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김정훈 교수 "신생아 안저검사 필요"
부부가 아기 출산을 기념해 첫 선물로 탯줄도장, 손발조형 등과 같은 기념물을 흔히 떠올리는데, 이제부터 아이의 맑은 눈 안쪽 부분인 '안저' 사진을 촬영주는 것은 어떨까. 몸을 1,000냥이라고 했을 때 눈은 900냥이라고 할만큼 중요한데다 의사소통이 불가한 신생아의 각종 선천성안질환은 놓치기 쉬운데, 이 귀중한 아이의 눈 건강을 안저사진 한 장으로 지킬 수 있는 까닭이다.
빠르게 조기 발견만 해도 갓 태어난 내 아이의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눈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가면서 다양한 선천성안질환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신생아 안저검사'는 이미 몇몇 병원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국내 소아안과질환 명의인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김정훈 교수는 "안저 사진 한 장만 제대로 잘 찍어주면 눈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 대부분을 찾을 수 있다"며 "이 사진 하나 찍는 게 아이의 인생을 완전히 다르게 한다"고 강조했다.
선천성안질환은 모두 희귀질환에 속하지만 종류가 꽤 많다. 태어난 뒤 한 달 내 촬영하는 '신생아 안저검사'는 망막모세포종이라는 '안암'부터 영아백내장, 가족성삼출성유리체망막병증(Familial Exudative Vitreo-Retinopathy, FEVR) 등과 같은 각종 희귀안질환을 앓는 아이를 조기 발견해 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아이의 삶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김정훈 교수는 "선천성망막질환 중 발현이 늦은 질환은 빠르게 발견하지 않아도 문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급한 질환들이 있다"며 "예를 들면 망막모세포종이라는 안암은 드물지만 1년에 우리나라에서 25명 정도 신환이 생기는데, 안저사진 한 번 찍으면 일찍 발견해 안구를 살릴 수 있는데 현재는 대부분 조기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생기는 희귀안암 '망막모세포종'의 진단은 국내에서 늦은 편에 속한다. 김 교수는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지면 눈이 하얗게 보이는데, 그때서야 안과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끔 부모가 산과에서 15만원 정도에 안저사진을 찍어서 갖고올 때가 있는데, 그런 애들은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망막모세포종의 크기가 아주 작을 때는 레이저치료를 하는 것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 하지만 레이저치료로 완치 가능한 망막모세포종을 늦게 발견하면 어떨게 될까? 김정훈 교수는 "종양이 커지면 레이저치료만으로 안 돼 항암치료를 해야 된다. 또 종양이 커져서 뇌로 전이되면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탯줄도장이나 손발조형도 아이에게 의미있는 선물이지만, 1초만에 촬영이 끝나는 안저검사는 아이의 눈건강을 지켜줄 수 있고 때론 생명을 건지는 역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신생아안질환은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안저검사를 내가 돈을 들였을 때 얼마나 효과를 볼까 얘기하는데, 태어났을 때 비록 한 눈은 잃었지만 한 눈으로 평생 살 수 있는 아이들마저도 놓칠 수 있는 것"이라며 신생아안저검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까닭에 신생아안저검사를 국가검진으로 도입하는 것까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김정훈 교수는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그나마 일부 병원 산과에서 신생아에게 안저검사를 하면서 몇몇 골라지는 아기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어른과 달리 갓난아이는 우리가 찾아주지 않으면 문제를 못 찾기 때문에 출생 직후의 아이들을 한 달 이내에 안저사진 하나를 찍어주는 국가검진사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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