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셔병, 1형·2형·3형으로 나뉘어…임상적 증상도 다양
헤모글로빈·혈소판 수치 낮고 간·비장 비대 시 의심을
올해 1월부터 '신생아선별검사'로 조기 진단 가능해져
고셔병은 파브리병, 폼페병 등과 함께 리소좀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s, LSD)으로 분류되는 유전성희귀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으로 꼽힌다. 체내 손상된 세포나 불필요한 성분을 소화‧처리하는 세포기관인 '리소좀'의 특정 효소 기능이 결핍되는 희귀질환인 까닭에 리소좀이 소화‧처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몸에 독성물질이 오래 축적되면 각종 대사질환 장애를 유발하며 체내 주요 장기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82년 프랑스 의사인 필립 고셔(Philippe Charles Ernest Gaucher)가 어려서부터 비장이 커지고 빈혈이나 잦은 출혈, 감염이 나타난 환자를 학회에 보고하면서 고셔병은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1959년에는 고셔병이 상염색체 열성유전질환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1965년에는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 결핍이 발병 원인으로 확인되며 리소좀축적질환으로 분류됐다.
고셔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 결핍이 원인이지만 임상적 증상이 세 갈래로 나뉘어 현재는 제1형, 제2형, 제3형으로 구분하는 데다 환자가 워낙 드물고 다양한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타 질환과 혼동 가능성이 있어 현재 진단‧치료가 늦어지고 있다. 실제 진단까지 평균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약 13년으로, 진단방랑이 심각한 질환으로 꼽힌다.
고셔병 아형 유병률은 대륙별, 나라별 차이가 있다. 유럽과 미국의 고셔병 환자는 제1형 환자가 94%, 제2형 환자가 1%, 제3형 환자가 5%인데 반해 우리나라 고셔병 환자는 제1형이 39%, 제2형은 22%, 제3형은 39%의 분포를 보인다. 일본은 제1형 고셔병이 34%, 제2형이 23%, 제3형이 43%로 비교적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셔병 아형 유병률을 보인다.
제1형 고셔병의 경우 신경 증상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며, 발병연령이 매우 다양하다. 제2형은 대부분 2세 이전 진단되고 신경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3세 이전에 폐렴 등으로 사망한다. 제3형은 초기에는 제1형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2형과 같이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고, 비교적 질환 진행 속도가 느린 특징을 보인다.
보통 초기에는 쉽게 멍이 들거나 코피가 나는 등 출혈이 발생하고, 뼈 질환, 발달 지연 등 전신에 이상이 나타난다. 특히 제1형은 비장이 커지고 혈소판 감소에 따라 출혈경향이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제2형과 제3형의 경우엔 뇌졸중, 치매, 눈 근육 운동 이상, 사시, 경련 등 신경병증성 증상이 관찰된다. 또 허리와 머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하거나, 사지가 떨리고 경직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고셔병은 이같은 증상에 더해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나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있으면서 간이나 비장이 커졌을 때 의심해볼 수 있다. 병이 의심될 때는 효소분석검사를 통해 고셔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최종진단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고셔병 치료제는 현재 효소대체요법(Enqyme Replacement Therapy, ERT)과 기질감소치료법(Substrate Reduction Therapy, SRT) 두 종류가 있다. 효소대체요법은 고셔병 발병원인인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 효소를 대체해 리소좀에 축적된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를 분해시켜 글루코세브로시다아제 효소의 결핍을 방지하는 것이다. 최초의 효소대체요법 약제인 세레자임(성분명 이미글루세라제)이 대표적 치료제로 꼽힌다.
기질감소치료법은 글루코실세라마이드 합성효소를 억제해,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가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미리 줄이는 치료방법으로, 경구용 약제인 세레델가(성분명 엘리글루스타트타르타르산염)가 있다. 하지만 두 약제는 모든 고셔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레자임은 제1형과 3형에 쓸 수 있고, 세레델가는 1형에 가능하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임상유전과 오지영 교수는 “고셔병은 아형에 따라 증상 및 진행 속도가 다양하고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진단받기까지 평균 13년 정도의 진단방랑을 경험한다”며 “올해 1월부터 신생아 선별검사에 리소좀 축적질환 관련 6종 효소 활성도 검사가 포함되므로 빠른 진단으로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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