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피알’은 의료정론지 〈청년의사〉에 연재됐던 시사 풍자만화 ‘카툰’이다. 무려 20년 동안 실렸다. 이 연재 만화가 《청년의사 남기남의 슬기로운 병원생활》(1‧2권) 단행본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다. 의료전문지에 연재된 만화로 진지하고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 책은 자타공인 개그에 진심인 의사가 구성한 스토리를 전문 만화가가 그림으로 옮겨 만들었다. 리얼함으로 보자면 웬만한 메디컬 드라마는 명함도 못 낼 수준인데 그래서 더 재밌고 그래서 더 웃프다.청년 의사 ‘남기남’의 일상을 토대로 의사들의 다채로운 병원생활을 엿볼
인간의 중년기는 사회‧경제적 힘이 최고점을 찍는 시기이다. 하지만 동시에 최고점을 찍고 직장이나 사회에서 서서히 밀려나는 느낌을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중년기에 성공과 성취를 경험하지만 한편으로 여러 좌절과 혼란 그리고 불안과 우울도 경험한다. 중년기는 젊음의 열망과 중년의 현실 한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시기다. 중년 남자들은 겉으로 과시적이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직장과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쓸모없어져 버려질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여전히 많은 삶의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가 어린 시절에 성장을 멈춘다고 여겼다. 하지만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의 뇌 발달 역시 평생 뇌 기능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밝혀졌다. 기초적인 자아감은 형성되지만, 그 이후 한 단계 더 나아간 자아감 성장, 즉 자기 정체성의 발달은 사춘기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청소년기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극심한 자아감 변화를 경험한다. 물론 이보다 어린아이들에게도 자아감은 있다. 기본적인 자아감은 생애 초기에 형성된다. 그러나 자기 정체성의 발달은 청소년기의 전부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이 책은 기억의 불완전성과 중요성에 대해 동시에 강조한다. 우리 기억(뇌)은 오감을 통해 인지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오히려 뇌는 최대한 망각시키려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은 본인만이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누적된 특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뇌의 중추적인 기능이다. 중요한 기억의 형성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뇌를 일종의 신비한 블랙박스, 즉 마음과 생각을 만들어내고 필요에 따라 의식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정교한 컨트롤 타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퀴로 교수의 연구
2022년 1월 14일, 어떤 이의 죽음이 알려졌다. 스웨덴 전역에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향년 60세.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그의 말년은 고통스럽고 눈부신 것이었다. 그전에도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평화로 이끌었던 스승이었던 그는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매 순간에 몰두했다. 가장 깊은 친절을 베풀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갔다. 어두운 생각이 몰려올 때도 늘 평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던 그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
건양의료재단 김안과병원은 1962년 서울 영등포에서 문을 열었다. 올해 개원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이사장 겸 건양대학교 명예총장인 명곡 김희수(95) 박사가 인생 어록집 《나이를 먹어서야 시의 마음을 알게 되었네》를 펴냈다. 이 책에는 구순(九旬)을 넘어서 배우기 시작한 그림과 글씨를 곁들여 인생의 지혜를 담담하게 풀어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김희수 이사장은 세브란스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거쳐 1962년 김안과병원을 설립, 국내 최대 규모의 안과병원으로 키웠다. 김희수 이사장은 안과의사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도 들고 돈도 벌고 어른 구실을 하는데도 어른이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 세대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겨줬기 때문일 수 있다. 그동안 부모가 너무 많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스스로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자랐든,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시작은 ‘실망시킬 용기’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10대에 가장이 된 카일은 어린 동생을 뒤로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대
한평생 살며 누구나 암이라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맞닿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 순간 절망하고 막막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병원에서 알려주는 여러 처방과 항암치료에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만다. 왜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는지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였는지 골똘히 생각해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은 없고 몸과 마음은 더욱 황폐해진다. 33년 동안 암 전문, 외과의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최명숙 원장은 이 책 《암을 넘어, ‘살림’으로》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공부하면서 터득한 다양한 자연 치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2015년 하반기 한국 사회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한편에서는 ‘개혁’을 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개악’이라고 반발한다.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변경, 일반 해고, 기간제 기한 연장 등 핵심 현안을 두고 입장이 엇갈린다. 노동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정치권의 공방은 노동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또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진짜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가? 최근 논란은 일하는 이들의 행복한 노동, 행복한 삶의 문제에 얼마만큼 닿아 있는가?한국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우리는 익숙한 단어나 오랫동안 외우고 있던 비밀번호와 계좌번호 등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을 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섣불리 ‘치매’를 염려하곤 한다. 이때 치매는 실제 질병이라기보다는 현대인의 ‘기억 강박’이 불러온 일종의 환상통에 가깝다. 이 책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의 저자는 “나는 기억 전문가이지만 내가 듣는 이야기는 모두 망각에 관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제는 그러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병적 망각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에 관해 불평한다는 점이다.지금까지 망각은 그저 기억의 반대 항으로서 기억 체계의 결
