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병원 소화기내과 양기영 과장

지난 시간에 CA19-9라는 혈액검사에 대해 설명드렸어요. 이 수치는 췌담도암 환자에서 상승되는 경우가 많아서 독자분들이 흔히 받으시는 건강검진에도 종양표지자라는 이름으로 대부분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 검사의 '양성예측률(이상수치를 보였을 때 실제 질환이 있을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너무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수치가 상승한 검진자들만 다 모아서 찾아보면 결과적으로 실제 췌담도암은 1% 남짓이라는 것이라는 연구결과와 함께요. 

그래서 췌담도암이 진단된 환자의 추적관찰용으로 의미가 있는 수치이지(췌담도암 수술 후 재발여부나 항암치료 후 반응평가 등등), 일반인의 선별검사로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의료계의 권고사항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저의 생각은 저희 가족 중에 한 분의 사례로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으셨는데, 평소 15이하를 보이던 CA19-9 수치가 30으로 상승했다고 연락해오셨습니다. (정상범위는 34 IU/ml 이하) 검진시 함께 받으신 복부초음파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들으셨고요. 그래서 상승은 했지만 그래도 정상범위인 CA19-9 수치와 아예 정상인 초음파 소견에 덧붙여 앞의 연구결과를 떠올려, 전 평소처럼 큰 문제는 아니실 것 같은데, 나중에 재검사는 한 번 정도 받아보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

그 분 역시 몸에 아무런 이상을 못 느끼신데다가 그 검진센터에서도 비슷하게 말씀하셨다고 하시며 안심하셨는데, 한달 후 저희 병원에 다른 혈액검사를 받으러 오셨길래 제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CA19-9를 함께 내봤는데, 42로 상승해 있었습니다. 

원래 이 분의 평소 수치와 비교하면 3배 가량 상승한 셈이었지요. 절대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이 중요한 상황이라 바로 복부 CT를 촬영했고, 놀랍게도 담도암 3기로 진단되었습니다. 초기도 아니라 꽤 진행된 상태여서 수술 가능성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구요. 조금만 늦었다면 수술을 못받고 황달 등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악화되셨겠지요. 수술을 받으신 후 현재까지 건강하신 것을 보면서 저는 교과서와는 다른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연구결과 상 1%의 가능성이라고 해도 환자 당사자에게는 결국 생기느냐 마느냐의 50대 50 상황인 것이란 진실을 뼈저리게 배운 것이지요. 그 이후 CA19-9가 상승한 환자를 대할 때 더 신경을 쓰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 사건에서 또 한가지 느낀 것은 초음파의 제한점입니다. 담도암(정확히는 담관암) 진단에서 복부초음파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그 범위가 40% 이하에서 90% 이상에 이르는 등 여러 연구에서 굉장히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간내, 간외, 간문부 등 담도암의 발생 위치에 따라 매우 다른 진행양상을 보인다는 점이 큽니다. 

예를 들어 담도암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는 간문부(Hilar area)인데 이 부위에서 담도암은 초음파에서 주변과 구별되기 쉬운 덩어리 모양 (mass forming)이 아니라 담도가 두꺼워진 모양이나 이로 인한 담도의 협착(narrowing) 혹은 협착 상부의 담도 확장(Postobstructive dilatation) 등으로 관찰됩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암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동그랗고 일반적인 종괴 모양은 아니라는 거죠. 정상조직과 비슷한 모양과 영상색깔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 담도암이 3기까지 진행한 상태에서도 초음파 소견은 정상인 것이 절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영제를 사용하여 암 조직이 주변조직과 다른 색깔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특수한 초음파(Contrast-enhanced ultrasound)를 시도하고 있으나 초음파의 강점인 '검사의 편리함, 조영제 부작용에서 자유로움'이 희석되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CT, MRI와는 달리 초음파검사는 사람이 직접 시행하는 검사다 보니 누가 검사를 시행하느냐에 따라 정확도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객관화하거나 수치화하기가 너무 힘들지요. 또 환자의 금식상태나 환자의 검사에 대한 협조가 어느 정도 가능하냐(숨을 들여마시거나 체위를 변경하는 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들입니다. 인접한 췌장 역시 위치가 복부 전면에서 봤을 때 위 뒤에 숨어 있어서 초음파로 보는데 많은 제한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 안에는 공기가 들어있고, 초음파는 공기를 투과하는데 어려움이 많거든요. 

또한 췌장의 꼬리부분은 개인마다 주행방향이 달라서 몸속 깊은 쪽으로 주행하면 장관에 가리는 등의 문제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그래서 외래에 췌장 담도에 대해 검사를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방문하시게 되면, 혈액검사와 함께 시행하게 되는 영상검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예를 들어 조영제 부작용의 과거력이나, 방사선 노출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경우) 초음파보다 CT 혹은 MRI를 추천드리게 됩니다. 

하지만, 복부 초음파검사는 장점도 많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드렸듯 비교적 쉽게 시행할 수 있어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통증이나 불편함을 유발하지도 않으며 X-ray와 같은 방사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산모에게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무해합니다.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주 중요한 장점입니다. 주사를 맞기 위해 정맥혈관을 잡거나, 조영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시행자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장기의 변화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많은 지역 병의원에서 초음파를 시행하신 후 이상소견이 있어서 제 외래로 보내주시는 환자분과 검사사진을 보면, 찾아보기 힘든 초기 병변이나 정상과 감별이 어려운 이상소견을 찾아내서 보내주신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CA19-9가 그랬듯이 복부초음파 검사가 절대로 췌담도암 영역에서 만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어떤 검사도 완벽하지 않고, 반대로 어떤 검사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료의 불완전성에서도 현 시점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진은 오늘도 연구와 임상진료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원자력병원 양기영 과장
원자력병원 양기영 과장

원자력병원 양기영 소화기내과 과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소화기내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동시에 경영학 석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9년부터 원자력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췌담도파트를 전문분야로 진료중이다. 현재 진료 외에 학회활동, 연구와 논문집필 및 전공의 교육 그리고 다수의 외부강연 등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양기영의 췌담도암 진-료-후(진료-치료-예후)'를 통해 췌담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