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학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1970년대초 100만명이던 신생아 수는 2021년 1/4토막 난 26만명이다. 지난 40~50년간 신생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전혀 없다. 오히려 15~49세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마저 매년 감소하여 올해는 0.7명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수년간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이다.

더욱이 이에 영민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지원하는 비율이 올해는 전국 199명 모집에 33명만 지원했다 하니 소아청소년과 소멸론이 나올 만하다. 필자가 전공의를 시작하던 1970년대 말에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인기가 최고였다. 본과 3학년 때 미리 주임교수님을 찾아가 소아청소년과를 하겠다고 미리 찜 했던 기억이 새롭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오늘은 고령부모의 임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요즘 첫 임신이 만 35세 이상인 산모가 전체 임신의 1/3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한 논문에 따르면 선천성기형의 발생빈도가 1990년대에는 신생아 100명 당 3.7명의 빈도였는데 2010년대에는 100명 5.5 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여러 환경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산모의 고령화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연구자의 설명이다. 물론 산모의 연령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하여 상염색체의 수적인 이상이 증가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부모 양쪽으로부터 각각 한 개의 염색체를 받지 못하고 특정 염색체의 전체 또는 일부를 모계로부터만 받는 모계 유래 단친성 이염색체 현상도 잘 생긴다. 프라더-윌리 증후군 환아의 약 20%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특히 산모의 연령이 35세가 넘어 가면 염색체 21번, 18번, 13번이 세개인(삼체성) 다운증후군, 에드와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후자의 두 질환은 생존해서 태어나는 경우가 드물지만 다운증후군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1970년대부터는 임신 중기에 산모의 혈액으로 여러가지 생화학적지표를 검사하기도 하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산모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태아 DNA를 분석하여 상염색체의 수적인 이상을 스크리닝 하는 비침습적 산전검사를 고령산모에게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임신 시의 아버지의 나이와 난임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보조생식기술이 유전학적 측면에서 태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 논의이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있다. 

아버지의 나이가 많으면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질환으로는 연골무형성이라는 질환이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발생빈도는 신생아 1만5,000명 당 1명인데 아버지 나이가 50세가 넘어가면 12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외에도 아버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위험도가 높아지는 질환으로서는 두개골 조기융합증, 골형성부전증, 수질성 내분비 종양 등이 있다.

난자는 분화가 이미 진행되어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퇴화를 보이는 반면 정자는 활발히 분화를 계속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염기서열 변이가 많은 정자가 증가한다. 선천성기형이나 자폐스펙트럼, 여러 정신과적 질환에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부모가 지니고 있지 않은 새로운 염기서열 변이(de novo variant)가 여러 유전자에서 많이 발견되어서 임상적인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다.

‘돌연변이부담’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이러한 변이가 많이 축적될수록 질환의 발병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변이들은 대개 정자에서 발생함이 증명되었다. 아버지 나이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정자의 염기서열 변이 발생률은 연간 2.7%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보고된 한 임상적인 역학연구에서는 아버지 나이를 25세와 비교했을 떄 각각 35세, 45세, 55세에 태어난 아이들의 자폐, 지적장애, 신경, 정신과적 문제, 선천성 심장기형의 위험도가 아버지 나이에 따라 조금씩 증가함을 보여준다. 어떤 나이가 아버지 나이의 고연령 기준인가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일치된 견해가 없으나 대개 40~45세가 넘으면 유전상담을 권한다. 

난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생식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여러 과정(배란 유도 호르몬의 사용, 난자 채취, 인공수정 및 배양, 냉동보관, 착상 등)이 관여된다. 이 과정에서 후성유전체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즉, 유전체의 발현에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임상적 측면에서는 베크위드-위데만 증후군이 대표적인 질환인데 자연임신에 의해 태어난 아가의 경우 보다 보조생식기술에 의해 태어난 아가에게서 6배 정도 발생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을 읽고 개인적인, 또는 여러 사회 경제적 여건 때문에 첫 출산이 늦어 질 수밖에 없는데 “어쩌라는거냐!” 비난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맞다. 노령 임신으로 출산한 대부분의 신생아는 정상아다. 또한 여러 문제가 있는 환아들의 부모가 반드시 고령은 아니다. 단지 통계적으로 볼 때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니 다소 불편했더라도 오해는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분당차여성병원 유한욱 교수
분당차여성병원 유한욱 교수

유한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한 뒤 미국의학유전학전문의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 소장을 거쳐 소아청소년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 복지부 선천성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진흥원 희귀난치병정복사업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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