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과학연구소 병리과 이기범 전문의

골관절염이란 몸의 하중이 가해지는 관절 연골에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연골이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이다. 나중에 연골이 전부 탈락되면 연골 밑의 골이 노출되고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골과 골이 맞부딪친다. 이때 통증이 발생하고 주변 활막과 인대에까지 염증이 유발되는데, 손가락관절·척추·고관절·무릎관절에서 흔히 나타난다.

골관절염의 여러 가지 원인

▶ 노화

골관절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이다. 나이 들어가면 연골에서 물을 잡아매는 프로테오글라이칸이란 물질 생성이 줄어 연골에 수분이 줄어들면서 탄성도 함께 준다. 그러면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연골세포에 작용해 연골세포가 죽고 연골의 콜라겐 섬유가 풀어헤쳐지기 시작한다. 세포 외 기질분해 효소도 연골 파괴에 한몫 한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그때마다 관절 연골은 점점 탈락된다. 50대 이후에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폐경과 관련이 깊다. 파골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 과도한 사용

보통 속도로 걸을 때 무릎관절에는 체중의 약 2.5~3배의 무게가 실린다. 달리면 3.5배로 증가한다. 이런 상태가 장시간 이어지면 연골은 쉽게 손상을 받는다. 비만인 경우에는 더 많은 체중이 실리게 되므로 골관절염에 무척 취약하다. 테니스 운동은 무릎관절에 체중의 3.5~4.5배 하중이, 골프와 스키는 체중의 4.5배 하중이 실린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몸의 항상성이 깨지면 점점 악화의 늪에 빠 져든다. 골관절염도 그렇다. 관절 연골 바로 밑의 해면골 골주(골기 둥)는 매우 가늘어 관절에 압력이 가해질 때 약간 휘어지면서 충격을 흡수한다.

그러나 지속된 충격으로 어느 순간 미세골절이 일어 나면 이후 재생된 골주는 더 두꺼워지고 충격 흡수 능력을 상실한 다. 그러면 충격은 바로 연골에 가해지며 이때부터 연골 손상은 악 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관절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충격이 골관절 염을 악화시키는 이유다.

▶ 관절 구조 어긋남

관절은 양쪽 골이 정확하게 들어맞아 움직이는 매우 정밀한 구조물이다. 연골의 두께도 관절의 각 부위마다 가해지는 하중을 고려해 차이가 난다. 그런데 두 골이 맞물리는 각도에 차이가 날 경우, 즉 관절 구조가 어긋나면 엉뚱한 부위의 연골에 큰 힘이 가해져 쉽게 손상된다.

선천성 관절 기형이 이에 해당하나 양반다리나 쪼그려앉기 등도 연골을 망가뜨리는 원인이고, 오다리는 무릎 연골의 안쪽에 더 큰 힘이 가해진다. 연구에 의하면 3~5도의 각도 차이만 나도 연골 안쪽에 가해지는 하중은 50% 증가한다.

▶ 관절 미사용

오랫동안 관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를 일으킨다. 관절을 사용하지 않으면 관절 주위 근육이 쇠퇴한다. 관절 주변 근육은 관절에 가해지는 힘을 받아 주고 관절이 정확한 위치에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에 더 많은 충격이 가해지고 관절이 정확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연골에 더 많은 충격이 가해져 골관절염에 노출된다.

▶ 유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각 관절마다 골관절염이 유전되는 예상치는 무릎에서 40%, 고관절에서 60%, 손가락에서 65%, 척추에서 70%라고 한다. 골관절염이 유전될 확률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멘델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유전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덧붙여 이런 유전력에 흡연은 매우 강력한 발병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만병의 근원인 당뇨도 연골 세포의 탄성을 줄이는 분자 생성을 촉진하고 관절 염증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병리 소견과 예방

가장 기본적인 병리 소견은 연골세포가 죽고 연골을 구성하는 제2형 콜라겐이 풀어헤쳐지는 것이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죽은 연골 조직은 탈락되고 연골층의 두께는 얇아진다. 나중에 연골이 전부 탈락되면 연골 밑에 있던 골조직이 노출되어 상아 표면처럼 반질반질한 골 표면이 드러난다.

골관절염의 가장 큰 이유는 노화이므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원인을 제대로 알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이기범 전문의
이기범 전문의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이기범 전문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병리과 전문의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전임강사를 거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및 법의학교실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아주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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