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서울의과학연구소 병리부문 부원장·병리과 전문의

위나 대장 내시경을 하기 전에는 흔히 동의서를 쓴다. 검사 도중에 이상 증후가 보이면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동의서에는 출혈이나 감염, 천공 같은 무서운 용어들이 쓰여 있는데, 과연 조직 검사란 무엇이며 꼭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조직 검사의 의미

조직 검사는 생검(生檢, biopsy)이라고 하는 검사법의 일부이다. 생검이란 사람의 신체 일부를 떼어 내서 의학적으로 이상 유무가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혈액 검사는 신체 어디에서 혈액을 채취하든 몸 전체의 상황을 나타내지만, 조직 검사는 병이 있을 부위를 선택한 후 그곳 조직을 떼어 검사해야 정확한 진단을 얻을 수 있다.

생검(biopsy)이라는 단어는 생명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bios’와 눈에 보이는 것이라는 의미의 ‘opsis’가 합쳐진 말이다. 문헌에 따르면 아랍 의학자 아불카시스(936-1013)가 침으로 환부를 찔러서 통풍을 진단했다고 한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최초의 생검으로 본다. 생검이라는 단어 자체는 이로부터 한참 뒤인 1879년 프랑스의 에르네스트 베스니에가 처음 사용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조직 검사는 신체 ‘조직’을 떼어 내서 이런저런 처리를 거친 뒤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고 진단을 내린다. 수작업 과정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몇 시간이면 결과가 나오는 혈액 검사와는 달리 1주일 정도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병의 종류와 정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 검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일반적인 의미의 진단이 의학적 추측, 즉 추정 진단인데 반해 조직 검사는 물질적 증거에 기반해 확실하게 병명을 특정할 수 있는 확정 진단이기 때문이다. 일부 신장 질환은 조직 검사를 하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표적 항암제 같은 약물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항암 치료법이 발달하면서, 조직 검사로 얻은 진단에 맞춰 적절한 치료법을 쓰는 경우가 많아져 병리학적 진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의학 기술 발전과 조직 검사

내시경과 결합하면서 조직 검사는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된다. 그전까지는 조직 검사가 가능한 신체 부위는 조직 채취가 용이한 곳, 예를 들어 피부·입 안쪽, 콧구멍 내부·자궁의 입구 등으로 국한되었는데, 내시경을 통해서 신체 깊숙한 곳의 조직까지도 정확히 노려서 채취해 검사할 수 있게 됐다.  단적인 예로 위 내시경 도입 이후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

영상의학 장비가 도입된 것도 조직 검사 발전을 이끌었다. CT나 초음파 검사와 병행하여 실시간으로 폐나 신장, 간 등을 정확하게 생검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내시경에 초음파 검사기가 달린 장비가 나와서 폐나 췌장 등의 조직을 보다 안전하게 채취한다.

암의 진단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조직 검사로 암을 확인해야만 치료를 시작한다. 암 환자의 본인 일부 부담금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중증 환자 등록도 조직 검사를 통해 암 진단이 나와야 등록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질환으로 입원하면 본인이 20%, 국민건강보험공단이 80%를 내지만, 암 환자를 포함한 중증 등록 환자는 본인이 5%, 국민건강보험공단이 95%를 낸다.

조직 검사를 위해 채취한 암 조직은 현미경으로 보는 병리학적 검사 이외에도 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맞춤형 항암 치료를 선택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조직 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검체의 양이 적은 경우가 많아서, 암 유전자 검사가 제한적이었으나, 소량으로도 다양한 검사가 가능한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기술이 실용화되면서 흔치 않은 돌연변이 암 유전자도 찾아내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조직 검사의 중요성

조직 검사는 아픈 검사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조직 검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수면내시경 중에 위나 대장 조직을 일부 떼어 내는 경우에는 전혀 통증을 못 느낄 수 있다. 피부나 입 안쪽 등에서 채취하는 경우에는 국소 마취제를 약간 주사하는데, 이때 통증을 크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조직을 채취할 때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전립선 조직 검사의 경우에는 마취도 쉽지 않고 자세가 힘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꼭 해야 하는 검사인가? 답은 ‘그렇다’이다. 대부분의 조직 검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암인지 아닌지 결론을 짓는 것이다. 암은 종류가 많고,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달라서 치료 방법 또한 다르게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암이 아닌 경우에도 정확한 진단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므로 조직 검사는 대체가 불가능한 필수 검사이다.

김동철 부원장
김동철 부원장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김동철 부원장(병리부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병리과 전문의이다. 강남성모병원 병리과 전공의 및 임상강사,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임상조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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