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SCL 진단검사부문 부원장(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장)

결핵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감염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천만 명 정도의 신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럼 우리나라 결핵 현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결핵 환자가 급증하여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결핵 관리 사업과 해외 지원을 통해서 결핵 환자 발생과 사망자를 크게 줄여 왔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비견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잠시 결핵 관리가 정체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1년부터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결핵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 최근 결핵 관리의 성과는 잠복결핵감염을 강력하게 관리한 덕분이다.

잠복결핵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개념이고 일반 결핵과는 다른 점이 많이 혼선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우선 잠복결핵감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핵의 전파와 발병 기전을 알아야 한다. 공기를 매개로 하여 감염되는 질환으로 호흡기 결핵 환자가 배출한 결핵균을 흡입하면서 전파되는데, 결핵균에 감염되더라도 모든 사람이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감염자의 5~10%에서만 결핵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결핵균의 증식을 억제하여 발병하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는데, 이를 잠복결핵감염(latent tuberculosis infection, LTBI)이라고 한다.

잠복결핵감염 상태에서는 증상도 없고 객담검사나 흉부X선 검사에서도 이상 여부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예전에는 진단과 치료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핵이 감소하면서 잠재적인 결핵 환자인 감염자를 관리해야 결핵 발생을 예방하고 추가적인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리를 하고 있었다.

또한 결핵감염자를 진단하는 데 획기적인 검사법이 도입되면서 진단 정확성이 높아졌다. 기존에 사용하던 피부반응검사는 결핵 항원을 사람에게 직접 주입해야 해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고 BCG 예방 접종 등에 의한 위양성도 많아서 판단하기가 어렵다.

피부반응검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것이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nterferon-gamma release assay, IGRA)인데, 결핵 특이 항원을 이용하여 실제 음성인 사람을 음성으로 진단하는 특이도가 높고 피부반응검사에 비해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로는 결핵균 감염 여부만을 알 수 있고 발병 가능성은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면역 반응을 이용한 검사이기 때문에 결과가 100% 정확하지 않다. 감염이 확인되면 예방치료를 위해서 항결핵제를 몇 개월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잠복결핵감염 검진은 결핵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거나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권장한다. 최근에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결핵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진, 이식 환자 등이 잠복결핵감염 주 검진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 학교 내 결핵 집단 발병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사라진 질병이라고 생각했던 결핵이 청소년층에서 발병하여 큰 충격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결핵 접촉자 조사가 강화되었고 기존 흉부X선 검사 외에 추가로 잠복결핵감염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에서는 집단 시설뿐만 아니라 가족 내 결핵 접촉에 대해서도 검사와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결핵 신고 현황을 보면 15~19세 연령 구간에서 결핵 발생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접촉자 조사와 감염자에 대한 예방치료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결핵 발병률은 의료인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결핵 환자를 진료하는 부서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의료진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할 경우 파급력이 큰데, 병원 내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약한 환자들에게 전파될 경우 중증 결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결핵에 걸린 신생아실 의료진 때문에 신생아가 결핵성 뇌수막염에 걸린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의료진에 대한 결핵 및 잠복결핵감염 검진이 강화됐다.

우리나라는 ‘결핵 완전 퇴치’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아직 결핵 예방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서 잠복결핵감염 관리 중요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기존의 성과를 계속 유지하고 잠복결핵감염 검진과 예방치료를 확대할 경우 수십 년간 염원하였던 결핵 퇴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창기 SCL 부원장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김창기 부원장(진단검사부문)은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및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연구강사,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진단검사의학부 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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