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병원 소화기내과 양기영 과장

저는 한국원자력의학원 산하 원자력병원에서 소화기내과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양기영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저는 코리아헬스로그의 '양기영의 췌담도암 진-료-후(진료-치료-예후)’를 통해 여러분과 췌담도암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드리고 최신지견이나 모두가 궁금해하시는 것도 알려드리면서 도움이 될만한 지식들도 나누려고 합니다. 

첫 시간이다보니 먼저 몇가지 배경 설명을 드리고 하는데요. 혹시 제가 근무하고 있는 원자력병원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요즘 같은 탈원전의 시대에 참으로 걸맞지 않은 이름을 가진 저희 병원은, 예전에는 최초로 만들어진 암전문치료기관으로 참 유명했더랬습니다. 잠깐 저희 병원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를 드리자면.. 여러분도 잘 아시는 1945년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이 거기 살다가 귀국한 우리나라사람들에게도 여러 암의 발병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지식인들이 이러한 국내 암환자 치료에 사용해달라고 기탁한 자금을 바탕으로 1960년대에 원자력연구소의 산하에 의학연구실을 거쳐 암전문병원으로 발돋음하게 됩니다. 그래서 암과 관계되어서는 첫번째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코발트치료기 도입, 최초의 사이버나이프 치료기 등등. 특히 자궁경부암을 수술 없이 방사선으로 치료한다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대학병원, 종합병원들이 산하에 독립된 암센터를 개원하고 정부 산하에도 국립암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이전보다 위상이 좀 덜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암치료의 노하우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의 인프라는 그 어느 병원과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조금 지루하셨겠지만, 오늘부터 시작되는 '양기영의 췌담도암 진-료-후' 이야기의 배경이 될 병원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췌담도입니다. 일단 소화기내과는 총 3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먼저 위장 관계파트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익숙하게 생각하시고, 또 검사나 치료를 받으러 자주 병의원에 다니시는 분야죠. 위와 대장에 대한 내시경도 받고, 명치끝이 아파서 방문하시면 위염이나 식도염으로 약도 드시고,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되기도 하시는. 그래서 보통은 소화기내과라면 곧바로 위장관계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 다음은 간파트(Liver, Hepatology)입니다. 간염, 간경변증, 간암 그리고 최근 유명한 지방간 등등. 이쪽 역시 여러분 주변에서 이야기 듣거나 연관되신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간파트 역시 소화기내과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췌담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쥐같이 기회주의적인 상황이나 사람을 설명하는 의미상 좋은 말은 아니지만 췌담도의 해부학적 위치가 딱 여기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쓸개는 췌담도 장기이기도 하지요) 좀 더 명확하게 말을 만든다면 “간에 붙었다, 장에 붙었다”가 맞으려나요? 담도는 간에서 해독 후 만들어진 찌꺼기들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일종의 하수도 같은 관이고, 그 관의 중간 쯤에 잠깐 모였다가 가는 저수지 같은 공간이 담낭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담관과 붙어 소화액을 내보내는 췌장이 존재합니다. (그림참조)

얘네들은 말 그대로 간과 장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위의 두 파트를 연결해주는 부속기관 같은 존재인데, 그러다보니 전공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관련 환자도 얼마 없어 세상에서도 관심도 크게 받지 않는 그런 독도 같은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실제로 전공을 하는 저 역시 진료는 위장관질환이나 간질환 환자가 상당수이거든요. 하지만, 독도가 작아도 우리나라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듯 췌담도 역시 그러합니다. 최근에 췌장암, 담도암 (정확한 의학적 이름은 담관암입니다. 담도암을 더 익숙해하셔서 일단 담도암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담낭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예후가 매우 나쁜 무서운 암”, “진단하기 매우 어려운 부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황달” 등으로 조금씩 인식이 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대로 어렵고 힘든 병입니다. 진단도 치료도 그리고 예후도…

전 원자력병원에서 췌담도암의 진단과 치료를 하고 있는 내과 의사입니다. 진단을 위해서 CT나 MRI를 촬영하고, 특수내시경을 통해 조직검사를 하거나 황달치료를 위한 스텐트 삽입을 하기도 하며,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과 수술 후 재발을 줄이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암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췌담도암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을 만나왔고, 치료하고 예후를 설명드리며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시각각 새롭게 발전하는 지식과 정보들을 계속 습득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해가며 많은 경험이 쌓여가지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더 나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자 그대로 “독도 같은” 췌담도암과 이를 다루는 의사로서 살아오면서 겪은 많은 일들과 췌담도암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여러 지식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늘부터 해드리려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코너의 제목인 '진-료-후'는 제 췌담도암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진단과 치료 그리고 예후를 따서 만들었지만, 여기에는 그 너머의 사람 사는 이야기가 녹아들어갈 것입니다. 독도에서든 서울에서든 혹은 뉴욕이나 런던에서도 사람사는 모습은 비슷하잖아요? 앞으로 이어질 췌담도암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많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시간에 췌장에 대한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원자력병원 양기영 소화기내과 과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소화기내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동시에 경영학 석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9년부터 원자력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췌담도파트를 전문분야로 진료중이다. 현재 진료 외에 학회활동, 연구와 논문집필 및 전공의 교육 그리고 다수의 외부강연 등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양기영의 췌담도암 진-료-후(진료-치료-예후)'를 통해 췌담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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