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교수에게 듣는 '신경섬유종증 2형에 흔한 뇌종양'
청력 떨어지는 환자 많아…치료해도 청력 좋아지지 않고 악화
뇌종양의 약 5%는 다소 생소한 '유전성 뇌종양'이다. 유전성 뇌종양은 신경섬유종증 1형과 2형, 폰 히펠-린다우병, 결절성경화증, 리프라우메니증후군, 터코트증후군, 골린증후군, 카우덴증후군, 다발성내분비종양 1형 등 각종 희귀질환에 여러 증상과 동반돼 나타나는 증후군성 뇌종양을 말한다.
이 가운데 인구 5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유전성희귀질환 '신경섬유종증 2형' 환자에게 발병 위험이 높은 유전성 뇌종양 '청신경초종'은 청력을 앗아갈 위험이 아주 높은 뇌종양에 속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민성 교수는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에서 연 ‘희귀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온라인 강좌’에서 "신경섬유종증 2형에서는 전정신경초종 또는 청신경초종이라고 부르는 신경초종이 생길 수 있고, 수막종이라고도 하는 종양과 상의세포종이라고 부르는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가운데 청신경초종은 청력 상실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신경초종은 청력에 영향을 주는 신경초종으로, 청력이 굉장히 크게 떨어지는 환자들이 많다. 청신경초종을 조기 발견해서 일찍 치료하면 청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유전성 뇌종양인 청신경초종에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김민성 교수는 "청신경초종에 의해서 생긴 청력 저하는 수술을 하거나 종양에 대한 치료를 한다고 해서 청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치료하게 되면 청력이 괜찮았던 환자들도 더 나빠지는 경과들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신경섬유종증 2형 환우에게 종양이 발견됐을 때, 청력이 괜찮은 수준이면 그 청력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치료를 보류한 채 정기적인 검진을 하면서 끌고 가는 경향이 많다.
김 교수는 "양쪽에 청신경초종이 다 생기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양쪽에 청력이 다 떨어지면 결국에는 아예 안 들리는 상황이 된다. 이런 신경섬유종증 2형 환자에서 양측성으로 청신경초종이 발견된 경우에는 치료 원칙이 청력을 최대한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력이 괜찮아도 청신경초종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가 있다. 김민성 교수는 "정기적 MRI 상에서 종양이 지속적으로 자란다거나 청력의 문제가 아닌 다른 신경학적인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결국 치료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현재 신경섬유종증 2형 환우에게 생기는 유전성 뇌종양에 대해서는 명확한 치료원칙이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신경섬유종증 2형 환자는 청신경초종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뇌종양이 뇌에서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수술 등의 치료를 하면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은 까닭이다.
김 교수는 "실제 합병증들로 인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들이 되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신경섬유종증 2형 환자에서 뇌종양 치료를 어떻게 한다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개인마다 다 다르다"며 "각 환자의 증상과 종양의 성장 속도, 종양의 위치와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할 것이냐 아니면 좀 경과 관찰을 할 것이냐, 치료를 한다면 수술을 할 것이냐 아니면 비수술적인 치료를 선택할 것이냐 등을 선택해서 치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청력 소실 측면에서 봤을 때, 신경섬유종증 2형 청신경초종 환우의 예후는 매우 좋지 않다.
김민성 교수는 "신경섬유종증 2형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게 청력 관련된 부분인데 장기적으로는 결국 양쪽 청력이 소실되는 환우들이 많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적인 여러 가지 임플란트수술 같은 것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청력 소실 외에도 신경섬유종증 2형으로 인한 유전성 뇌종양 환우의 예후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좋지 않다.
김 교수는 "신경섬유종증 2형은 중추신경계에 여러 가지 종양들이 계속 생겨나는 증후군이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생기는 종양들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좀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며 "수술 등 어떤 치료를 하거나 할 때 다른 합병증으로 생기는 신경학적인 후유장애들이 하나씩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민성 교수는 "또 종양 자체에 의해서 생기는 신경학적 후유 증상들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는 환자들이 많다"며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잘 하면 어느 정도는 불량한 예후를 극복할 수 있는 경우들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신경섬유종증 2형 환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영상 검사를 꾸준히 하면서 어떨 때 어떤 치료를 할 것이냐 하는 부분들을 잘 캐치나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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