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MSD MA팀 강숙현 상무
"적응증 간 가중평균가 적용 등 새 모델 제시"

최근 한국MSD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13개 암 적응 질환에 대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보험 급여 확대를 신청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청 암종은 환자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공격적이나 대체약제 또는 급여 최신 치료법이 없어 키트루다의 접근성 향상이 절실히 요구되는 삼중음성유방암, 두경부암, 식도암 등이다.

급여 장벽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암 환자들과 국내 의료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막대한 재정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면역항암제의 대표주자인 키트루다는 급여를 결정하는 입장에서 희대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약값은 비싼데다 적응증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바이오마커에 따른 암종불문 항암제로 진화하면서, 암종에 특화된 국내 급여 심사 프레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키트루다와 같이 다수의 암종에서 적응증을 가진 항암제를 보유한 제약기업들은, 이번 정부와 한국MSD와의 협상 과정을 걱정과 기대 섞인 눈으로 예의주시 중이다. 한국MSD가 이번 급여 협상을 성공으로 이끈다면 그야말로 전에 없던 급여 트랙이 신설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

 한국MSD MA팀 총괄 강숙현 상무
 한국MSD MA팀 총괄 강숙현 상무

이에 한국MSD 마켓 액세스(Market Access, MA)팀 총괄인 강숙현 상무를 만나 이번 키트루다의 일괄 급여 신청의 배경과 급여 전략 및 정부와의 협상에 임하는 각오를 들었다.

강숙현 상무는 제약 업계에 20년 넘게 몸담고 있는 전문가다. 2010년부터 약가 업무를 시작했으며, 사회약학 박사로 경제성 평가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MSD에서 14년째 근무 중이며, 그 중 약 2년은 아시아태평양(AP) 지역 총괄을 맡아 각국의 의료기술평가 제출(HTA submission)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MA팀 총괄을 맡고 있다.

- MA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부서인가.

제품이 시장에서 환자들에게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회사와 정부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가격과 급여, 즉 환자 접근성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의약품 전 생애 주기 동안 관리 및 검토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때문에 MA팀은 약이 허가를 받기 이전부터 제품의 특성과 가치에 대해 평가하는 작업부터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의약품을 공공보험 제도인 급여권 안으로 진입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능한 많은 환자, 궁극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와 함께 협력해 현재의 규제와 규정, 그 밖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 정책적으로 제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정부와 회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기 때문에, MA 업무는 늘 역동적이다. 하지만 풀기 어려운 만큼, 결국 풀어 냈을 때의 보람도 크다.

- 정부가 현재 펼치고 있는 약제 급여 정책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최근 들어 민관협의체 등 정부와 소통하는 창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소통하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결과물을 보는 시점도 조금 당겨진 느낌이다. 실제 초고가 약제들이 빠른 속도로 급여 적용되고 있으며, 정부가 환자 요구도가 높은 질환 및 약제에 관심을 갖고 밀접하게 관여해 궁극적으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매우 와 닿는다.

정책은 기술 발전을 뒤따를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회사는 약을 들여오고, 가치를 계량해 이를 기반으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방안을 제출하고, 정부는 재정 안에서 감당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 수용 방안을 마련한다. MA팀 총괄 입장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정부를 응원하고 있다.

- 지난 6월 키트루다의 13개 적응증에 대해 급여 확대를 일괄적으로 신청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례적인 행보인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13개 암종에 대한 급여 신청을 결정하기까지 팀 내에서 끝없는 논의가 오갔다. 또한 마케팅, 의학부 등 여러 유관 부서와 논의하며 많은 자료를 검토했다. 논의 과정 중 의학적 요소들을 포함해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오랫동안 심사숙고해서 함께 합의를 내렸다. 결국에는 '키트루다 치료가 필요한 모든 환자들에게 급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MA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실 하나의 약제가 이렇게 다수의 암종(적응증)에 대해 치료 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키트루다'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번 회사의 결정을 통해 키트루다 혜택을 볼 수 있는 암 환자는 누구나 생존 연장의 기회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같은 시도가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없었는지.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약이 키트루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논의할 때도 실현 가능성보다는 '방향을 찾는 것'에 방점을 뒀다. '그래. 어디 한번 만들어 가자'라는 생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키트루다의 접근성 확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다수의 의료진, 환자들이 있다. 확실해 보이는 적응증만 선별해 제출하기에는 한국MSD가 가진 책임이 컸기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 과감히 도전했다.

- 일괄 신청에 대해 심평원과 어느 정도 사전 논의가 있었나.

사전 상담을 할 때 심평원에서도 간략하게 의견을 주셨지만, 최종 의사 결정은 위원회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앞으로 심평원 검토를 받아 가면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심평원에 약제 관리 경험이 풍부하신 전문가 분들이 있으시기에, 함께 협의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급여 확대는 보건당국의 결정사항이므로 현재로선 회사가 추측해 말씀드리긴 어렵다. 우린 키트루다의 접근성 향상으로 더 많은 국내 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보건당국, 보건의료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진전을 이뤄나갈 계획이다.

한국MSD 마켓 액세스팀 단체사진
한국MSD 마켓 액세스팀 단체사진

- 이번 급여 신청에 있어 한국MSD가 정부에 제안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현재 다른 나라에서는 적응증별 약가 혹은 적응증 간의 가중평균가 등을 적용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허가받은 적응증이 많은 데다 임상적 가치와 혁신성은 이미 입증된 약이다. 그렇다 보니 몇몇 국가에서는 개별 적응증의 임상적 가치 평가보다는 키트루다 전체에 대한 재정 영향 관리 쪽에 더 중점을 두고 검토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제성평가는 간략히 하거나 면제하고, 앞으로 허가 받을 적응증까지 고려해 사용량에 따라 단계별 총액 및 환급률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내부적으로도 키트루다의 많은 적응증이 어떻게 하면 신속히 급여 적용될까 고민함과 동시에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회사도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협의를 한다면, 충분히 한국화 된 '맞춤형 모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키트루다 급여 협상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한 말씀해주신다면.

키트루다는 첫 도입부터 담당해온 만큼 인연이 깊은 약이다. 제 아이가 2017년생인데, 키트루다가 2017년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 첫 급여 등재됐다. 그래서 키트루다가 커 가는 과정, 즉 환자 접근성이 높아지며 널리 사용되는 모습이 제 아이의 성장처럼 느껴진다. 더 많은 환자에게 키트루다의 혜택이 전달되는 모습을 보는 게 뿌듯하고, 이런 약제를 담당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비소세포폐암 1차 급여 확대 당시도 잊을 수 없는데, 마지막 협상을 하던 날 건강보험공단 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 협상의 타결로 인해 한국의 5,000명의 폐암 환자들이 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지난 4년 반 동안 한국MSD도 그러했지만 공단도 가용한 자원을 모두 써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쪽 모두 윈윈(Win-Win) 협상을 마무리한 날이다." 이 말을 계기로 지금 다시 13개 암종에 대한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제약사의 공통 목표는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치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서로 간 입장 차이는 있지만, 좋은 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는 파트너다.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인 협의 과정을 거치면 공통의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투명하게,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정부도 마음을 열고 방법을 함께 찾아 주신다면, 많은 암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기다리고 있는 약제를 한국에서 급여 옵션으로 더 빨리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MA팀도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한국형 맞춤 급여 모델을 찾았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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