갑자기 시국이 나빠져서, 어쩌다 건강 문제가 생겨서, 뜻하지 않게 일이 풀리지 않는다. 안 좋은 일들은 약속한 것처럼 한꺼번에 덮쳐온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껴 완전히 질려버리기도 한다.좋은 인연을 만나는 건 우직하게 버틴 사람이다. 얕은꾀를 쓰면서 태도를 바꾸지 않고, 때가 묻어도 타락하지 않고, 자기 도리를 지킨 사람이 결국에는 좋은 인연을 만난다. 일도 마찬가지다. 당장 잘 풀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견디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계속해서 방법을 찾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끝내 작은 실
태초의 인류는 걸어서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나아갔고 유라시아의 넓은 땅으로 건너가 결국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그리고 오스트랄라시아까지 넓게 향해 나갔다. 저자는 인류가 함께 걸으며 이동할 수 있던 이유를 이상(理想)에서 찾았다. 인류는 나눠 먹을 음식을 찾으려 사회적 메시지 전달을 위해, 나와 타인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려 함께 있는 게 행복해서 등 공동의 이상을 기반으로 ‘사회적 걷기’를 실천했다.우리는 걷기가 자연스럽다. 한발 그리고 그 앞에 다른 발을 그렇게도 확실하게, 규칙적으로, 리듬감 있게 내디딘다. 자연선
우리는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상대방을 염두에 둔다. 그리하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사랑에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아닌 ‘자기에 대한 사랑’도 있다. 자기를 진실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자기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처럼 행복에 필수적인 조건은 없다. 문제는 비현실적으로 자기를 과대평가하거나 타인에게도 무한정 받아주기를 원해서 결국 자신과 남을 피곤하게 할 때 발생한다.흔히 우리가 ‘이렇게 느껴서는 안돼’ 또는 ‘기운을 내기 위해 생각을 바꿔야 해’라는 따위
디지털은 혁명에 가깝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과연 디지털 시대에 우리 비즈니스는 그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가? 보수적이고 아날로그적일 것만 같았던 헬스케어 분야에도 디지털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마케팅 전문가 그룹이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해 디지털 시대 마케팅 지침서 《헬스케어 디지털 마케팅 가이드》를 출간했다. 헬스케어 산업은 전통적으로 마케팅 활동과 관련 제약이 많은 산업군이었다. 그동안 전문가 중심의 직접 마케팅이 대세였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전환기
18세기 중반 출간된 해부학 책은 여성의 골격을 작은 두개골과 넓은 골반이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지능이 낮고, 출산의 임무가 부과된 존재인 당대 여성의 이미지를 신체의 특징으로 강조한 것이다. 과학계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 받은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동료와 동등한 공동 연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노벨물리학상 후보에서도 제외될 뻔했다. 과학의 역사 속에서 여성은 과학자로도, 과학의 연구 대상으로도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과학과 적대하며 살아야 할까?비판만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유럽 구석기인들은 대부분 동물성식품을 섭취했다고 퍼진 믿음과는 정반대로, 이태리와 러시아‧체코의 구석기시대 유적지에서 곡물을 갈아서 먹는 도구들이 발견됐다. 곡물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었다는 이러한 유물들은, 유럽에서 3만년 훨씬 이전부터 인류가 녹말을 섭취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최근 모잠비크와 아프리카 동해안에서는 무려 10만 년 전부터 수수로 음식을 해 먹었다는 흔적도 발견됐다.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된다는 경고메시지는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다. 인간이 아무리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신체에 저장되는 양은 아주 하찮을 정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끝나기도 전에 ‘원숭이두창’(Monkeypox) 감염 확진자가 20여 개국에서 200건 이상 확인되고 있다. 천연두 백신으로 85% 예방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2년여간 팬데믹을 겪은 사람들은 ‘제2의 코로나’가 온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한마디로 문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책 19~20쪽)빌 게이츠가 각국 코로나 팬데믹 대응을 돌이켜보며 내린 평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뿐 아니라,
“용감하게 시작해본다. 나 비건 되어야겠어!”이 책 《나의 비건 분투기》기 작가는 어느 날 한 책을 만나게 된다. 존 맥두걸 박사의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이 책을 만나 우리가 당연히 여기던 잡식에 대한 상식에 의문을 품게 된다. 차근차근 책과 신문‧다큐멘터리 등을 찾아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작가가 운동하면서 근육을 얻으려고 꼬박꼬박 챙겨 먹었던 닭가슴살과 고기들이 오히려 건강을 더 해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식탁에 올라와 있는 고깃덩어리들은 처음부터 고기가 아니라 살아 숨 쉬던 생명이었음을 깨달았다. 게다가 그 생명이 생산성
세상의 순위를 보여주는 비즈니스 사이트 ‘링크드인’(Linked In)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의 노동 만족도는 1위였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국토 면적도 작다. 인구수도 적지만 세계경쟁력 순위는 4위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 지수는 5위다. 더욱이 석유회사 셸(Shell)과 ING은행‧유니레버(Unilever)‧필립스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발전은 기적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기적을 이루게 해준 숨은 원동력은 무엇일까.네덜란드 사람들은 삶을 열렬히 사랑한다. 일은 그들에게 삶의
한 나라의 청소년들이 학업 성적이라는 잣대 위에서는 많이 뒤쳐져 있다. 하지만, 학교 폭력과 원치 않던 임신, 성병‧낙태‧음주‧대마초‧비만 그리고 불행지수 면에서는 세계 선두권에 있을 때, 우리는 누구나 그 나라가 청소년을 교육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수많은 미국 청소년들이 학교생활에 힘들어하거나 정서‧행동 문제로 고통받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청소년 교육에 대한 현재의 접근 방식은 청소년에 대한 몰이해‧불확실함, 그리고 모순의 혼합물일 뿐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실제 그들의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