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학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지난 칼럼에 이어 세번째로 희귀유전질환의 치료전략에 관한 이야기 하려 한다. 유전자치료에 관한 내용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당연히 유전자치료가 희귀유전질환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라고 여길 것이다. 사실 진료실에서 다양하고 안타까운 희귀유전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부모님들이 제일 먼저 질문하는 내용이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고칠 방법이 없나요?“ 또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유전자치료가 가능하다던데” 등이다. 

그러나 유전자치료 전략이 임상진료에서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유전자치료 전략의 종류도 매우 다양함을 인지해야 한다. 유전자치료란 학문적으로는 사람의 유전자 자체를 조작하여 치료에 적용함을 의미한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문제가 있는 유전자는 그대로 두고 정상적인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이다. 

유전자를 생체에 주입(전달)할 때 고려할 점도 많다. 어떻게 정상적인 유전자를 전달할 것인지, 매개체(vector)를 선택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는 다양한 바이러스들을 조작하여 여기에 정상유전자를 삽입한 후 일회성으로 인체의 특정 조직세포를 감염시켜 전달한다. 사용되는 바이러스 종류도 질환에 따라서, 목표로 하는 조직세포(예; 신경조직, 혈액세포, 간 등)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양의 정상 유전자를, 목표로 하는 조직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전달된 유전자가 충분히, 장기간 발현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매개체에 포함된 유전자를 인체에 직접적으로 목표조직에 주입하는 방법(In vivo therapy)과 인체의 조직세포 일부를 인체외부로 꺼내어 시험관 내에서 유전자를 전달한 후 이 조직이나 세포를 인체 내 재주입하거나 착상시키는 방법(ex vivo therapy)이 있다. 이런 방법들은 거의 30여년 전에 개발되어 1990년도에 처음으로 인체에 시도됐는데 adenosine deaminase라는 효소의 유전적 결핍때문에 면역체계가 망가진 복합면역결핍증 아이에게서 이 아이의 면역세포를 분리하여 정상 유전자를 삽입시킨 후 재수혈하는 방법이었다. 체내의 면역기능이 회복됨이 증명되었지만 유전자의 발현이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제 모든 유전병은 유전자치료로 완치시킬 수 있다는 장미 빛 전망으로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같은 해에 ornithine transcarbamylase라는 효소의 유전적 결핍 때문에 발생하는 고암모니아혈증을 예방하기 평생 저단백 식사를 해야만 하는 18세 환자(Jesse Gelsinger)가 유전자치료의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Jesse Gelsinger 사건은 임상시험과 의료윤리를 강의할 때 자주 한다. 문제는 연구자가 이 유전자치료제를 생산하는 바이오텍 회사의 주식을 상당량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지하지 않았고(conflict of interest), 동물실험결과에서 도출된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으며(not fully informed consent), 이 환자는 비교적 무증상의 경미한 환자로서 전통적인 치료법에도 잘 반응했는데 구태여 임상시험의 등록기준을 넓혀서(relaxation of inclusion criteria) 임상시험에 등록했다는 것이다. 이 환자의 사망원인은 아데노바이러스라는 벡터와 연관되어 고열과 간기능부전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유전자치료 후 혈액암이 발생하는 등 연이어 부작용이 보고됐다. 당연히 유전자치료는 암흑기에 빠지게 됐다. 단지 치명적인 종양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에서만 유전자치료의 임상시험이 있었다. 

역설적으로 유전자의 산물인 단백질 치료제의 개발이 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고 발현시킬 바이러스 매개체를 개발하여 2010년대에 이르러 다시 르네상스를 맞았다. 유전병에서 최초로 승인된 유전자치료제는 2012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승인된 ‘글리베라’라는 극희귀질환인 lipoprotein lipase 결핍에 의한 심한 고지질혈증 환자(필자도 평생 한 명의 환자 경험이 있음)의 치료제인데 너무 고가(수십억원)인 데다가 환자는 거의 없어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재승인신청을 안함). 연구자들이 치료제를 개발할 때 고려할 사항들(환자의 숫자, 얼마나 치명적인 병인가, 비용의 적정성)을 이 약제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6년도에는 1990년에 처음 시도됐던 adenosine deaminase 결핍질환에서 개선된 치료제 (Strimvelis)가 25년만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 후 매년 1~2개의 유전자차료제가 승인받고 있다. 예를 들면 특별한 유전자 이상에 의한 망막질환,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성혈액질환, 혈우병, 부신백질 이영양증, 유전성 표피탈지증 등이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정식으로 승인된 유전병의 유전자치료제는 10여개 정도뿐인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유전자치료 전략은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이다.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전자편집기술(genome editing)이 괄목할 만하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유전자 편집기술은 돌연변이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정상적인 염기서열로 수정하는데 효율성이나 정확성 등에 한계가 있었다. 기능이 항진된 유전자를 망가뜨려서 정상기능으로 돌리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러나 최근에는 프라임 에디팅이라는 기법도 개발되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비교적 간편하게 그야말로 변이를 수정, 편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유전자편집기술을 이용하여 유전병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는 승인되지 않았다. 아마도 내년에 유전성혈액질환에서 승인될 전망이나 사용하는 방법은 정확한 교정이라기 보다는 상위 연관유전자의 파괴에 의해 질환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전략이다. 

사실 넓은 의미의 유전자치료 전략으로서 DNA보다도 전사체인 RNA의 발현을 조절하는 전략도 유전병치료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승인된 약제들도 있다. 예를 들면 조금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antisense oligonucleotide라는 합성된 염기서열 가닥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방법인데 척수성근위측증이나 특정 유전자이상을 지닌 진행성 근이여양증 등에 사용된다. 또한 small interfering RNA를 이용하여 돌연변이에 의한 RNA의 과발현을 억제하는 기법도 있다. 급성복통과 신경증상을 유발하는 유전질환인 급성간헐성포르피리아 환자와 유전성 아밀로이드축적병에서도 이러한 치료전략이 승인됐다. 

의학은 발전하고 우리에게는 점점 사용할 연장(도구, tool)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연장을 어디에 적절히 사용할 것인가, 이러한 연장을 사용하는데 윤리적 문제는 없는가, 장기적인 임상적 안정성과 효과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유한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한 뒤 미국의학유전학전문의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 소장을 거쳐 소아청소년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 복지부 선천성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진흥원 희귀난치병정복사업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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