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산병원 윤광현 교수에게 듣는 '브라카 유전자' 대처법

브라카(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유전성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최대 80%까지 증가하는 까닭에 브라카 유전자 변이 보인자는 이에 대한 예방과 검진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브라카 유전자 보인자에게 획일적인 예방과 검진 계획이 권유되지는 않는다. 이미지 제공=게티이미지
브라카(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유전성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최대 80%까지 증가하는 까닭에 브라카 유전자 변이 보인자는 이에 대한 예방과 검진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브라카 유전자 보인자에게 획일적인 예방과 검진 계획이 권유되지는 않는다. 이미지 제공=게티이미지

브라카(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유전성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최대 80%까지 증가하는 까닭에 브라카 유전자 변이 보인자는 이에 대한 예방과 검진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브라카 유전자 보인자에게 획일적인 예방과 검진 계획이 권유되지는 않는다.   

강릉아산병원 암센터 외과 윤광현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위험도 평가와 맞춤형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맞는 예방 및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며 브라카 유전자 변이 보유자 모두에게 획일적인 대처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약 10%를 차지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유전성 유방암을 유발하는 대표적 돌연변이 유전자는 ‘브라카 유전자’이다.

브라카 유전자는 무분별한 세포 분열을 억제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즉 종양 억제 유전자로 세포 분열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브라카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 변형이 일어나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오류가 축적돼 악성 종양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유전성 유방암이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은 일반적으로 발병 연령대가 낮고 양측성 유방암이 흔하다. 더불어 가족 중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등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이 약 40%~80%까지 증가하고 난소암, 췌장암, 자궁암, 자궁경부암, 난관암 등의 위험성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광현 교수는 “브라카 유전자는 악성 종양의 발생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특정 질환이 나타날지 여부는 ‘침투도’에 의해 결정된다”며 “침투도란 유전자 변이가 실제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브라카 유전자의 경우 침투도가 매우 높아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윤광현 교수가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릉아산병원
윤광현 교수가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릉아산병원

브라카 유전자 변이 검사는 간단하다.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평생 한 번만 검사하면 된다. 다만, 특정 조건이 있어야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검사가 권장되지는 않는다. 

유전자 검사에 대한 보험 적용은 ▲유방암으로 진단된 사람 중 가족 또는 친척(3촌 이내) 1명 이상이 특정 악성 종양(유방암, 난소암, 남성 유방암, 전이성 전립선암, 췌장암)에 진단된 경우 ▲40세 이전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60세 이하에 삼중음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양측성 유방암 ▲남성 유방암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외에도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유방암 환자의 가족 역시 검사 대상이다.

만약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인된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자신 보다 자녀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 있는데, 자녀에 대한 브라카 유전자 변이는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 해도 충분하다.  

윤 교수는 “유전성 유방암은 성인기에 발현되는 질환”이라며 “유전자 변이 검사는 검사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성인이 된 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유방암 유전자 변이 보인자’의 경우 가족력을 고려해 검진의 시작 시기와 빈도에 대한 개별화된 계획이 필요하다.

25세 이상의 경우 매년 1~2회 유방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30세 이후로는 매년 유방 촬영술과 유방 MRI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유방 MRI를 할 때는 생리 주기에 잘 맞춰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윤광현 교수는 “유방 MRI 검사의 경우 생리 주기에 따라 유선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생리 주기 7~15일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브라카 유전자는 난소암 위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30세부터 경질 초음파와 난소암 종양 표지자 혈액 검사가 권장된다.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으면, 그 환자가 진단받은 나이보다 최소 5년 이른 시기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일 때 더 예후가 좋지 않을까 흔히 걱정하는데, 조기 유방암은 다른 원인의 유방암과 예후는 비슷해 매우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브라카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이 높을 때는 예방적 수술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예방적 유방 절제술’·‘예방적 양측 난소-난관 절제술’의 목적은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윤 교수는 “예방적 유방 절제술의 경우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지만, 아직 생존 기간 향상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라며 “수술의 부작용으로 여성성 상실, 일상의 스트레스, 자신감 상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 등을 고려해 브라카 보인자에게 정상 유방에 대한 예방적 절제술은 흔히 추천되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난소와 난관을 제거하는 ‘예방적 양측 난소-난관 절제술’은 권장되는 경우가 많다.

예방적 양측 난소-난관 절제술이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과 난관암의 발생률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방적 양측 난소-난관 절제술은 일반적으로 35~40세 또는 자녀계획이 완료된 이후에 시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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