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특화 조직 구축하고 생산시설 등에 투자
장두현 대표 "차별화된 전략으로 1위 공고히할 것"
작년 매출 등 고공성장…올해 1조 클럽 가입 노려

보령 장두현 대표이사
보령 장두현 대표이사

지난해 고공성장을 기록한 보령이 올해 그 성장세를 이어가 ‘1조 클럽’ 가입을 노린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전 사업 분야에 걸친 매출 증대와 항암제 분야에서의 성공 등이 자리하고 있다.

보령 장두현 대표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산업협회 기자단과 만나 지난해 성과와 올해 계획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령은 지난해 매출 8,596억원, 영업이익 6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13%, 20.6%의 성장했다.

장두현 대표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다. 이는 고객들의 도움과 임직원의 노력 덕분”이라며 “올해는 HK이노엔과 공동판매하는 케이캡과 자사 주요 제품인 카나브가 1500억~18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조원 매출 달성을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매출) 1조원이란 금액에 도달하면 보령의 영업적, 유통적 실력을 재입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두현 대표는 특히 항암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한층 더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항암제의 처방액 규모는 3조원 대로, 이 중 다국적 제약사 제품의 비중이 76.4%, 국내사 비중이 2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령은 항암제 처방액 상위 10개 기업 중 유일한 국내기업(4위, 약 2,478억원)으로 자리했다.

장 대표는 “보령은 K-제네릭 항암제의 개발을 통해 암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 여건을 확보하는데 힘쓰고 있다”며 “항암제는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아 수급 불안정의 우려가 상존하는 의약품이다. 하지만 보령은 항암제 경쟁력을 토대로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라는 사업적 성과를 일궈왔다. 이제는 사업적 성과를 넘어 우수한 품질과 경제성을 갖춘 항암제를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더욱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의 지적대로 항암제는 높은 해외 의존도로 수급이 불안정한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보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에서는 252건의 의약품 공급중단, 176건의 의약품 부족이 보고됐다. 특히 일부 필수항암제 또한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암환자들이 치료 일정을 미루거나 다른 약제로 대체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해 환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보령은 왜 수지타산도 안맞는 항암제를 만들까?

항암제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처방 선호 경향이 뚜렷하고, 신약 뿐만 아니라 제네릭도 개발 난이도가 높아 생산 및 수입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수급 불안정의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제네릭 항암제의 경우 일반적인 생물학적동등성시험(또는 이화학적동등성시험) 보다 까다롭다.

그도 그럴 것이 치료가 시급하고 약물 반응에 민감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험약에 대한 환자 모집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안전성 평가 항목 설정 등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네릭 항암제는 개발이 녹록치 않다. 이에 더해 항암제 생산을 위해선 별도의 전문적인 제조 시설과 숙련된 인력 등도 필요하다.

문제는 국내 약가 시스템에서 기초 항암제는 1,000원대의 낮은 약가가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없어 국내 제약사들 중 항암제 생산을 하는 곳은 손에 꼽는다. 암 환자에게 필수적인 항암제임에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령의 항암제 전략은 한두 개의 바이오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여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차별화된다.

보령은 현재 기초 항암제부터 항암보조제에 이르는 30여 종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보령에피루비신염산염주(성분명 에피루비신), 이피에스(성분명 에토포시드), 에이디마이신주사액(성분명 독소루비신) 등은 매출원가율이 100%가 넘는 제품이기도 하다.

장두현 대표는 “원가구조에도 보령은 ‘환자 우선의 가치’를 지키며 마땅히 대체할 약물이 없는 필수항암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속적인 자가 제품 출시를 통해 항암제 국산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소화기암, 폐암, 여성암, 혈액암, 비뇨기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제네릭 및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보령은 지난해 항암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를 기존 분말 형태에서 액상주로 제형을 개선했다. 기존 제품은 분말 형태라 희석해서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반면 액상주는 바로 사용이 가능해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이다.

