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저인산혈증' ①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 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골다공증이 생길 나이도 아닌데 이유 없이 자꾸 골절이 돼 전해질 검사를 받았는데 ‘인산염’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와 의사의 권유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인산염'? 과학시간에나 들어봤을 법한 이 물질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인산염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전해질 가운데 하나다. 여러 전해질이 있으니 하나 정도 부족해도 괜찮겠지 할 수 있지만 이들 중 하나라도 빠지면 우리 몸은 균형이 깨져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 중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바로 인산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저인산혈증’은 질환 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인산염이 체내에서 부족한 상태의 질환군을 의미한다. 이 질환군을 이해하기 위해 인산염이 하는 역할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인산염’…부족하면 광범위한 합병증 유발

인산염의 약 85% 정도는 뼈와 치아를 구성하며, 10~15% 정도는 근육 및 세포내에, 오직 1% 정도만이 혈청과 외부세포액 내에 존재한다. 인산염은 에너지 저장 및 대사를 조절하며, 많은 효소들과 산소운반을 조절하고 나아가, 면역 및 응고 시스템에도 중요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산염이 부족하게 되면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내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아데노신 삼인산(ATP) 및 2,3-디포스포글리세레이트(2,3-DPG)의 기능 감소로 인해 모든 세포들에 이상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즉, 인산염은 근골격계 및 심혈관, 신경학적, 혈액학적 장애까지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합병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의 발생 기전(2022 대한내분비학회 희귀질환연구회 FACT SHEET)]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의 발생 기전(2022 대한내분비학회 희귀질환연구회 FACT SHEET)]

건강한 사람에서 인산염은 2.5~4.5mg/dl가 정상 범위다. 그 이하로 감소하게 되면 ‘저인산혈증’이라고 일컫는다. 인산염은 주로 유제품, 육류, 그리고 채소 등 음식물에서 얻을 수 있다. 거의 모든 식품에 포함되어 있어 항상 충분한 양이 제공되므로 적절한 배출이 중요할 정도로 부족한 경우는 드물다. 

인산염은 활성형 비타민D에 의해 촉진되어 위장관에서 흡수가 된다. 인은 신장으로 배출되지만 85% 정도 대부분이 혈액으로 재흡수 되는데, 체내에 인산염이 증가하게 되면 부갑상선호르몬이나 섬유모세포 성장인자(FGF23)가 증가하여 체내 밖으로 인산 배출이 신장에서 일어나게 되어 인산염을 조절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이 깨지게 되면 저인산혈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원인은 크게 ▲세포 내 재분배 확산 ▲장에서의 흡수 감소 ▲소변으로의 배출 증가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다른 질환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한 저인산혈증을 제외하고, 혈액 속 인산염의 농도를 조절하는 섬유모세포 성장인자(FGF23)가 지나치게 많아져 콩팥에서 인산염이 재흡수되지 않아 저인산혈증이 발생하는 질환들이 내분비 희귀질환에 속하는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이다. 

국내 154명 환자에 불과한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에 속하는 대표적 질환으로는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과 '종양성 골연화증' 등이 있다. 두 질환의 공통점은 섬유모세포 성장인자(FGF23) 관련 저인산혈증이라는 것이다.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은 PHEX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섬유모세포 성장인자(FGF23)가 많이 발생하는 유전질환으로 ‘구루병’이 이에 해당된다. 

'종양성 골연화증'은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 저인산혈증인데 대개 결합조직이나 혹은 기타 드문 종양에서, 작게 천천히 성장하는 종양에 의해 섬유모세포 성장인자(FGF23)가 많이 발생하여 유발된다. 

안타깝게도 두 질환 모두 드물기 때문에 많은 연구 및 진료지침이 부족하다.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다보니 여러가지 합병증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사회경제적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특히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에 대한 역학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제한적이다. 주로 소아에 중점을 두다 보니 성인에서의 장기 예후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 최근 FGF-23에 대한 재조합 인간 IgG1 단일클론 항체인 ‘부로수맙’이라는 신약이 어린이와 성인에서 저인산혈증 구루병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최근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에서는 국내 최초로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 역학 연구가 진행됐다. 다기관으로 진행된 병원 데이터 기반의 연구가 아닌, 건강보험공단 맞춤형 코호트를 활용한 연구다. 제한적이고 조작적 정의이긴 하나 어렵게나마 연구가 진행돼 발표가 됐다.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 연도별 발생추이 (2022 대한내분비학회 희귀질환연구회 FACT SHEET)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 연도별 발생추이 (2022 대한내분비학회 희귀질환연구회 FACT SHEET)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18년까지 국내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 환자는 약 154명 정도다.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아가 성인보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질환과 연관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도별 발생 추이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평균 연령은 소아에서는 6.3세, 성인에서는 평균 50.9세였다. 남녀 비율은 거의 유사하다. 이 질환군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을 포함한 동반질환 유병률은 이 질환이 없는 군 대비 2~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세 이상 성인에서의 질환 관련 합병증 위험도는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만성신부전, 심부전, 골절 등을 포함하여 2~63배 정도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전체 사망 위험도도 질환이 없는 군보다 3.4배 정도 높았으며, 입원하는 위험도도 약 1.8배 정도 높아 사회 경제적 부담이 높은 질환임을 알 수 있었다. 

국내에서 어렵게 진행된 이러한 역학연구 결과로 미루어볼 때 '만성 특발성 저인산혈증'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위해서라도 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질환이라 정보의 제한이 있는 만큼 환자 및 가족, 의료진, 더 나아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

이유미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애나 의과대학 해부학, 세포생물학과에서 연수한 후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대사질환 및 희귀질환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을 주로 담당하며, 현재 대한내분비학화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총무이사, 내분비학회 사회공헌이사, 대한내과학회 교육이사 등을 맡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김경진 교수는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대사질환 및 부신질환,  희귀질환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을 치료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다. 그외에도 대한내분비학회 연구위원회, 보험위원회, 빅데이터위원회, 편집위원회 및 대한골대사학회 역학위원회, 대한폐경학회 골다공증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