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학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실천하고자하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체중감량과 이를 위한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일반인들도 대단한 결심과 여간한 실천력을 가지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돼 유명인들이 사용해 효과를 보았다고 자랑하고, 약제를 개발한 회사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일도 있었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지 외모에 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리라. 

무엇이 비만이냐를 이야기할 때 여러가지 정의를 사용하나 일반적으로 체질량질수[체중(kg)/신장(m)₂]를 기준으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비만 기준을 체질량지수 30kg/㎡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에서는 아시아인의 비만 기준을 체질량지수 25kg/㎡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비만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설명하는 이론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실 비만은 유전적 경향이 커서 쌍둥이 연구에 의하면 40~70%의 체질량지수 일치율을 보인다고 한다. 소위 ‘set-point’란 이론이 있는데 비만도가 개인에 따라 정해져 있다고 하는 어찌 보면 비관적인 이론이기도 하다.

이것을 결정하고 변화시키는데는 유전적 요인 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인 운동량, 식습관, 비만을 초래하는 물질(obesogen)이 관여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비만은 여러 유전자들의 영향과 환경적 요인이 어우러져 발생하지만 매우 희귀한 유전성 비만질환은 단일한 유전적 이상에 의한다. 이들은 어린 연령에 비만이 시작되고 일반적인 식이요법 및 행동교정으로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희귀질환이 프라더-윌리 증후군이다 아버지로부터 유래한 15번 염색체의 장완 근위부의 미세결실이 원인인 경우가 75% 정도를 차지하며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 부모로부터 각각 한 개씩 유전돼야 할 15번 염색체 두 개가 모두 어머니로부터만 유래되는 단친성 이염색체는 25%를 차지한다. 어머니 나이가 증가할수록 위험도가 증가한다. 나머지 드문 원인으로는 15번 염색체의 장완 근위부의 각인(imprinting)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한 경우이거나 염색체의 불균형전위 등의 구조적인 이상에 의한다.

프라더-윌리 증후군일 때 신생아기에는 축 늘어져 있고, 울음이 약하다. 피부는 하얗고 머리카락은 갈색이다. 출생 초기에는 젖을 잘 빨지 못하고 먹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얼굴의 특징은 좁은 이마, 아몬드 모양의 눈, 아래로 쳐진 작은 세모형의 입 모양, 얇은 윗입술, 작은 턱, 진하고 끈적끈적한 타액의 증가 등이며, 손과 발도 작은 편이다. 또한 남아인 경우 음경이나 고환이 작고 잠복고환이 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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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은 2~3세에 증가되는데, 이로 인해 몸무게가 과도하게 증가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음식에 대해 끊임없이 갈망하게 되면서 음식을 훔치고 숨기는 행동과 이식증을 보인다. 강박적인 경향이 있어서 자신의 피부를 심하게 뜯어서 상처를 만들기도 하며 사소한 좌절에도 분노발작과 문제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수면장애와 수면 시에 무호흡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아동기에 나타난 문제들이 성인기에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행동문제, 학습장애, 분노발작 등은 1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이다. 뇌의 시상하부의 기능부전으로 인해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왜소음경, 잠복고환 등의 성선기능저하증을 보인다. 

또한 남녀 모두에서 사춘기가 늦게 오거나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중추성 부신기능저하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키가 작고 뼈 나이가 어린 것은 흔한 증상이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결핍이 없는 환자에서도 근력을 증가시켜서 운동발달에 도움을 준다.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골조직을 강화하며, 체내 지방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체중이 감소하고 근육량은 늘며, 키도 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모든 환자에서 성장호르몬 투여가 권고된다. 단지 명백한 2형 당뇨병이 있거나 수면무호흡, 심한 척추측만증 등이 있는 경우에는 주의를 요한다. 

성장호르몬치료가 행동장애나 음식에 대한 과도한 갈망을 개선하지는 못한다. 여러 비만치료제들의 효과를 프라더-윌리 증후군 환자에게 시험했으나 확실히 효과가 있는 비만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프라더-윌리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뇌에서 3개의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돼 임상시험 1상에서 좋은 효과를 보고했다. 

이외에도 비만이 가장 큰 문제인 여러 희귀질환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바르데트-비들(Bardet-Biedl) 증후군은 비만뿐 아니라 망막의 원추형 이영양증에 의한 시력장애와 다지증, 인지장애, 성선기능저하증 및 비뇨생식기기형, 신장기형 등을 동반한다. 

부모는 보인자이고 이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의 25%에서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유전질환이다. 조금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뇌의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의 전달체계가 식욕조절 중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전달체계와 관련이 있는 많은 희귀한 유전질환들이 알려져 있다. POMC, PCSK1, LEPR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병적인 비만이 초래되는 희귀한 유전병들이다. 다행히 위에서 언급한 질환들은 최근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셋멜라노타이드(setmelanotide)란 비만치료제가 존재한다. 

또 다른 질환으로는 알스트롬(Alström) 증후군이 있다. 상염색체 열성유전질환으로 비만과 망막이상에 의한 시력장애, 진행성인 감각신경난청, 심근병증, 2형 당뇨병, 비알콜성 간질환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셋멜라노타이드 치료 효과가 불분명해 이 질환에서는 승인되지 않았다. 

과거 10년간 유전체의학의 발달로 비만에 관여하는 수많은 유전자와 매우 희귀한 유전성 비만질환들이 알려지고 있다. 비만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치료 타깃을 발굴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매우 희귀한 유전성 비만질환의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이것이 약물리포지셔닝으로 일반적으로 흔한 비만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유한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한 뒤 미국의학유전학전문의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 소장을 거쳐 소아청소년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 복지부 선천성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진흥원 희귀난치병정복사업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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