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암학회 발표가 있어서
준비를 하느라 뒤늦게 차트를 뒤지며 자료를 보완중이다.
우리병원 단일기관에서 진행 중인
수술 전 항암요법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던 환자들의 자료들을 다시 보고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연구라
내가 대부분 임상연구를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던 환자들
그리고 외래에서 울고 웃고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환자들
그 환자들 중에 누가 빈혈이 생겼고
누구는 패혈성 쇼크로 고생하고
누구는 간염이 재발해서 임상연구에서 탈락하고
누구는 수술결과가 좋고
누구는 중간에 재발하고
그들의 표정,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임상연구간호사가 치료 중 발생하는 온갖 이벤트에 대해 잘 정리해 두었다.
항암치료 중에는 독성평가가 매우 중요한데
특정 항암제의 독성을 잘 알고 있어야 다른 약과의 병용요법을 고려할 때도, 다른 세팅, 다른 환자에 적용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정작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 본인에게도
매번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미리 정해둔 원칙에 따라 용량을 감량하는 치료를 하니 치료가 아주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임상연구가 아닐 경우에 의사 개인의 판단이 다소 주관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특별히 신약이 투여되는 임상연구가 아니더라도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환자가 관리가 엄격하게 되고
환자에 대한 치료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서
예후가 좋아진다.
임상연구간호사가 핸드폰 번호를 주기 때문에
환자가 무슨 일이 생길 때 직접 바로 연락할 수 있고
의료진과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높다.
갖가지 사건들이 수시로 보고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이득이 될 수 있다.

임상연구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서는 좋아졌지만
그리고 임상연구 진행에 대해서도 점점 더 타이트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어
윤리적 문제를 보다 중요시여기고 있는데도
아직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 나를 실험실 쥐 취급하는 거냐며 역정 내는 환자들이 여전히 있다.

외래나 입원 시 임상연구를 설명할 때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연구담당자에게 부담도 많다.
그냥 표준 치료를 설명하고 진행하면 간단할 문제를
여러 각도로 환자 눈높이에 맞게 임상연구를 설명하는 일이 사실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종양학 분야에서는 -사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
윤리적 원칙을 고수하며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 옵션 중의 하나이다.
그렇게 정확하고 잘 짜여진 연구들이 모여
보다 나은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고, 치료지침을 발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암학회처럼 큰 학회에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이 연구에 참여해주신 환자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말이 있다.
나도
우리 병원에서 진행되는 많은 임상연구에 참여하신 환자분들께 늘 감사하다.
임상연구이기 때문에 갖는 위험성, 부담에 대해 동의하고 참여해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 환자들에 대한 진료에 신경을 쓰고,
좋은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종양내과 의사로서 환자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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