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재발된 유방암
지금은 폐, 뼈로 전이된 상태의 환자..

원래 HER2 양성 유방암이었는데
처음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하던 당시에는
수술 후에 허셉틴을 사용하는 치료가 보험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보험으로 인정되지 않으니 100% 약값을 환자가 다 내겠다고 해도, 그런 진료는 불법진료로 규정되어 있다. 일부 환자는 일단 자기가 약값을 내고 치료를 다 받은 후 심평원에 병원의 과잉진료로 민원을 제기한다. 불법진료를 했기 때문에 병원이 약값을 다 환불해야 한다. 결국 환자는 공짜로 치료받고 손해는 병원이 감당하는 사례가 아주 적지는 않다.)

환자는 이번 재발 후 허셉틴과 탁소젤을 근간으로 하는 임상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탁소텔을 맞자마자 전신 근육통이 심하게 왔다.
뼈로 전이된 부분의 통증이 겹쳐져서
환자는 고통스럽고 힘들어 하셨다.

첫 번째 주기를 시작할 때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탁소텔을 쓰면서 의례적으로 처방하는 진통제를 같이 처방하였다. 그런데 환자에게 이 약은 별로 효과가 없으셨나 보다.

두 번째 주기에는 진통제를 증량하였다. 약간 나은 거 같은데 그래도 많이 아프고 힘들다고 하셨다.
환자는 계속 징징징. 항암제 하기 싫어요. 꼭 해야 하나요. 어차피 완치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아프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에요.

세 번째 주기 때 진통제 종류를 아예 바꾸었다.
그리고는 환자가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제 아프지 않으니까
집에 있으면 자기 암환자 같지 않다는 것이다.
병원에 와서 다른 환자보고, 항암제라는 걸 맞으니까 암환자라고 생각하지,
일상생활 잘 하고 동네 마실 다니고 식사도 잘 하시고 불편함이 거의 없으시다는 것이다.
올레~~

환자 개별에게 딱 맞는 약을 찾아 변경, 조절하는 게 사실 늘 이렇게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외래에서 환자의 불편감, 투정을 들으며
괴로움에 머리를 쥐어뜯다가 조마조마하며 약을 바꿨는데
이렇게 환자의 반응이 아주 좋을 때, 의사로서 기분 최고다.

그리고
아무리 병이 있어도
몸이 아프지 않으면 활동력도 좋아지고
쓸데없는 생각을 안하게 되니 마음도 건강해진다.
통증은 제5의 생체 활력징후라고 하였다. 혈압, 맥박, 체온처럼, 그 사람의 활력징후를 의미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중요하게 관리되고 조절되어야 하는 지표이다. 서로가 쉬쉬해서 그렇지 사실 암환자들 중에는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사람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염관리, QI, 안전관리 이런 파트가 병원 내에 있는 것처럼,
통증관리(원인이 암이든 아니든)가 병원 운영의 중요한 철학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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