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미국에서는 9월이 난소암 인식의 달이다. 며칠 전 만났던 여동생이 난소암으로 돌아가셨다는 환자분께서 난소암 인식의 달을 맞아 청록색으로 매니큐어를 칠해봤다며 보여주셨다(난소암 상징으로 청록색 리본을 쓴다). 유전 상담이라는 직업을 택하기 전까지는, 암 유전상담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까지는 난소암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었다. 지금은 난소암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제공하는 SEER(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 Program - 암에 대한 발생률과 생존율 통계자료를 모으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인구의 약 48% 정도를 커버하는 등록체계에서 정보를 가져온다고 한다) 데이터에 의하면 난소암에 걸렸을 때 5년 생존율이 약 51% 정도 된다고 한다 (https://seer.cancer.gov/statfacts/html/ovary.html). 이렇게 보았을 때는 생존율이 꽤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립선암 5년 생존율 약 97%, 유방암 5년 생존율 91%와 비교해 본다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한 여성이 난소암에 진단될 확률은 1.3% 정도로 알려져 있어 다른 암 보다 흔하게 진단되지 않는 암 중 하나다. 그런데 암이 발병했을 때 진행이 많이 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진단이 어렵다. 나타나는 증상이라고는 복부 팽만감, 복부나 골반의 통증, 조기 포만감, 빈뇨 등 암이 아니어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이르기까지 오래 걸릴 때도 많다. 클리닉에서 만났던 환자분들 중에도 주치의에게 이러한 증상들이 있다며 오랜 기간 호소했는데도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며 우시던 분들이 많이 계셨다. 덩달아 먹먹해진 마음을 붙들고 눈물을 삼키며 상담을 해드린 기억이 난다. 

전에 언급했듯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난소암의 15~20% 정도가 유전적 요인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 중 제일 흔한 유전 요인은 BRCA1, BRCA2 유전자의 병적 변이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알려진 다른 유전자들로는 린치 증후군과 연관된 유전자들(MLH1, MSH2, MSH6, PMS2, EPCAM), BRIP1, RAD51C, RAD51D, 그리고 제일 최근 가이드라인에 더해진 PALB2가 있다. BRCA1 유전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살면서 난소암이 발병될 확률이 최대 40% 정도, BRCA2 유전 변이의 경우에는 최대 20%까지 높아진다. 터무니없이 높은 확률이다.

아직까지 난소암 발병시 생존율과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된 검진 방법도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적절한 나이에(BRCA1은 35-40세부터, BRCA2는 40-45세) 난소와 나팔관 절제술을 진행하는 것이 표준이다. 위에 언급된 다른 유전자들도 일생 난소암 발병률이 5% 이상으로 알려졌을 때 난소와 나팔관 절제술을 권장한다(https://www.nccn.org/professionals/physician_gls/pdf/genetics_bop.pdf). 5%라고 하면 그렇게 높은 확률로 보이지 않겠지만, 그만큼 발병했을 때에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유전 암을 생각해 보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암이 어떤 암인가? 아마 많은 분들이 유방암을 제일 먼저 생각하실 거라고 짐작해 본다. 유전 암 연구에서 제일 많은 노력과 자금이 들어갔던 암의 종류가 유방암일 것이다. 그래서 유방암의 유전 요인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발견되었고, 그로 인해서 많은 환자분들이 알맞은 검진을 권장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각광을 받지 못하는 암들이 나는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조금씩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난소암 진단 후 또는 난소암 가족력이 있을 때 유전 검사를 진행하는 환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9월, 난소암 인식의 달을 맞아 주변에 난소암으로 돌아가신 지인들, 그 지인들의 가족들이 생각난다. 난소암 가족력으로 내원해 준 환자들, 난소암과 관련된 유전 변이가 발견된 환자들, 절제술 말고는 다른 예방 방법을 딱히 상담해 드릴 수 없는 지금이 참 어렵다. 앞으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난소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이 점점 줄어들기를 기도해 본다.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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