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면역질환 이야기] 전신 홍반 루푸스 ①
서울아산병원 정지원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임선희 교수

특발성 관절염, 루푸스, 베체트병 등등 희귀면역질환은 수없이 많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는 많지 않다. 유전성재발열증후군 같은 극희귀면역질환은 거의 정보가 없다. 선천면역결핍질환을 비롯해 어릴 때부터 나타나는 자가염증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은 모두 만성적이고 중증도가 높지만 서서히 발병하는 데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국내 극소수 희귀면역질환 전문의료진이 모인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와 함께 <소아 면역질환 이야기>를 연재한다. 희귀면역질환을 앓는 환아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편집자주>

전신 홍반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는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 중 하나로, 여러 자가면역 항체와 관련된 여러 장기의 침범으로 인한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연령에 호발하여 16~55세에서 65%가 발병하고, 이 중 소아는 전체 발생률의 10~20 %를 차지한다. 소아 루푸스의 평균 발생 연령은 12세이며, 5세 이전의 발병은 드물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성인 루푸스의 성비 가 여성 대 남성이 9~10대 1인 것에 비해 소아에서는 여성 대 남성이 4.5~5대 1로 성인보다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낮은 편이다. 이런 차이는 성인과 소아의 호르몬 분비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원인, 발병 기전, 증상 및 성인 발병 루푸스와의 차이점

루푸스는 자가 면역 질환의 소인, 내지는 유전적으로 내재된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환경이나 호르몬 변화, 바이러스 감염 등의 외부 인자에 의해 자가 면역 반응이 촉발되어 자가 항체가 만들어지고, 이들 자가 항체가 체내의 여러 장기를 공격하여 염증반응을 일으켜 발병하게 된다.

이는 성인이나 소아에서 모두 적용되는 원인으로, 연령에 따라 다른 원인이나 기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5세 미만, 아주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드문 경우에는 특정 유전적 변이로 인해 루푸스 내지는 루푸스 유사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어 다른 진단 및 치료적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루푸스는 전신에 다양한 형태로 발현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마다 발현 증상이 다를 수 있지만, 성인에서 30~60%에서 신장 침범이 동반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소아의 경우에는 발병 당시 많게는 70%에서 신장 침범이 동반되어 루푸스 신염의 증상인 단백뇨, 혈뇨, 신기능 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고, 그 중증도도 성인에 비해 심한 경우가 많다.

활성도 및 중증도가 높은 루푸스 신염의 경우에는 소아의 경우에도 고강도의 면역억제제 치료를 진행하게 되며, 관해 유도에 도달해야만 장기적으로 신기능으로 보존하고 재발을 예방하여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외에 소아에서 백혈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등의 골수 침범증상이나 관절염, 발진, 원인을 알 수 없이 수 주간 지속되는 불명열의 증상으로 루푸스가 발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 혈액종양 질환 또는 비정형적 감염과의 감별을 위한 여러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루푸스의 경우 면역억제제가 치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저 감염이나 혈액종양 질환을 배제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약물의 강도, 기간이 달라지는 것은 성인이나 소아나 모두 비슷하지만, 각각의 증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약의 종류, 용량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최근 도입되고 있는 생물학적제재 중 BAFF inhibitor인 벤리스타(Belimumab) 의 경우 국내에서는 만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표준요법으로 3개월 이상 치료중인 자가 항체 양성 활동성 전신 홍반 루푸스의 증상에 사용이 허가돼 있다. 아직 18세 미만에서 사용 허가가 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적이나, 작년 미국 FDA에서 5세 이상 소아의 루푸스 신염에서 사용 승인이 됨에 따라서 국내에서도 사용 연령 및 적응증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아의 경우,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기존의 면역억제제 사용에 있어서 특히나 성장, 발달, 가임력 보존 등을 고려하며 약물의 가능한 합병증들에 주의하며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Clin Immunol . 2022 Jan:234:108907. doi: 10.1016/j.clim.2021.108907. Epub 2021 Dec 8.  (그림 Ref)
Clin Immunol . 2022 Jan:234:108907. doi: 10.1016/j.clim.2021.108907. Epub 2021 Dec 8.  (그림 Ref)

완치는 없지만 조절이 가능한 질환

자가면역 질환의 경우 '완치'라는 개념보다 '조절'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치료 목표를 정한다(Treat to Target). 최소의 약물, 나아가 가능하다면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증상이 없는 상태로 질환이 잘 조절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뜻이다.

루푸스 환자에서도 경우에 따라 일생에서 한번의 증상 이벤트가 치료로 잘 조절되어 더 이상의 재발이 없을 수도 있고, 살면서 여러 차례 재발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최초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계속 악화되다가 여러 장기의 기능부전으로 진행하여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각 환자에게 약물을 사용함에 있어 질환의 조절이 잘 되고 있는지, 약물의 지속이 꼭 필요한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치료의 범위를 결정하고 투약을 진행하게 된다. 굳이 “완치” 라는 개념을 찾자면, 약물로 증상 조절이 잘 되어 약물을 서서히 감량하여 중단하고도 재발없이 잘 지내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질환 자체는 잠재되어 있고 활성화되지 않는 상태이므로 증상의 재발이 없는지 주기적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반대로, 우연히 또는 여러 이유로 진행한 혈액검사에서 루푸스의 자가 항체들이 유의미하게 발견되지만 임상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들도 있다. 통상적으로 루푸스의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전부터 자가항체들이 혈액에서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잠재된 루푸스로 보고 질환이 활성화되지 않는지 역시 주기적으로 추적하며 발병 여부를 주시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루푸스는 어떤 스펙트럼 위에서 잠재되어 무증상으로 지내는 경우부터 아주 활동성 질환으로 심한 임상경과를 보이는 경우까지 환자마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소아 연령에 발병한 루푸스의 경우, 기대 여명이 길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그리고 일생의 주기에서 지속적으로 질환의 활성도를 모니터하면서 필요시에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여 가능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후유증을 최소화 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겠다.

정지원 교수
정지원 교수

정지원 교수는 원광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수련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신장/류마티스 분과 임상전임강사로 소아 신장 질환 소아기 류마티스 질환 면역질환에 대해 치료하고 있다대한소아신장학회대한류마티스내과학회대한신장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선희 교수
임선희 교수

임선희 교수는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 가천대 길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수련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임상조교수로 근무하며, 소아청소년 신장 및 류마티스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장학회, 대한소아신장학회, 대한류마티스학회,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정회원이며,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보험이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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