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저인산혈증' ②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 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H)’은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 중 하나로, 발생 빈도는 약 20,000분의 1로 추정되는 극희귀질환이다. 유전적 구루병 중에서는 가장 흔한 형태이며, X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으로 대부분 어릴 때부터 질환 양상이 나타난다.

X 염색체에 위치하는 PHEX(phosphate regulating endopeptidase homolog X-linked) 유전자의 병적 변이에 의해, 인대사에서 중요한 혈액 속 인산염의 농도를 조절하는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GF23)가 지나치게 많아져 콩팥의 인산염 재흡수의 장애로 인해, 저인산혈증이 유발되어 발생하게 된다.

앞선 컬럼에서 언급하였듯이, 인산염은 우리 몸에서 여러 다양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저인산혈증으로 유발되는 증상은 전신에 거쳐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심각한 정도는 환자마다 다르나, 뼈 발달의 장애에 따른 성장 지연, 저신장, 구루병(휘어진 다리), 골연화증 및 뼈 통증, 골관절염, 치아 농양, 청력 장애 및 근육통증 동반 근육기능 장애의 특징 등으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이 이렇게 다양하다 보니, 환자의 삶의 질이 좋지 않을뿐더러, 질환의 관리를 위해 평생 동안 치료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또한 전신적인 증상으로 인해 병원에서 하나의 과 진료만이 아닌, 다학제적인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환자 개인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이라 할 수 있다.

XLH의 진단은 임상학적인 소견 및 가족력으로 먼저 의심해볼 수 있으며, 혈액학적 검사에서, 신장에서의 인산염 소실로 인한 저인산혈증(인수치 저하)과 알칼리 포스파타제 수치의 증가가 대표적 특징이다. 영상의학적 검사(X-ray)로 시행한 방사선학적 특징상 가성골절, 척추협착증, 퇴행성 관절염, 척추 및 관절의 인대염 등의 관찰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FGF23 수치의 증가는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검사 비용이 비싸며, 연구목적 이외에는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유전학적인 검사로 PHEX 유전자의 돌연변이 분석을 통해 70~90%의 확률로 진단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역시 가격의 부담이 큰 검사이므로 활발하게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XLH의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인산염을 모니터링하며 정상 범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심한 저인산증의 심각한 합병증으로는 용혈, 근유연화증, 골절, 호흡부전 및 좌심실 기능 부전 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산염 및 활성화 비타민 D의 보충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XLH 환자 치료의 현재 목표는 혈청 인산 수준을 정상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통증 및 골연화증 범위를 줄이는 등의 증상을 개선하고, 골절 치유를 가속화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뼈 및 관절 통증 인식은 개인마다 매우 다르고 주관적이므로 환자의 보고를 통해서만 평가가 가능하며, 이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걷기, 서기, 앉기의 어려움 및 움직임 범위의 제한과 같은 신체적 기능 제한까지 이어져 여러 가지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질환의 주요 특징인 골연화증은 뼈의 질 및 리모델링을 손상시키는 결함을 특징으로 하여, 인산염을 정상화 시키게 되면 골연화증의 범위를 줄일 수 있고, 골절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단순히 약물 복용이라 치료가 쉽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어린 시기부터 최소 하루에 4~6번이나 경구 알약으로 인산염 및 활성형 비타민 D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지친 환자들은 종종 치료를 중단하거나 불완전하게 복용하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치료를 하는 과정 중에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이차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및 ‘신결석’ 등이 있는데 이는 약물 치료만으로 장기적 치료를 유지하는데 환자 및 의료진에게 또다른 큰 장벽이 된다.

나아가, 희귀질환의 특성상 질환의 임상시험 및 진료지침의 부족으로 인하여 다른 만성질환 만큼 사회적 관심이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처럼 진단의 지연 및 지속적 치료의 어려움으로 인해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 희소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최근 개발된 치료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임상 결과로 북미, 일본 및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부로수맙(Burosumab)이라는 약제다. 부로수맙은 XLH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FGF23를 대상으로 하는, 인간 유래의 단클론 억제항체로, 신장에서의 인산 재흡수를 증가시키고 비타민 D의 활성 형태인 1,25-dihydroxyvitamin D의 생산을 통해 장에서의 인산 흡수를 강화하는 기전을 가졌다.

부로수맙은 XLH 환자들의 혈청 인산 농도를 증가시켜 XLH의 특징적인 질병 증상을 개선하고, 골격 및 근육 합병증을 완화하며, 장애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부로수맙의 XLH 치료제로서의 도입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지만, 최근 여러 가지 연구 결과 등에서 XLH 환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XLH환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로수맙에 대한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신약인 부로수맙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질환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관심도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

이유미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애나 의과대학 해부학, 세포생물학과에서 연수한 후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대사질환 및 희귀질환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을 주로 담당하며, 현재 대한내분비학화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총무이사, 내분비학회 사회공헌이사, 대한내과학회 교육이사 등을 맡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김경진 교수는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대사질환 및 부신질환, 희귀질환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을 치료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다. 그외에도 대한내분비학회 연구위원회, 보험위원회, 빅데이터위원회, 편집위원회 및 대한골대사학회 역학위원회, 대한폐경학회 골다공증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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