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병원에서 오는 전화는 대부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조금 전 병원에서 온 전화도 좋지 않은 환자 상태에 대한 보고였다.
 
며칠 전 입원한 급성A형간염으로 진단받은 20대 환자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GOT가 1만을 넘고, PT(출혈응고시간)도 계속 증가되었다. 소아들이 A형 간염에 걸리면 대부분 몸살 감기 앓듯 지나가지만 성인에게는 종종 간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가기도 한다.

아침 회진을 돌며 전공의에게 '지금 의식은 괜챦지만, 간성혼수가 생길 수 있으며 간이식을 안하면 사망할 상황까지 갈 지도 모르겠다. 가족 중에 간이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고 했는데 아침 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다.
 
지금 상황은 간성혼수까지 온 상태. 환자가 의식이 떨어지고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게 된다. 게다가 혈액검사를 해보니 PT가 더 늘어났다. 낮에 FFP(혈액응고인자)를 수혈했지만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니 더 큰 일이다.

불행 중 다행히 동생이 혈액형이 맞는다고 한다. 지금 당장 또는 내일 간이식을 할 것은 아니지만, 언제 간이식을 안하면 사망하는 시점일지 예측이 어려우니 간이식을 응급으로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혹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오해하실까 한 말씀 드리자면, A형 간염에 걸린 대부분은 잘 회복하고 아주 일부에서만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이르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단, 누가 이렇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사망률로만 두고 따지면 신종플루보다 높은 사망률을 가지고 있는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중요한 질병이다.
 
이 환자는 그나마 이식해줄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다. 몇일 기다리는 사이에 회복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상황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환자들에게 A형 간염 백신 접종 하라고 권하면서도 정작 집사람은 항체검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나도 항체 검사를 받지 않았다. (항체 검사후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것이 판단되면 백신 접종을 하게 된다.) 내 환자가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 되서야, 이런 생각을 하다니..  오늘은 꼭 검사하러 병원에 오라고 이야기 하고 함께 항체 검사를 해야겠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