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한 축 '보체' 과활성화가 부른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절반 가량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환자에서 유전자 이상 확인돼
보체 표적치료제, 효과 높아…1년 4~5억원으로 평생 치료 어려워

우리 몸에 혈전(피떡)을 초래하는 대표적 질환은 성인병이라 불리는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으로 혈액을 끈쩍하고 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같은 성인병이 아닐 때도 피떡이 우리 몸의 혈관에 생기기도 한다. 대장균이 독소를 만들어내거나, 우리 몸의 특정 단백질의 활성이 떨어지거나, 면역체계의 한 축 '보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될 때로, 이를 통틀어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이라 하는데 국내 약 40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신장내과 정지원 교수는 유튜브 채널 'KBDCA 한국혈액암협회'에서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에는 대장균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원인이 된 '햄버거병'과 ADAMTS13 단백질 활성 결핍에 의해 혈전이 생기는 '혈전성혈소판감소성자반증', 보체계의 면역단백질이 과활성화돼 피떡이 생기는 '비정형용혈요독증후군'이 있다"며 "혈전이 생기는 원인이 다 다르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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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이 과도하게 생성될 때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혈전이 생기는 원인이 다 다른데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이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은 공통적인 데다, 원인에 맞춰 치료를 해야 질병에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이 생겼을 때 우리 몸에는 어떤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날까.

정지원 교수는 "피떡이 생기면서 혈소판이 소모되기 때문에 혈소판 수치(정상 추치 15만~45만)가 15만 이하로 떨어진다. 그 이유는 피떡이 생기면 안 되는 미세혈관 안에 어떤 이유로든 피떡이 쌓이면서 혈소판이 소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혈소판감소증 이외에 '빈혈'과 더불어 콩팥(신장), 심장, 폐, 중추신경계 손상 등 장기손상도 초래된다. 

정 교수는 "피떡이 생긴 혈관 안에 적혈구가 지나가면서 피떡에 의해 찢어지게 되면서 적혈구 안에 있어야 할 물질들이 혈관으로 쏟아져 나와 '미세혈관병성 용혈성 빈혈'이 생기게 된다"며 "또한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은 전신에 생기게 되는데, 특히 콩팥에 혈전이 생기면 콩팥의 기능도 같이 떨어지는 등 장기손상이 동반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보체의 과활성화로 인한 극희귀질환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은 통상적인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들을 배제한 뒤 진단 가능하다.

정지원 교수는 "먼저 대장균이 대변에서 검출되지 않는지를 통해서 대장균에 의한 햄버거병을 먼저 배제해야 하고, ADAMTS13 단백질 활성 결핍에 의해 혈전이 생기는 혈전성혈소판감소성자반증이 아닌지도 배제를 해야 된다"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을 때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고, 이 경우에 추가적인 유전자검사를 통해서 관련된 어떤 보체 단백의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 변이가 있는지까지 추가적으로 확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전자검사로 원인이 확인되는 경우는 국내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환자의 절반 정도로 집계되며, 추가 유전자 정보들이 쌓이면서 앞으로 원인 유전자 확인 비율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일 때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신장 손상 다른 요인의 여부, 발병 나이, 유전자 검사 결과, 과거 재발 이력, 가족력, 신장 이식 이력, 신장 외 장기 손상 이력 등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은 1년 이내 사망하거나 투석이 필요한 말기신질환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최대 40%에 이른다"며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은 조기 진단해 빠르게 치료으로써 콩팥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과거에는 비정상적인 보체를 대신해 정상적인 보체를 주입하는 혈장(적혈구를 뺀 노란 피) 주입 치료나 정상적인 혈장을 주입하면서 내 몸에 있는 비정상 혈장을 제거하는 혈장교환술 같은 보존적 치료가 이뤄졌다. 또 신기능이 떨어지면 투석이나 신장이식 등을 해왔으나 2016년 보체억제제 신약 '에쿨리주맙'이 국내 허가되면서 치료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더구나 에쿨리주맙은 조기 치료를 시작했을 때 효과가 더 높다.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발병 7일 이내에 에쿨리주맙을 투약한 그룹과 발병 7일 이후 에쿨리주맙을 투약한 그룹을 비교해 보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수록 신장기능 개선에 더 큰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더구나 주요 치료법이 에쿨리주맙으로 대체되면서 혈장주입술이나 혈장교환술 같은 치료과 관련해 나타날 수 있는 전신 감염, 폐출혈 등과 같은 합병증이나 신장이식 합병증과 면역억제제로 인한 심각한 감염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물론 에쿨리주맙으로 인해 취약해진 것도 있다. 

정지원 교수는 "보체는 정상적으로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라며 "그 중에서도 수막구균의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보체가 하고 있다. 에쿨리주맙은 보체계가 반응을 못하게 하는 약이기 때문에 수막구균에 대한 감염에 굉장히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때문에 에쿨리주맙 투약 시 수막구균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으로 발현해 고열, 구토, 전신 발진, 혈압 저하 등 중증질환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환자는 반드시 에쿨리주맙 투여 시작 최소 2주 전에 수막구균 백신 투여가 필요하다"며 "수막구균백신 접종 2주 이내 에쿨리주맙 투여 시에는 백신 접종 후 2주 동안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쿨리주맙은 이론적으로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환자에게 평생 투약하는 것이 권고되지만 국내 치료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1년에 치료제에 대한 비용만 4~5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사전승인제도를 통해 승인된 환자에게만 급여 투약이 이뤄지고 있고,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면 중단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 국내 현실이다. 

정지원 교수는 "증상이 호전됐다든지, 어느 정도 신장기능이 회복된 후에는 워낙 고가의 약제이다보니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환자가 좀 안정되면 중단 시도를 해보는 경우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며 "투약을 중단한 후에 재발하는 경우들도 있을 수 있고 여러가지 경우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찌됐건 현재 상황에서 이것을 평생 치료를 하기는 비용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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