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어떻게 오셨어요?” 클리닉에 방문해 주시는 환자분들께 내가 자주 묻는 질문이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이를 통해서 어떤 걱정, 생각을 가지고 오셨는지 알아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상담을 해드릴 때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진행하면 되는지 파악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어떤 분들은 본인의 개인병력이나 가족력 때문에 혹시 자녀들이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졌을까 걱정스러워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본인의 건강이 걱정되어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주치의, 산부인과의사, 또는 종양학의사가 권장해서 왔다며, 본인이 왜 유전 상담사를 만나러 왔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 중, 본인이 원해서 오신 분들은 더러 “저희 집안에 암 가족력이 있어요”라고 대답하시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유전 검사를 했을 때, 유전적인 요인이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시고 암 유전 상담사를 찾아오시는 것 같다. 암 가족력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암 유전학 쪽에서 종사하시는 분이 아니고서는 어느 정도의 가족력이 심각하다고 분류가 되는지 잘 모르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암이라는 질병은 치명적인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질병이기도 하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구의 약 40%가 삶의 어느 순간에 암에 걸린다고 한다. 5명 중 2명이 진단되는 꼴이다. 이는 예후가 나쁜 암의 종류만 포함된 건 아니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비율임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암들 중 어느 정도의 비율이 유전적 암인 걸까?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결과를 보면 약 5~10%의 암 만이 유전적 암으로 분류가 된다. 유전적 암이라고 하면, 하나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병되는 암을 뜻한다. 클리닉에 방문하는 환자분들께 이 말씀을 드리면, 열 중 아홉은 놀라서 “그만큼 밖에 안 되나요?”라고 되물으신다. 

암은 사실 유전자에 생기는 변이에 의해서 발병하는 질병이 맞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유전자 변이는 살아가면서 후천적으로 발생한 변이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머리가 희어지고,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것처럼, 암이 발병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는 것도 노화의 한 부분이다. 물론 유해한 환경에 노출이 되거나, 흡연이나 음주 등에 인해 유전자 변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흡연자나 음주자들 또는 유해한 환경에 노출된 분들이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유전적 암일 확률이 높은 암 들을 보게 되면 여러 가지 특성이 보일 때가 많다. 첫 번째로 유전적 암은 대게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병이 되곤 한다. 대체적으로 50세 미만을 어린 나이라고 보지만, 암의 종류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성 유방암의 경우 45세 이하에 발병되면 더 의심스럽고, 전립선암의 경우 60세 이하에 발병되면 더 의심스럽게 본다. 또 가족 내에 암 발병률을 높이는 유전 인자가 있을 경우, 여러 명의 친척이 암에 걸리게 되고, 또 여러 세대를 걸쳐 걸리는 패턴이 보이곤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여러 명의 가까운 친척이 같은 종류의 암에 걸린다든지, 또는 연관된 암에 걸리곤 한다. 예를 들어, BRCA1이나 BRCA2 유전자에 해로운 유전 변이가 있는 경우, 여성과 남성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그리고 흑색종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족 내에 방금 언급된 암들이 무리 지어 발병되는 것이 보이면 BRCA1이나 BRCA2 유전 변이를 의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유전적 요인이 있을 확률이 높은 특정 희귀암들이 있다. 난소암도 그중 하나인데,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난소암의 15~20%는 유전 검사를 통해 유전적 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에서 발행한 유전 검사 기준 중 하나로 난소암 개인 병력이 있거나 가까운 친척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가 포함되어 있다.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만나면 거의 매번 이런 설명을 드리게 되는데, 설명을 들으시면서 처음에는 경직되어 있던 표정이 점점 풀려가는 것을 보게 될 때가 많다. 물론 가족 내에 대대로 물려받을지도 모르는 유전적 변이가 없다고 해서 암에 걸릴 확률이 0%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낮은 확률이라는 걸 알게 되면 큰 안도가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반면에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족력이 더 심각하고, 더 나아가 유전적 변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환자들도 있다. 

그것이 암 유전상담사로서 나의 책임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자 본인이 생각하는 암에 걸릴 위험도와 개인 병력, 가족력, 또는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실질적 위험도의 차이를 줄여드리는 것. 그리하여 암에 걸릴 확률을 줄이거나 없애드릴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검사는 줄이고, 꼭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들을 도와드릴 수 있길 바라본다.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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