렐리브리오, 미국에서 승인…희귀필수의약품센터 통해 투약 가능
3개월 치료 시 6,200만원…기존약들과 큰 차이 없는데 너무 비싸

희귀질환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루게릭병이라 알려진 신경퇴행성질환이다. 1920~1930년대 뉴욕 양키즈의 루 게릭이라는 야구선구가 이 병을 앓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까닭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해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는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상부 운동신경세포와 하부 운동신경세포 모두에 문제가 있을 때 루게릭병이라고 한다. 

루게릭병은 어느 부위의 운동신경세포에 문제가 생기냐에 따라서 초기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팔, 다리 힘이 빠져서 움직이기 어려울 수 있고, 혀 근육이 약해져서 식사할 때 쉽게 사례가 걸리거나 말이 어눌해질 수 있다. 루게릭이 진행되면 호흡까지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조금이라도 병을 늦출 수 있는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현재의 루게릭병 치료 전략이다. 

루게릭이 진행되면 호흡까지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조금이라도 병을 늦출 수 있는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현재의 루게릭병 치료 전략이다. 하지만 루게릭병 신약 렐리브리오는 오프라벨로 써볼 수는 있지만, 국내 의료진조차 현재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루게릭이 진행되면 호흡까지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조금이라도 병을 늦출 수 있는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현재의 루게릭병 치료 전략이다. 하지만 루게릭병 신약 렐리브리오는 오프라벨로 써볼 수는 있지만, 국내 의료진조차 현재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현재 국내에서 승인된 약제는 2가지가 있다. 인체 독성을 유발하는 글루타민의 전달을 방해하는 '리루졸'과 산화독성을 줄여줘 운동신경에 스트레스를 주는 인자들을 처리하는 '에다라본'이 그것이다. 리루졸과 에다라본은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효과는 없다. 다만 악화 속도를 늦춰주는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 가장 최근에 글로벌에서 승인된 약은 렐리브리오이다.

렐리브리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획득한 약인데, 국내에서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도 국내에서 치료가 불가하지는 않다. 한양대병원 루게릭병클리닉 의료진들이 이 약의 제조사인 아미릭스(Amylyx)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연계해 정식적인 통관 절차를 거쳐 국내 루게릭병 환우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양대병원 루게릭병클리닉 의료진들조차 렐리브리오를 환우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성원재 교수는 유튜브 채널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렐리브리오 약가는 하루 2회 4주 복용 치료에 2,100만원, 3개월 치료 시 6,200만원이 든다"며 "이것이 너무 효과가 좋은 약이어서 루게릭병의 진행을 현격하게 멈춘다면 고려해볼만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루게릭병 신약 '렐리브리오'는 어떤 약일까? 성원재 교수는 "투드카(TUDCA, 타우르소디올)라는 담즙과 관련된 물질과 나트륨 페닐부티레이트라는 소변 계통에 문제가 있을 때 사용하는 약, 이 두 가지 약제가 복합된 약"이라며 "두 개를 합치니 미토콘드리아나 세포 외 물질에서 스트레스를 낮추면서 세포 사멸을 막고 운동신경을 지켜줄 수 있다"고 렐리브리오의 치료 기전을 설명했다. 

렐리브리오는 복약 편의성도 좋다. 먹는 약으로 출시돼 한 번에 한포씩 아침, 저녁 두 번 먹으면 된다. 이 약은 안전성도 입증됐다. 부작용은 주로 위장장애였다. 그러나 이 약의 효과는 리루졸, 에다라본 등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약값은 3개월에 6,200만원이 드는 것이다. 성 교수는 "기존에 나왔던 약들과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그것이 의료진이 강력히 추천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투드카와 나트륨 페닐부티레이트를 사용한 그룹(6개월간 투약, 3주간 1일 1회 투약하다가 그 이후로는 2회 투약)에서 루게릭병 환우의 상태를 평가하는 점수(ALSFRS-R 점수)의 평균 변화율은 -1.24점/월이었고, 위약군에서는 -1.66점/월이었다. 근육의 강도 감소율, 신경손상지표, 호흡, 사망, 기관절개, 영구적인 비침습적 인공환기 또는 입원까지의 시간 등 두 그룹 간에 유미의한 차이도 없었다.  

성원재 교수는 "결론적으로 24주 동안 ALSFRS-R 점수를 통해 측정한 기능 감소 속도에서 위약보다 투드카와 나트륨 페닐부티레이트이 느린 결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너무 터무니 없는 비싼 약값을 부른다"며 현재는 렐리브리오의 성분 중 하나라도 복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해외직구로 구입 가능하고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 투드카 복용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렐리브리오 임상연구에서 사용한 투드카 용량은 하루 1g을 두 번 먹는 것인데, 용량도 그에 맞춰 복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투드카 250mg짜리라면 4개씩 하루 2번 먹으면 된다"며 "이것을 복용하는 것을 현재 상황에서는 추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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