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양덕환 교수
“모든 병기에 ABVD 요법 적용 옛말…고민 필요”
약제 급여 사각지대 존재…악화 기다리는 아이러니

림프종은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조직 세포가 악성으로 전환돼 생기는 종양으로, 다소 낯선 암종이다. 2022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 새로 발병한 국내 림프종 환자 수는 총 5,959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2.4%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호지킨 림프종은 323건(5.42%)이었다.

비교적 젊은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호지킨 림프종은 또 다른 림프종 유형인 비호지킨 림프종에 비해 예후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호지킨 림프종 환자는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서구화된 생활 습관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 비해 환자 수가 많아짐에 따라 호지킨 림프종의 치료 환경에도 이목이 모이는 상황.

이에 본지는 지난달 열린 ‘온코 서밋 2024(ONCO SUMMIT 2024)’에서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양덕환 교수를 만나 호지킨 림프종 치료 전략의 변화, 주요 약제의 임상적 가치, 그리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에 대해 들었다. 전 세계 종양학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종식에 맞춰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양덕환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양덕환 교수

- 먼저 림프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모이고 이동하는 림프에 암이 생기는 것이 림프종이다. 림프종은 호지킨과 비호지킨으로 분류된다. 원래 호지킨 림프종은 동아시아인에서 적게 나타나고 유럽인 혹은 미국인에게서 많이 발생했는데 국내에서도 점차 호지킨 림프종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환경적인 영향, 서구화된 삶의 패턴 등 원인은 다양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지킨 림프종의 호발 연령은 비호지킨 림프종에 비해 낮다. 호지킨 림프종 발생 연령 중위값을 계산하면 30~40대로, 젊은 호지킨 림프종 환자들이 다수다.

- 비호지킨 림프종과 비교하면 호지킨 림프종의 예후는 어떤 편인가.

단순히 비호지킨 림프종보다 호지킨 림프종이 예후가 좋다 혹은 나쁘다고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진단받은 환자에게 림프종에 대해 설명할 때 먼저 수술이 가능한 병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림프종은 혈액암이고, 기본적으로 항암제 치료가 이뤄진다. 기본적인 치료 이후에는 위험인자를 통해 나타나는 재발 위험을 파악하고, 분석된 위험 인자에 맞춰 치료를 진행한다.

위험인자로는 빈혈, 나이, 골수침범여부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피 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위험인자인 유산탈수소효소(lactate dehydrogenase, LDH)와 병기 및 종양의 크기(size)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인자로 판단한다.

림프종 환자는 림프 순환으로 인해 온 몸으로 암이 퍼질 수 있다. 그래서 호지킨 림프종은 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목부터 상반신을 기준으로 반만 암이 있는지, 좌우를 기준으로 양 쪽에 다 있는지 등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일반 암과 병기의 구분이 다르다.

환자 절반 이상이 암이 모여 있는 제한된 병기인 1~2기 상태로 발견된다. 하지만 진행된 병기로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진행된 병기는 3~4기를 의미하며 이 병기에는 암이 많이 퍼져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암이 많이 퍼졌을 경우에는 재발의 위험성 또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위험성이 높다 보니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를 해야 한다.

- 현재 호지킨 림프종의 표준 치료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국내 보험 가이드라인상 1차 치료에 ABVD(아드리아마이신+블레오마이신+빈블라스틴+다카바진) 병용화학요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과거에는 MOPP(메클로레타민, 온코빈, 프로카바진, 프레드니손) 병용화학요법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80~90% 이상의 국내 환자가 ABVD 요법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 2기 환자의 첫 치료에서 ABVD 요법 후 재발 없이 잘 살 가능성은 50~60%를 상회한다. 다만 3, 4기는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치료율이 다소 감소한다. 재발 위험성이 높은 3, 4기 환자들은 CD30 양성일 경우 선별적으로 애드세트리스(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를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재발한 환자의 생존율이 약 20~30%였는데, 최근에는 애드세트리스 외에도 면역관문억제제들이 재발 환자의 치료 성적을 많이 향상시켰다.

- 국내 호지킨 림프종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호지킨 림프종 치료는 개인 맞춤형으로 특화돼 있다. 치료 중간에 PET 검사를 통해 반응 평가를 진행하고, 촬영 결과 암이 남아있거나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빠르게 치료 약제를 바꾸거나 더 강력한 치료를 사용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는 환자의 위험 반응 평가 및 치료 반응의 평가에 따라 치료법의 대처를 바꿔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위험 적응 치료법(risk adapted therapy)'이라고 하는데, 이 치료법이 잘 돼 있는 분야가 호지킨 림프종이다.

때문에 사람마다 치료법이 달라야 하고 획일적인 과거 치료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가령, 국내에서 애드세트리스를 호지킨 림프종 3, 4기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지만 모든 3, 4기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PS(International Prognostic Score) 4점 이상이라는 급여 기준에 맞아야 사용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가 4점이 아닌 3점이 나온 경우 치료제 사용이 불가능하다. 병환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 모든 대학병원 및 치료 센터들은 호지킨 림프종 환자에게 ABVD 요법으로 항암 치료를 실시한다. 심지어 1기부터 4기까지 모든 병기의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ABVD 외에 더 강력한 항암제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는 각 병기의 환자들에게 동일한 치료 요법을 적용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더 좋은 치료 효과를 위해서는 환자 개인별 상황에 맞는 치료 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

- 애드세트리스 치료 혜택을 언급하셨는데 국내 환자 처방 경험에 대해 공유 부탁드린다.

CD30은 호지킨 림프종 환자의 80~90%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CD30을 표적으로 한 애드세트리스와 같은 치료제를 사용하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 매우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 암에 대한 치료 성적을 10% 향상시키는데 10년이 걸린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그만큼 10%의 치료 성적 향상은 매우 어렵다. 애드세트리스는 치료 성적이 약 15~20% 정도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한 달에 서너 명 이상은 애드세트리스를 투약하고 있다.

- 올해부터 대한혈액학회 림프종 연구회 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연구 측면으로 계획 중인 부분이 있나.

환자 지원을 위한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와 새로운 관점(pin point)으로 진행하는 임상연구를 비롯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할 예정이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