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Why]비아그라, 홍삼에 손님 다 뺏기고, 한의사는 웁니다.

'돈줄'이던 보약시장 수요 대이동 이 와중에 한의사 숫자는 늘고…  2000년 8000명 수준이던 한의사 숫자는 현재 2만명으로 늘었다. 반면 시장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 한의업계의 솔직한 고백이다. 비아그라의 등장과 홍삼제품의 대중화 때문이다. (기사 중 일부 발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음양오행의 동양철학에 기반을 둔 한의학과 그를 바탕으로 한 한약 제품을 쉽게 '사겠다' 결정할 현대인은 앞으로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비자의 의식이 합리적, 과학적으로 변하면 한의학이 설 수 있는 기반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지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말이죠..

문제는 이런 소비자의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또는 우리만의 고유한(?) 의술이기 때문에 세금을 써서라도 발전시키자고 주장하는 위정자들입니다.

얼마 전, 평생 처음으로 종합검진을 하신 30대 후반 남자분이 계셨습니다. 본인은 건강을 자신하고 있었지만, 간 기능의 이상에 C형간염이 발견되었습니다. 지금으로써는 유일한 치료법인 (인터페론 + 라바비린)의 투여를 권유하였지요.

한동안 안 보여서 걱정스러웠는데 최근에 다시 오셨습니다. 그 동안 어느 한의원에서 C형간염의 치료로 한약을 3개월간 드시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환자 말에 따르면 그 한의사가 C형간염 치료를 "장담" 했답니다. 그러면서 3개월간 한약을 먹고 다시 검사하라는 군요.

그렇게 호언장담하니 환자 입장에서는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제가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 있을리 없다. 빨리 치료하자.'고 했지만... 결국에 설득엔 실패했습니다. 요즘에는 현대의학의 난치 영역을 한의사들이 나서서 '치료를 장담'하며 환자를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한의학적 치료가 전세계 어디에서든 객관적인 효과를 인정 받으면 좋으련만, 실은 우리 나라에서만 허용(?)되는 일입니다.

법적으로 이미 한의사가 정식 의료인으로 인정되고 있고 한의학에 대한 정서적인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보건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처럼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을 덜 받게되면서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활로를 찾기위해 과거에는 한의사들이 진료하지 않았던 영역(난치병, 미용, 성형)까지 나서서 적극적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고 또 정부나 위정자들은 복잡한 이유로 세금까지 투여해 발전시키자고 하고 있어 당분간 소비자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이제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리고 의료일원화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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