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면역질환 이야기] 전신 홍반 루푸스 ②
서울아산병원 정지원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임선희 교수

특발성 관절염, 루푸스, 베체트병 등등 희귀면역질환은 수없이 많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는 많지 않다. 유전성재발열증후군 같은 극희귀면역질환은 거의 정보가 없다. 선천면역결핍질환을 비롯해 어릴 때부터 나타나는 자가염증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은 모두 만성적이고 중증도가 높지만 서서히 발병하는 데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국내 극소수 희귀면역질환 전문의료진이 모인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와 함께 <소아 면역질환 이야기>를 연재한다. 희귀면역질환을 앓는 환아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편집자주>

5세 이상에서 발병하는 전신 홍반 루푸스의 경우, 특정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고 유전되는 유전병은 아니다. 가족력이 있는 것은 맞다. 루푸스의 쌍둥이 연구에서 보고된 바와 같이, 일란성 쌍둥이에서 발생률은 14~57%(연구에 따라 25~70%까지 보고)로, 이란성 쌍둥이에서의 루푸스의 발생률인 3%에 비해 높다. 또한 루푸스 환자의 가족 중 또 다른 환자가 생길 확률은 약 5~12%다. 루푸스 환자의 약 10%에서 1~2대 내의 가족에 루푸스나 다른 유사한 자가면역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족간의 어떠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여년 간 유전자 기반의 연구들(genome-wide associated studies, GWAS)을 통해 최근까지 유럽 및 아시안 인구의 연구에서 약 100여개의 루푸스와 관련된 유전자 자리(loci)가 확인됐고, 해당 자리의 유전자 배열이 루푸스의 유전성을 약 30% 정도 설명한다고 보고 있다. 인간 백혈구 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 유전자형인 HLA-DR2, DR3가 각각 루푸스의 위험도를 2배 정도 증가시키고, 아시아의 루푸스 환자는 일반인보다 HLA-DRB1*09:01, HLA-DRB1*15:01 및 HLA-DQB1*06:02 등을 갖고 있는 특징이 있다. 특정 유전자 자리의 유전자 형을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발병하기 보다는 이러한 요건에 어떤 환경적 요인, 감염, 호르몬의 영향 등 외부의 인자에 의해 촉발이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5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루푸스 또는 루푸스 유사 증상들은 드물지만 환경, 호르몬의 영향보다 유전적 원인이 더 중요하다. 단일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병하는 루푸스(monogenic lupus)는 보다 조기 발병하면서 보다 심한 임상 양상을 보이고 통상적인 면역 억제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약 80개의 유전자 이상이 밝혀졌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염증반응 물질과 관련해 면역 반응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유전자 이상으로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 인터페론병증(Interferonopathy), 보체(Complement)의 활성 경로와 관련해 C1q, C1r, C1s, C2, C4 등의 결핍을 유발하는 유전 변이, 그리고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과 면역결핍질환(Primary Immune Deficiency)이 동반되는 경우, FAS 유전자의 변이로 유발되는 자가면역림프증식증후군(Autoimmune lymphoproliferative Syndrome, ALPS) 등이 그 예가 되겠다.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임상적으로 루푸스에 합당한 상태에서는 기존의 면역억제제 사용을 시도하게 되고 각 단일 유전자의 이상이 밝혀진 경우, 문제가 생기는 면역반응 또는 신호전달 체계를 선택적으로 차단하거나 억제하는 타깃 치료(targeted therapy) 진행하게 되는데 예컨데 1형 인터페론병증(Type 1 interferonopathy)에서는 JAK 억제제(Janus kinase inhibitor)가 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고, B림프구의 활성이 억제되지 않는 유전자 변이로 인한 것일 경우 B림프구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리툭시맙(Rituximab), 벤리부맙(Benlimumab)과 같은 치료제들이 사용될 수 있다. 

