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선생님, 저는 제일 큰 검사로 해주세요!” 

많은 환자분들이 검사에 대해 상담해드릴 때 하는 말이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너무나 이해가 가지만 과연 제일 큰 검사가 이 환자분한테 제일 좋은 검사일까? 

최근 들어 유전적 암 위험도와 관련된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서 시험소에서 제공하는 검사 가능한 유전자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2012년도 즈음 만 해도 유방암 관련 유전 검사라고는 대부분 BRCA1, BRCA2 유전자에 대한 검사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적어도 12개의 유전자가 포함된 검사를 권장해 드린다. 

또 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NCCN)라는 기관에서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과 관련된 유전 암 증후군에 대해 진단 및 검진 가이드라인을 발행하는데, 5년 전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관련 가이드라인(Genetic/Familial High-Risk Assessment: Breast, Ovarian, and Pancreatic)에 포함되어 있는 유전자들이 약 10개 정도였다면, 이제는 16개나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가이드라인에 췌장암은 포함이 되지도 않았었는데 말이다.(16개면 별로 많지 않네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 개의 유전자가 더해지기 위해 필요한 많은 문헌 검색과 전문가들 사이의 토론들과 그 더해진 정보가 의료진들의 업무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일인 것이다. )

그런데 시험소에서 제공하는 검사에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유전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내 많은 유전클리닉에서 이용하는 Invitae라는 시험소는 ‘preliminary evidence gene’, 즉 암 발병률과 관련이 있는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던 유전자들의 검사를 특히나 많이 제공한다. 후보 유전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특정 암과의 연관성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이 유전자들은 시험소가 제공하니 검사는 가능하지만, 병적 변이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환자분들의 검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검사가 가능하긴 하니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알기 원하시는 환자분들에게 이런 정보도 있다고 말씀 드리곤 한다. 

나는 사실 이런 preliminary evidence gene이나 가족력, 개인병력에 보이지 않는 암이나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검사 받고 싶어 하시는 환자들을 만나면 이게 과연 유전클리닉에서 오더 하기에 합당한 검사인가라는 고민을 하곤 한다. 물론 나도 요즘 들어 큰 사이즈의 패널 (여러 가지 유전자를 포함한 검사를 패널 검사라고 한다)을 더 자주 오더를 하곤 하지만..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아직 실험적으로 검사를 하는 유전자라면 연구안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알맞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항암 치료 같은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항암 치료로서의 효험은 있는지, 이상 반응은 있지 않은지 연구안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그 이후에도 여러 절차를 거쳐야 치료제로 인정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같은 경우에는 그 검사를 했다고 해서 신체적으로 영향이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검사 결과의 파장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항암 치료와 유전자 검사를 동일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이 제일 큰 검사를 받고 싶다, 모든 종류의 암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고 하시면 나는 조바심이 난다. 혹시 이 검사를 받고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본인이 암에 걸릴 확률이 엄청 낮구나 하는 거짓된 안정감을 가지시면 어떡하지? 아니면 가족력과 관련이 없는 유전자에서 불분명한 변이 아니면 병적 변이가 나왔을 때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지레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드렸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간혹 본인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결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다. 

그렇지만 내가 걱정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분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검사 전 상담 때 환자분들에게 검사 옵션 마다 따르는 이득과 리스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더 잘 설명을 드릴 수 있는지, 검사 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상담드려야 이해하기 쉬우실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겠다. 옛날에는 정보가 없어서 환자들께 안내를 드리는 게 어려웠다면, 오늘날에는 정보의 바다 속에 유익하고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골라 볼 수 있도록 안내드릴 수 있는지가 어렵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환자들께 더 좋은 유전상담사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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