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김지원 교수팀, 치료 어려운 '담낭암' 기원 밝혀
다양한 돌연변이 세포군집 간 경쟁…적자생존 원칙결과 암 발병
종양 세포군집 시공간 변화 추적해 표적항암제 사용하면 효과↑

다윈이 진화론에서 밝힌 ‘적자생존 원칙’에 따라 다양한 돌연변이 세포군집이 경쟁 과정을 거쳐 담낭암이 발병·전이된다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서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강민수 교수·병리과 나희영 교수·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안수민 교수 연구팀이 정상 담낭 상피 세포가 전암성 병변을 거쳐 원발 담낭암, 전이성 담낭암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이같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8일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원·강민수·나희영 교수&삼성서울병원 안수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김지원·강민수·나희영 교수&삼성서울병원 안수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담낭(쓸개)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쓸개즙을 농축·저장하는 주머니다. 담낭에서 생기는 암세포의 덩어리인 담낭암은 전세계 평균 발병률이 암 중에서 20위로 낮지만 한국은 다발암 8위에 꼽히며 태국, 중국,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도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당남암은 췌장암과 더불어 상당수가 진행된 후 발견되기에 완치가 쉽지 않은 암이다.

김지원 교수팀은 전이성 담낭암으로 사망한 환자 2명을 신속 부검해 다수의 정상조직, 전암성 병변, 원발암 및 전이암 병변을 확보해 연구를 시작했으며, 담낭암 환자 9명을 추가로 분석해 담낭암의 발병과 전이 과정에 대해 심도있게 파고 들었다.

연구 결과, 암 전단계인 전암성 병변에서부터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가 매우 다양했다. 하나의 전암성 병변은 병변을 이루는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에 따라 여러 개의 세포군집(클론)으로 구성되는데, 클론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이긴 클론이 선택되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자생존 원칙’ 또는 ‘선택적 싹쓸이’ 과정을 거치면서 원발암으로 진화했다.

담낭에 다양한 클론들이 섞여 있다가, 주황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간으로, 파란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폐로, 초록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복막으로 간다. 그래픽=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담낭에 다양한 클론들이 섞여 있다가, 주황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간으로, 파란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폐로, 초록색 클론이 이긴 암세포는 복막으로 간다. 그래픽=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이렇게 진화된 원발암을 구성하는 클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돌연변이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여러 개의 클론으로 진화하며, 이후 경쟁을 통해 이긴 클론이 선택되고 그 중 일부가 다른 장기에 전이된다.

이 과정에서 암 세포 1개 또는 클론 1개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암 세포 또는 클론이 동시에 전이됐으며, 전이된 암 세포나 클론 역시 돌연변이 획득→다양한 클론으로 진화→경쟁 단계를 거쳤다.

연구팀은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담낭암 환자의 신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기에 담낭암의 치료가 어려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담낭암을 치료할 때 가능한 종양 클론의 시공간적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최적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강민수 교수는 “담낭암의 대표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암성 단계에서부터 존재하지만 돌연변이 중 상당수는 암세포 일부에서만 관찰된다”며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암 유전체 데이터에서 단순히 돌연변이 존재 여부만 확인하지 말고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종양 클론의 시간과 공간적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담낭암의 발병 및 전이 기전을 보다 깊은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 연구의 결과를 실제 환자에서의 치료 효과로 연결하려면 각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2018년 교육부의 한국형 SGER(Small Grant for Exploratory Research)과제로 선정돼 3년간 지원받았으며, 의생명과학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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