또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도세탁셀 액상제제 항암제인 ‘디탁셀’을 지난해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도세탁셀 제품에서 첨가제인 에탄올을 다른 첨가제로 대체해, 알코올 성분으로 인한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도세탁셀 액상제제 중 국내 최초 무알코올 제품이기도 하다.

항암제 사업 4년 만에 3배 성장, 비결은?

보령이 이렇듯 항암제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차별화된 전략이 적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보령은 2007년 ‘항암제 전담팀’을 운영하기 시작해 2019년 ‘Onco본부’를, 2020년부터는 ‘Onco부문’으로 점차 조직을 확대했다. 현재 사내에서 가장 큰 조직 규모인 ‘부문급’으로 항암제 조직을 운영하는 국내 제약사는 보령이 유일하다. 여기에 2021년에는 국내에서 유일의 혈액암 전문그룹을, 올해 1월부터는 폐암팀을 신설해 암종별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조직을 별도로 구축하기도 했다.

보령은 항암제 특화된 조직 및 전문화된 인력과 함께, 합성의약품에서부터 바이오시밀러, 항암보조치료제에 이르는 다양한 항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항암제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보령의 항암제 사업은 매년 큰 폭으로 약진하며 2019년 매출 798억원에서 2023년 2,170억원으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장 대표는 항암제 사업 전략에 대해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통해 글로벌 다빈도 항암제를 자산화, 내재화함으로써 해당 항암제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LBA란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보령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항암제 젬자,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를 인수해 자사 품목으로 전환한 바 있다. 앞으로도 치료제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다양한 오리지널 품목 인수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네릭 항암제 강자에서 항암신약 강자로

장 대표는 보령이 구축한 항암제 시장의 아성을 다른 국내 제약사는 쉽사리 넘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 대표는 “항암제 생산을 위해선 별도의 전문적인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항암제 생산에 대한 의지와 투자 없이는 항암제 시설을 구축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또 독성물질인 항암제 생산을 위해선 생산 라인에서 작업하는 작업자가 보호 장구를 갖추고 작업해야 하는 불편함 등으로 인력 유지 및 활용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존재한다”고 항암제 제조시설 구축이 녹록치 않음을 설명했다.

이어 “보령은 항암제를 대량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항암제 제조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다. 2019년 준공된 보령의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생산시설은 약리활성이 높은 의약품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최신식 ‘아이솔레이터 시스템(Isolator System)’을 대부분의 제조공정 단계에 갖췄다”며 “이런 생산 시설은 단기간에 갖추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기존 항암제들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 뿐 아니라, 마땅한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희귀암에 대한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 성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드러냈다.

보령은 또한 혈액암 항암신약 ‘BR101801(프로젝트명 BR2002)’도 개발 중이다. BR101801은 암세포의 주요 성장 조절인자인 PI3K 감마(γ), PI3K 델타(δ), DNA-PK를 동시에 삼중 저해하는 혁신신약(First-in-Class)물질이다.

BR101801은 말초 T세포 림프종(PTCL, Peripheral T-Cell Lymphoma)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로, 최근 완료된 1b상 임상시험에서 완전관해 2명, 부분관해 1명이 확인됐으며, 2021년 완료된 1a상의 결과(완전관해 1명, 부분관해 2명)를 포함해 총 19명의 1상 유효 평가 환자 중 6명에게서 효능을 확인했다.

보령은 지난해 12월 1상에 대한 결과를 혈액암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PTCL에 대해서 기존의 표준요법을 포함한 다른 치료제로 1차 이상 치료를 했음에도 치료 효과가 없거나 재발한 환자들 대상으로 우수한 임상적 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향후 PTCL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R101801은 2022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고, 지난해 8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 시, 조건부 허가를 통해 2상 완료 후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어 조기 출시가 가능하다. 보령은 올해 1분기 중으로 1상 최종결과 보고서를 완료하고, 올해 내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보령은 ‘국내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라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빈도 필수항암제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K-항암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공급함으로써, 암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여건을 제공하는 등 항암제 주권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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