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팀, 비후성심근증과 정신질환 발생위험 연관성 밝혀
진단 뒤 기분장애·불안장애·신체화장애 등 정신질환 발생 위험 증가
"진단 직후 정신질환 위험 가장 높아"...진단 후 1년까지 특별 주의를

왼쪽부터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윤제연 교수·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왼쪽부터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윤제연 교수·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유전성 희귀질환인 비후성심근증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72% 높다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의 연구로 처음으로 밝혀졌다. 

비후성심근증(비대성심근병증)은 유전적으로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희귀질환이다. 연간 사망률 1%로 비교적 예후가 좋지만 부정맥을 일으켜 급사할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비후성심근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껏 비후성심근증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정확히 연구된 바는 없었다.

그래픽=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은 이 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박준빈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윤제연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0~2016년 비후성심근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4,046명과 성향-점수 매칭을 통해 선택된 일반그룹 1만2,138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기분장애, 불안장애, 스트레스장애, 신체화장애) 발생 위험을 4.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8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비후성심근증 환자그룹의 전체적인 정신질환 발생위험은 일반그룹보다 1.72배였다. 기분장애, 불안장애, 스트레스장애, 신체화장애로 구분해 각각 분석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비후성심근증 환자그룹의 기분장애(우울증, 조울증 같은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정신장애) 발생위험은 일반그룹에 비해 1.74배, 불안장애·스트레스장애·신체화장애(내과적 원인 없이 신체적 이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정신장애) 발생위험은 1.81배였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비후성심근증 진단 후 시기별로 구분해 정신질환 발생위험을 분석했다. 환자군의 정신질환 발생위험은 진단 후 ▲1개월 미만 ▲1개월 이상~1년 미만 각각 3.07배, 2.28배로 특히 높았다. ▲1년 이상~3년 미만 ▲3년 이상에서는 각각 2.09배, 1.26배였다.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정신질환 발생위험은 비후성심근증 진단 직후 가장 높았다. 환자의 정신건강은 약물 순응도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후성심근증 진단 직후부터 1년 동안은 정신건강 관리 측면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연령과 고혈압 여부 등에 대한 하위 집단 분석을 실시해 '진단 시 60세 미만인 경우'와 '고혈압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 일반그룹에 비해 정신질환 발생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형관 교수는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진료에서는 포괄적인 임상 평가가 필요한데, 내과 진료에서 정신건강을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고위험 환자를 적절한 시기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이번 연구는 정신질환 발생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와 하위 집단을 제시했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박준빈 교수는 “그동안 정신질환 동반 위험성이 여러 차례 보고됐던 다른 심혈관질환과 달리 비후성심근증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었다”며 “다학제 연구를 통해 이를 규명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윤제연 교수는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대상으로 정신과적 질환 평가 및 관리의 유용성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까지 이뤄진다면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유럽예방심장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