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사이 교수, HCM 치료 패러다임서 캄지오스 역할 분석
"검사법 발전과 신약 개발 노력, 진단율 상승으로 이어져"
"비침습적 치료 단계서부터 유연한 치료 접근 가능케 해"
오진 또는 미진단, 과소진단으로 인해 환자의 85%가 진단을 받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유전성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비대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이 그것이다.
진단이 늦어져 약물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되면 결국 위험 부담이 높은 수술로 이어지고, 막대한 비용과 환자의 삶의 질 저하가 발생하는 중한 질환임에도 전세계 대부분의 환자들이 진단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
하지만 미국의 HCM 치료 권위자인 클리블랜드클리닉 순환기내과 밀린드 데사이(Milind Y. Desai) 교수는 최근 HCM에 대한 질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검사법의 발전과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증가하며 진단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데사이 교수는 HCM 인식 제고에 한몫 한 치료제로 최근 개발된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를 꼽았다.
캄지오스가 그저 증상 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의 약물치료 한계을 뛰어넘어 심장의 구조 개선과 그로 인한 증상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비침습적 치료 단계에서 좀 더 유연한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데사이 교수는 "HCM은 고혈압 등 심장근육의 비대를 일으킬만한 다른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그 중에서도 환자의 상당수는 비대해진 근육이 심장에서 혈류가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나가는 좌심실 유출로 부위를 막고 있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oHCM)'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세계 HCM 유병률은 500명 중 1명 또는 200명 중 1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수백만명의 환자가 진단을 받아야 타당하지만 약 85%의 환자는 오진 또는 미진단, 과소진단으로 놓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데사이 교수는 "실제 인구가 약 3억4,000만명인 미국의 경우에도 약 70만명의 환자가 HCM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까지 진단받은 HCM 환자 수는 10만~12만명에 불과할 정도"라며 "유병률과 실제 진단 간 괴리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데사이 교수는 "최근 HCM 질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HCM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는데, 이렇게 HCM 환자 수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최근 검사법이 발전하고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한 영향이 있다"며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했거나 지나쳤던 증상들을 유의미하게 검사할 수 있게 됐고, 신약으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진단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데사이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HCM 치료 방식은 증상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HCM 치료를 위해 승인된 약제가 없었기 때문에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디소피라미드' 등의 관상동맥질환 약제를 HCM 치료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약물치료가 이뤄지다 보니, 해당 약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술 등 침습적 치료 방식밖에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캄지오스'의 등장은 HCM 치료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데사이 교수는 캄지오스를 가르켜 "기존 약물과 달리 HCM의 기저 병태생리를 표적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데사이 교수는 "심장근육을 구성하고 있는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하면 심장이 수축하는데, 정상인의 경우 적정량의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하는 반면, HCM 환자는 과도한 양의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해 심장근육의 수축력이 지나치게 강해진다"며 "캄지오스는 액틴과 마이오신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적정한 수의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할 수 있도록 조절함으로써, 과도한 심장 수축을 정상화하고 폐색된 심장 구조와 이로 인한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캄지오스의 이 같은 차별화된 효능은 지난 8월 유럽심장학회(ESC)가 약 9년 만에 개정한 HCM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됐다.
데사이 교수는 "과거 HCM 가이드라인은 개별 기관에서 보고된 소규모 관찰 데이터 또는 후향적 분석 결과, 전문가 합의(consensus opinion) 정도의 근거만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14년 이후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할 만한 수준의 데이터를 생성한 약제가 없었으며, 권고 약물 중 근거 수준(level of evidence)이 B보다 높은 옵션은 없었다"라며 "그런데 캄지오스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말했다.
캄지오스가 대규모 3상 RCT 임상연구 2건에서 유의한 효과를 확인하면서 이번에 개정된 ESC 가이드라인에서 캄지오스가 약물 옵션 중 최초로 가장 높은 근거 수준인 A로 권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데사이 교수는 "현재 HCM 치료에서 A 수준의 근거를 인정받을 수 있는 약제는 캄지오스가 최초이자 유일하다"며 "현재 미국에서도(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며, 내년 초에 새로운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사이 교수는 향후 캄지오스의 임상 적용에 대해 "우선 HCM 진단을 받은 환자에서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다면 1차 치료 옵션(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디소피라미드 등)으로 치료를 시작하지만, 해당 약제들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시 무작정 증량하며 치료를 지속하기보다 적절한 시점에 캄지오스로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다만 HCM 치료의 순서가 '베타차단제 → 캄지오스 → 수술'로 진행되는 일방향적인 과정이 아님을 반드시 알아야 하며, 환자의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각 단계를 오가며 치료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HCM 영역에도 정밀의학이 적용되고 있고, AI 기반 진단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발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할 수 있는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HCM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이 더욱 다변화되고 환자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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