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 기본안 공개
"PrEP 사용자 연간 50명 증원이 목표?...예방에 실효성 없어"
"제네릭 PrEP 약물의 해외 직구 성행...접근성 개선 시급해"

최근 질병관리청이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2024~2028)' 발표를 앞둔 가운데, 국내 'HIV 노출 전 예방요법(Pre-exposure prophylaxis, PrEP)'에 대한 열악한 접근성이 문제되는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PrEP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돼, 국내 PrEP 접근성에 대한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것.

이미지 출처=제네릭 PrEP 약물 구매대행업체 SNS 화면 캡쳐
이미지 출처=제네릭 PrEP 약물 구매대행업체 SNS 화면 캡쳐

질병관리청은 지난 2월 21일 HIV 감염 관리 방향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5년 , 간 추진된 제1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의 성과를 짚어보고, 향후 5년 간의 정책 계획을 담은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2024~2028) 기본안'을 공개했다.

먼저 지난 5년 간 추진된 제1차 예방관리대책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당초 목표 대비 전반적인 성과가 아쉬운 수준에 그쳤다. HIV 감염인 치료율과 바이러스 억제율 관련 지표는 개선됐으나, 이 밖에 다른 주요 성과지표와 추진과제에서는 이행률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에 질병청은 제1차 대책에서 미진했던 과제는 보완해 재추진하고, 신규 과제를 추가해 강화된 제2차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2차 예방관리대책에는 첫 번째 추진전략인 '신규감염 예방'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로 'PrEP 확대'에 대한 세부과제가 구체적으로 신설됐다.

PrEP 약제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고 처방 접근성을 제고하며, 홍보 활성화를 통해 감염취약군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의지와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질병청은 연간 PrEP 사용자 수 목표를 2024년 500명을 시작으로 연간 50명씩 늘려 2028년에는 총 700건으로 늘리겠다고 설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목표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연간 신규 HIV 감염인이 1,000명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예방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목표 설정의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실효성 있는 예방을 위해서는 실제 '고위험군'에 대한 예상치가 필요한데, 국내엔 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재하다.

여기에 국내 PrEP 처방 건수도 매우 저조하다. 일례로 국내에서 PrEP 약물로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트루바다'의 시판 후 조사(PMS) 증례 수는 지난 6년간 22명에 그쳤다. 한국의료지원재단이 해당 약제비의 50%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문제는 6년간 22명이 실제 국내 PrEP 수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반증하는 사실이 있다. 국내에서 해외 직구를 통해 PrEP 약물을 구매하는 수요자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해외직구로 제네릭 PrEP 약물을 구입하는 사용자 수는 국내 공식 처방 건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쉽고 간편하게 PrEP 약물을 배송받을 수 있다고 안내돼 있다.

PrEP 약물은 약사법 상 전문의약품으로 온라인 판매 및 구매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직구 사이트는 성행하고 있다. 한 국내 제네릭 PrEP 약물 구매대행업체는 홍보용 SNS까지 별도로 만들어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해당 SNS의 팔로워 수는 5,674명에 달한다.

이 업체는 홍보 게시글을 리트윗한 유저를 추첨해 무료로 제네릭 PrEP 약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자주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 올라온 증정 이벤트 게시글의 조회 수는 17만, 리트윗 횟수도 358건에 달했다.

직구를 통해 약물을 구매하는 경우, 의사의 처방 없이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가짜 약물 유통의 위험은 물론, 올바른 복용 방법을 숙지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처방 받을 수 있는 오지리널 PrEP 약물이 있고, 심지어 약제비 지원사업도 진행 중인데, 이들은 왜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직구를 통해 PrEP 약물을 구매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국내 PrEP 처방 절차의 복잡성,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문제는 PrEP 약물의 직구를 부추기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국내에서의 HIV 예방 노력을 저해하는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MSM(Man who have sex with Man,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 전체로의 PrEP 약물 보험급여 대상 확대, 처방 절차의 간소화, 그리고 무엇보다 PrEP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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