엄마의 루푸스가 아기에게…'신생아 루푸스'

루푸스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경우, 산모가 가지고 있는 자가면역항체(Ro/SSA, La/SSB 및 흔치 않게 U1-ribonucleoprotein(U1-RNP))들이 태반을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면 아기도 루푸스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신생아 루푸스라고 부른다. 루푸스 산모에서 아기로 자가면역 항체가 넘어가는 경우는 약 98%이지만, 실제 신생아 루푸스가 발병하는 비율은 1~2%에 그치는데, 발병했을 때 그 증상은 출산 직후에 나타나거나 생후 1주일 이후부터 증상이 시작되기도 해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 

사진 게티 이미지
사진 게티 이미지

대부분 엄마에게서 온 항체가 사라지는 6개월 전후로 증상이 호전된다. 신생아 루푸스가 의심되는 환자의 90%는 anti-Ro/SSA 항체와 관련돼 있으며, 증상을 보이는 신생아에서는 자가 항체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흥미로는 것은 산모는 현재 임상 증상이 없는데 자가 항체만 신생아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 신생아 루푸스로 인해 산모가 루푸스 질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신생아 루푸스는 여러 장기를 침범할 수 있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피부 발진으로 홍반 반점(erythematous patch), 아급성피부홍반루푸스(subacute cutaneous lupus erythematosus lesion), 점상출혈(petechiae)이 나타난다. 피부 발진은 몇 주에서 몇 달간 지속되다가 엄마의 항체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 있다.

피부 병변이 있는 경우, 가능한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고, 흉터가 남기 전에 필요하면 빠른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병변 부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를 수 있으나 항말라리아제제는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므로 일시적인 피부 증상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 

중요하게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심장을 침범한 경우인데, 이 경우 선천심장블록(차단) 및 심근병, 만성 심부전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심장 전도 이상은 태아 때부터 혹은 출생 후 서맥 형태로 나타난다. 심장을 침범한 경우 주기적으로 심장 기능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인공심박동기(페이스 메이커)를 삽입하기도 한다. 심장 침범 시 신생아 시기에 사망률이 20~30%로 높고, 특히 선천심장블록이 동반된 심근병증이 있을 때 더 높기 때문에 소아심장전문의와 함께 주의깊게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학적 이상으로 용혈 빈혈, 혈소판감소증, 호중구감소증 등이 출생 2주 내에 발생했다가 2~6개월 내에 사라질 수 있다. 이는 저절로 좋아지지만 심한 혈소판 감소증을 보이는 경우 출혈에 주의해야 한다. 그 외에 간을 침범해 간수치가 상승하거나 담즙 정체성 간염이 발생할 수 있고, 폐침범, 수두증·대두증, 무균성 수막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전신 스테로이나 면역억제제와 같은 통상적인 치료는 대부분의 신생아 루푸스에서 필요하지 않다. 다만 환자는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루푸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심한 간 손상이나 혈액학적 이상을 보이는 경우 전신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Ro/SSA and/or La/SSB 항체를 가진 산모가 선천심차단(블록)이 동반된 아기를 낳는다면, 다음 임신에서도 선천 심차단(블록)이 발생할 확률은 17~25%로 이 경우 임신 중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특히 임신 18~24주 차에 산전 초음파와 태아 심장 초음파 등을 확인해야 한다. 

Dubois' Lupus Erythematosus and Related Syndromes (Ninth Edition) 2019, Pages 486-498 (그림 Ref)
Dubois' Lupus Erythematosus and Related Syndromes (Ninth Edition) 2019, Pages 486-498 (그림 Ref)

이와 같이 소아 또는 신생아에서의 루푸스는 각각 성인기의 루푸스와 공통적인 병태생리를 보이거나 아예 다른 기전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소아 발병 루푸스의 경우 성인기 도달까지 그리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 및 추적이 필요한 질환인 만큼 질환의 악화 요인과 경과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의 충분한 이해와 인식, 소아청소년과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정지원 교수
정지원 교수

정지원 교수는 원광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수련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신장/류마티스 분과 임상전임강사로 소아 신장 질환 및 소아기 류마티스 질환 및 면역질환에 대해 치료하고 있다. 대한소아신장학회, 대한류마티스내과학회, 대한신장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선희 교수

임선희 교수는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 가천대 길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수련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임상조교수로 근무하며, 소아청소년 신장 및 류마티스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장학회, 대한소아신장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정회원이며,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보험이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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