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저인산혈증' ④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섬유아세포 성장인자-23(FGF23)의 발견은 이전 컬럼의 질환들과 연결되는 중요한 포스파토닌으로, 여러 저인산혈증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에서 모두 FGF23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는 치료의 계기가 됐다. 

앞서 병의 기전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FGF23의 증가는 신장의 근위 세뇨관에서 나트륨-인산염 공동수송체의 발현을 억제하여 신장에서의 인산 재흡수를 억제시키고, 25-하이드록시비타민 D를 1,25-디하이드록시비타민 D로 전환하는 1-α 하이드록실라제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저인산혈증을 유발시킨다. 

이와 같이 FGF23 과잉으로 기인한 저인산혈증성 구루병과 골연화증은 뼈 통증, 구루병으로 인한 뼈의 변형, 성장 지연, 병적 골절, 근위 근육 약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성염색체 연관 저인산 구루병(X-linked Hypophosphatemic Rickets, XLH)은 특이적으로 치아 농양, 인대병증, 골관절염, 척추 협착 등을 유발함으로써 환자의 신체 기능을 저하시키고,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상적으로 이루어진 기존 치료는 무기 인산염(20–60 mg/kg/일)과 활성 비타민 D 유사체인 칼시트리올(20–40 ng/kg/일) 또는 알파칼시돌(30–50 ng/kg/일)을 다량 투여하는 것이다. 조기에 시작될 경우 임상 결과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기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에서는 구루병의 상당한 골격 변화는 예방할 수 없다는 한계가 보고된 바 있다. 

더욱이 약제복용에 따른 위장장애 및 고칼슘뇨증, 고인산뇨증, 신결석, 이차성/삼차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의 부작용은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이 질환에 있어서 큰 고충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로수맙(Burosumab)의 개발과 임상 연구결과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부로수맙(KRN23)은 FGF23의 아미노 말단 부분에 결합하는 완전한 인간 재조합 IgG1 단일 클론 항체로, FGFR1/Klotho 복합체와 하류 신호 전달과의 상호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의 Kyowa Hakko Kirin Co., Ltd.에서 발견했고, Ultragenyx Pharmaceutical Inc.와 함께 Crysvita라는 브랜드로 개발했다. 부로수맙은 높은 FGF23의 효과를 억제함으로써 혈청 인산염, 1,25-디하이드록시비타민 D 및 성장판 이상, 골질 무기화 결함을 개선시키는 결과를 보여줬다. 이 약물은 반감기는 13~19일 정도이며, 약물 투약 후 최고 농도는 7~11일째 도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피하주사 투여 방법으로 소아에게는 2주마다, 성인에게는 4주마다 권장되고 있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소아와 성인 인구에서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에는 미국 FDA와 유럽위원회에서 XLH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나아가 2020년에는 미국 FDA, 2022년 유럽위원회에서 추가적으로 TIO 환자에도 승인됐다. 

XLH 소아를 대상으로 부로수맙 치료의 효과를 조사한 여러 임상연구에 따르면 부로수맙을 2주마다 투여한 결과 혈중 인산 수준과 구루병 심각도 지표가 개선됐다. 어린이들의 성장 및 건강 상태도 향상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기존 통상적 치료와 비교한 연구결과에서도 더 효과적임이 확인됐다.

성인 XL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역시, 부로수맙을 4주마다 투여했을 때 12개월 동안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과 비교시에도 혈중 인 수치의 정상화 및 기존 골절의 완전 치유 비율이 높음을 확인했다. 

XLH와는 달리 TIO 환자들에서는 부로수맙의 골절 치유 효과가 조금 미약하긴 했지만, 병변을 찾을 수 없거나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에서 선택해 볼 수 있는 차선책이라 할 수 있다.  

부로수맙은 10mg/ml, 20mg/ml, 30mg/ml 용량으로 단일 용량 바이알에 제공되며, 부로수맙의 용량은 혈청 인수치를 모니터링 하면서 4주 간격으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부로수맙 투여는 구강 인산제 및 활성 비타민 D 유사체를 투약하는 경우, 정상 범위 내 또는 그 이상의 혈중 인 수치를 가진 경우, 또는 심한 신장 기능 장애 또는 말기 신장 질환 환자에서는 고인산혈증을 유발할 수 있어 금기증에 해당한다. 

부로수맙 관련 부작용은 여러 임상 연구에서 소아 및 성인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잘 견디는 것으로 보고됐다. 중대한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이나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주요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 반응, 발열, 두통, 사지 통증, 관절통, 기침, 구토, 치아 농양, 충치, 설사, 변비, 발진 등이 보고됐고, 일부 연구에서는 부로수맙 그룹에서 치아 농양이 더 자주 보고됐지만 이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었다.

성인 대상 XLH 연구에서는 허리 통증, 두통, 치아 농양, 하지불안증후군, 어지러움, 코감기, 고인산혈증 등이 보고됐고, TIO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부 환자에서 이상 무기화증, 근육 경련, 낙상, 종양 진행, 기침, 상부 호흡기 감염, 코감기, 요로 감염 및 설사, 비타민 D 수치의 감소가 보고된 바 있다.

부로수맙의 연간 치료 비용은 소아의 경우 약 16만 달러(약 2억원), 성인의 경우 약 20만 달러(약 2억6,000만원)로, 전통적인 치료 방법에 비해 100배 이상 높다. 신체적, 사회적 제약이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기존의 통상적 치료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리 효과가 매력적이라 할지라도 부로수맙 치료 비용을 직접 지불하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낼 것이다.

이로 인해 부로수맙의 사용은 건강보험 시스템이 이 약을 승인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고 약제가 개발됐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월에서야 소아 XLH 환자에게서만 먼저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러나 부로수맙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3년)의 연구에서 나온 것이며, 장기적인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고, 정형외과 수술의 발생률 감소나 성인 골관절염 위험 감소까지 이어지는 장기간의 효과에 대한 결과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또한, 성인 XLH 환자에서 부로수맙은 골절 치유, 뼈 통증 감소 및 골연화증의 조직학적 특징 개선을 가져오지만, 인대병증/척추 협착증과 같이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까지 호전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효과를 입증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심각한 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전통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에 부로수맙 치료가 정당화될 수 있겠으나 부로수맙의 높은 비용과 장기적인 결과 부족을 고려할 때 진단초기에는 전통적인 치료를 일단 시작해보고,  8~12개월 정도 시도 후 반응이 없는 경우 부로수맙을 시도해 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

이유미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애나 의과대학 해부학, 세포생물학과에서 연수한 후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대사질환 및 희귀질환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을 주로 담당하며, 현재 대한내분비학화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총무이사, 내분비학회 사회공헌이사, 대한내과학회 교육이사 등을 맡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고대안암병원 김경진 교수

김경진 교수는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대사질환 및 부신질환, 희귀질환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을 치료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다. 그외에도 대한내분비학회 연구위원회, 보험위원회, 빅데이터위원회, 편집위원회 및 대한골대사학회 역학위원회, 대한폐경학회 골다공증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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