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김광남 교수에게 듣는 '소아류마티스관절염'
30대 전후 여성에 흔한 '류마티스관절염'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가 앓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성인에게 흔하다. 그렇다면 소아에게도 류마티스관절염이 생길 수 있을까? 그렇다. 흔하지 않지만 소아에게도 류마티스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명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광남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유튜브 채널 '엔젤스푼TV'에서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은 만 15세 이하에 발생하는 류마티스관절염으로 관절 손상과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흔히 소아에게 류마티스관절염이 없다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소아에게도 류마티스관절염이 생길 수 있고, 염증을 놔두면 성인처럼 관절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관절 구축' 현상으로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또 관절의 염증 탓에 저신장이 초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희귀질환 범주에 속한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하는 기준은 현재 명확히 나온 게 없다. 다만 관절 침범 부위가 5곳 이상이면 '다수형 소아류마티스관절염', 관절 침범 부위가 4곳 이하이면 '소수형 소아류마티스관절염', 전신 발열 형태로 나타나면 '전신형 소아류마티스관절염'으로 분류할 뿐이다.
3가지 소아류마티스관절염 범주 중 성인과 달리 소아에만 나타나는 유형이 있다. 바로 '전신형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이 그것이다. 김광남 교수는 "전신형은 열이 나면서 패혈증처럼 나타난다. 고생 고생하다가 관절염이 하나 생기면 그때 알게 된다"고 짚었다.
전신형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은 특유의 열 패턴을 보인다. 김 교수는 "특징적으로 하루 두 번 열이 난다"며 "또 약을 안 써도 열이 금방 떨어진다. 간헐적 열이라고 해서 굉장히 특징적인 열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전신형 류마티스관절염 가운데 아주 위험한 사인이 있다. 바로 대식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로 생기는 '대식세포활성화증후군'이 그것이다. 대식세포활성화증후군은 사망을 초래할만큼 치명적이다.
김광남 교수는 "열이 절대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된다. 그래서 이때는 대식세포가 우리 몸에서 얼마나 활성화됐나 골수검사를 해야 된다"며 "대식세포가 증가돼 있을 때 치료를 안 하면 사망한다. 이런 경우에는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신형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은 전신에 염증이 초래되면서 간도 커지고, 임파선도 커지고 몸에 발진도 나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치료를 해야 한다.
이외에 소아류마티스관절염 때문에 실명이 초래되기도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이 눈에도 올 수도 있는 까닭이다.
김 교수는 "소아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13~14%에서 포도막염이 발생한다"며 "눈은 카메라 렌즈 조리개처럼 햇볕을 쬐면 조여있고 어두우면 조리개가 커진다. 그런데 염증이 1~2년 계속 있으니 조리개가 염증으로 인해 섬유화돼 굳어져 펴지지 않는다. 포도막염에 밴드 각막병증(석회화 각막병증)도 생겨서 눈에 가려지면 밴드를 또 긁어내야 된다. 또 계속 재발해서 환우 중 실명하는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소아류마티스관절염 중 실명 위험이 더 높은 유형이 있다. 바로 '소수형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이 그것이다. 김광남 교수는 "소수형의 경우에는 24%로 훨씬 포도막염이 잘 온다"며 "눈이 안 아프고 눈이 충혈되지 않아 몰라서 안과를 안 가는데, 소아류마티스관절염 환아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안과 진료를 주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은 성인에게 생기는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이 자가면역질환이다. 따라서 전신홍반루푸스나 갑상선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될 가능성도 있다. 관절에 열감이 있고 통증과 부종이 동반돼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이 의심될 때, 루푸스검사와 갑상선검사를 같이 하는 이유이다.
김 교수는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약은 없다"며 "때문에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해서 염증이 올라왔다고 하면 그 염증을 치료해준다"며 "이 염증이 어디서 왔는지는 혈액검사로 판단한다"며 주기적으로 다른 자가면역질환의 동반 가능성을 두고 검사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 기준이 6주 이상 관절 손상과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로 한정한 이유가 있다. 관절에 침투해 염증을 초래하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감기 끝에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고 바이러스가 관절에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절염을 '일과성 관절염'이라고 한다.
김광남 교수는 "바이러스가 들어와 초래하는 일과성관절염은 대부분 한 달 이내 좋아진다"며 "그래서 소아류마티스관절염은 6주 이상이어야 된다고 기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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