에게 있어서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눈이 오고 날이 추워지고, 녹은 눈이 꽁꽁 얼었는데 거기에 또 눈이 쌓이면 어지간히 아픈 사람이 아니고서야 밤에 응급실에 오지 않는다. 눈을 뚫고 살얼음이 깔린 길을 뚫고 오는 환자들은 대개 중환이다. 얼빵(위궤양천공)이나 대장천공은 기본 옵션에 중요한 기저질환은 1+1으로 가지고 있고 아스피린 복용은 선택사양으로 탑재된 환자
몸 담고 있는 수련병원의 트레이닝 시스템 상, 외과 1년차가 수술방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어느 날, 응급실에서 충수돌기염 환자, 그러니까 아뻬환자를 수술방으로 올렸다. 그러나 그 수술에 들어가야 할 당직 인턴선생님은 다른 수술에 들어가 있었고, 덕분에 응급실 당직이 아니었던 내가 수술방에 들어가야 했다. 마취과에서 마취를 걸고, 소독을 하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당직 펠로우 선생님한테 전화를 건다. "준비 다 됐습니다."이윽고 당직 펠로우 선생님, 그러니까 우리파트 펠로우 선생님이 들어와서 트로카로 구멍을 뚫고 나는 scope을 잡았다. 순식간에 아뻬를 찾은 선생님은 갑자기 "이게 동맥이니까 이것만 잘 지혈하면서 잘라내면 되고.....그냥 네가 잡아봐."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덧 내 두손에는 복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