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치료의 역설…신약 등장으로 문제 해소
우리 몸에 꼭 있어야 하는 인산이 혈액 내 부족함으로써 다리가 휘어지는 '저인산혈증 구루병'이 초래되는 병이 여러 개 있는데, 이중 가장 흔한 병은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H)이다.
2만명 당 1명 꼴로 생기는 이 희귀질환은 소변으로 인산이라는 영양분이 빠져나가는 질병으로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초래돼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이라고 부른다.
이런 까닭에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치료는 체내 부족한 인을 보충하는 치료를 해왔는데, 이것이 병을 더 악화시킨다. 이 치료가 인 수치를 조절하는 물질인 FGF23(섬유아세포 성장인자23, Fibroblast Growth Factor23)에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유튜브 채널 '엔젤스푼TV'에서 "우리 몸에 인이 올라가면 FGF23이 올라가고 원래 병 때문에 FGF23이 올라가 있는데, 더 올라가 병의 기전을 더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인 보충치료가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을 왜 더 악화시카는 것일까. 인을 줘 환자의 혈액 내 인이 너무 많아지면 혈액 내에서 칼슘 수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부갑상선호르몬이 저칼슘혈증에 대한 경고등을 켜면서 뼈에서 칼슘을 끌어낸다.
강 교수는 "부갑상선호르몬이 활성화되면 뼈가 더 약해지고, 인을 보충하는 치료를 통해 인 수치가 잠시라도 올라가면 우리 몸에 FGF23이라고 하는 혈액의 인을 적절히 조절하는 물질이 또 올라간다"고 말했다.
인이 부족한 병이기 때문에 인을 보충해준다는 단순한 치료 방식이 'FGF23 증가'로 생기는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에서 FGF23을 더 증가시켜서 병을 더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의 치료법이 FGF23를 타깃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FGF23을 일하지 못하게 하는 단클론항체(하나의 항원 결정인자에만 면역반응을 하는 항체) 신약이 개발된 것이다. 크리스비타(성분명 부로수맙)가 그것이다.
강희경 교수는 "크리스비타를 쓰면 정말 신기하게도 한 번만 맞아도 인이 정상이 된다"며 "신약으로 치료하면 거의 정상적인 키와 골 변형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약은 2주마다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가의 약으로 1년 전만 해도 환우들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의 예후를 바뀔 수 있게 됐다.
현재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환아는 걸음마를 시작한 뒤 흔히 발견된다. 강 교수는 "다른 곳의 뼈는 사실 대개는 괜찮은데, O자 다리가 굉장히 심해지거나 X자 다리가 되는 등 하지 변형이 생기게 된다"고 이 병의 주요 증상을 설명했다.
강희경 교수는 "아이들이 병원에 올 때는 키가 크지 않는다 혹은 걷기 힘들어 한다, 잘 걷지 못한다고 하는 증상으로 온다. 검사를 해보면 뼈에는 구루병이 있고 혈액검사를 해봤더니 인 수치가 너무 낮다고 해서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은 어느 정도 병이 진행돼야만 발견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강 교수는 "신생아 때도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며 다리 변형이 있거나 키가 잘 크지 않을 때 혈액검사로 인 수치가 낮고 소변으로 빠지는 인이 많으면 이 병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병으로 골 변형이 악화되면 수술로 교정하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또 다시 골 변형이 와 또다시 수술치료를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강 교수는 "모든 구루병(다리가 휘는 병), 모든 하지 변형에는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며 빠르게 치료하면 키도 거의 정상 성장이 가능하고 골 변형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아이의 삶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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