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ticsMode 김아랑 대표

20214월 기준 미국의 유전상담사 수는 5,629명이다 (2022 NSGC PSS Executive Summary). 내가 유학을 떠나오던 2012년에는 약 3,000여명이었는데, 10년만에 거의 2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백인 여성이다. 2022 NSGC(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에서 시행한 Professional Status Survey (PSS)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유전상담사는 89%가 백인, 9%가 아시아인, 히스패닉이 3%, 중동 혹은 북아프리카 사람이 2%, 흑인이 1%, 그 외 1%정도로 보고됐다 (multi-ethnicity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 이 수치를 합치면 100%가 넘는다). 자신을 여성이라고 보고한 사람은 93%, 남성은 5%였는데 그 외에는 답변을 거부한 사람, 트랜스젠더, 성별이 없다고 보고한 사람, 한쪽 성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고 보고한 사람, 자신의 성별을 모르겠다고 보고한 사람 등 다양한 답변이 있었다.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역시 미국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별에 대한 질문 하나도 태어날 때 부여 받은 성()은 무엇인지, 자신의 성을 현재 어떻게 규정하는지 등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듦으로써 다양성을 응원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학을 준비할 당시, 한국에는 유전상담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정보를 얻고자 NSGC (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 학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그때가 2010년이었는데, 학회에 참석한 1000여명의 유전상담사 중 남자 유전상담사가 9명 참석했다며 박수를 쳤던 적이 있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아직까지 유전상담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한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미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유럽계 백인이고 상담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여성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백인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차별이라거나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소수혹은 약자에 속한 사람들이 똑같은 기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현재는 그에 발맞춰 인종도 다양하게, 성별도 다양하게 규정하는 사람들을 차별없이 유전상담사로 양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전상담사가 되려면 ACGC(Accreditation Council for Genetic Counseling)에서 인증하는 북미의 유전상담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ABGC(American Board of Genetic Counseling)에서 시행하는 유전상담사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자격 시험에 통과한 사람만 “Certified Genetic Counselor (CGC)”라는 타이틀을 얻고 유전상담사로 일을 할 수 있다. 유전상담사 자격증 외에 주(州)에서 발급하는 license라는 것도 있다. License가 있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로는 주(州)정부에서 유전상담사가 아닌 사람들이 유전상담사로 일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 주에 살며 세금을 내는 주민들이 잘못된 서비스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목적이 있다.

미국의 유전상담사는 항상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학원의 수도 늘리고 각 대학원마다 받을 수 있는 인원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날로 발전해가는 유전자 검사 기술과 넘쳐나는 유전정보들로 인해 유전상담사의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때가 유전상담사로 일하기 정말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전상담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유전상담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한다. 2022 NSGC PSS에 의하면 전통적인 방식의 유전상담인 환자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유전상담사는 51% (direct patient care), 환자 상담을 하지 않고 유전자 검사 회사, 보험회사, 정부 기관, 연구 기관, 교육 기관 등에서 일하는 유전상담사는 27% (non-direct patient care), 이 두 가지를 모두 하는 유전상담사는 22% (mixed patient care)로 집계됐다. 비전통적인 방식의 유전상담을 하던 유전상담사들의 비율이 약 10년 전 10%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굉장히 많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유전상담사들의 역량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환자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유전상담사들은 대학병원, 중소병원, 국군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는데, 대개의 경우 자신의 specialty를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Specialty를 갖도록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특정 분야에서 오래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specialty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클리닉들이 있어 가능하다. 산전진단, 고위험산모 클리닉, 소아/성인 유전학 (심장의학, 신경의학, 정신의학, 이비인후과, 내분비대사 등), 특수 클리닉 (22q11.2 deletion clinic, Noonan syndrome clinic, craniofacial clinic, Huntington clinic, epilepsy clinic ), 유전성 암 클리닉 등이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비전통적인 방식의 유전상담을 하는 유전상담사들은 앞서 나열한 기관 중에서도 유전자 검사 회사에 주로 소속되어 있는데, 마케팅, 세일즈, customer service, 유전상담팀 등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컨설턴트로 일을 하기도 한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유전상담사들이 medical professional로 분류되어 환자를 직접 상담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유전상담사들 중에서 고객 병원의 환자들에게 유전상담을 제공하는 업무를 하기도 한다.

유전상담 분야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유전상담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해 획일적으로 나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는 산전진단, 소아/성인 유전학, 유전자검사 회사에서 일하는 유전상담사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써보려 한다. 유전상담 분야에 대해 꼭 알고 싶거나 궁금했던 내용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시길.

김아랑 GeneticsMode 대표
김아랑 GeneticsMode 대표

김아랑 GeneticsMode 대표는 University of Cincinnati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5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Genetics Center, UCLA Pediatrics Genetics, Sema4 등 다양한 곳에서 산전진단 및 소아 및 성인 유전상담사로 근무했다. UCLA Pediatrics Genetics에서는 NIH 펀딩을 받는 대사질환 연구 코디네이터로도 일 했다. 현재는 미국에 GeneticsMode라는 온라인 유전상담 및 유전상담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전상담학을 가르치며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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