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며칠 전 자신이 받아본 유전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다시 검사해달라던 환자분을 만났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엄마가 메이오 클리닉 (Mayo Clinic)에서 심장 관련된 임상 실험에 참여 하셨는데 어쩌다 보니 BRCA2 유전자 검사를 받으셨다는 거다. 그런데 웬걸, 병적 변이가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아슈케나지 유대인도 아닌데 아슈케나지 유대인에게서 발견되는 변이로. 그 후에 환자도 주치의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 나와 유전 상담을 받으러 오신 거 였다.

처음엔 웃으며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지만 이런 사정을 얘기해 주면서 조금 격양되는 것을 느꼈다. 가족 내에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같은 BRCA2 병적 변이와 관련된 암은 하나도 없고, 엄마가 암 때문에 하게 된 검사도 아니었는데 게다가 유대인도 아닌데 유대인 내에서 발견되는 변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며 믿을 수 없으니 다시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이 환자는 자기가 얼마나 건강하고, 건강한 습관을 지속하려 노력하는지 줄줄이 나열하기를 반복했다. 심지어는 비대면 상담이라 마이크로소프트 Teams 애플리케이션으로 세션을 진행하는데 카메라 앞에 일어나 본인이 과체중이 아님을 강조했다. 마치 이렇게 본인이 건강한 사람임을 입증해야 BRCA2 양성 결과가 나온 것이 본인의 탓이 아닌 것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최대한 침착하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려 애쓰는 게 느껴졌지만, 계속해서 말이 빨라지시는 것과 손을 꼼지락 거리는 것을 보며 많이 불안해하는구나 싶었다. 

검사를 하기 전에 충분히 상담을 받으셨다면 결과를 받으셨을 때도 이렇게 혼란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탄식이 나왔다. 물론 상담을 자세히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또는 정말 검사를 다시 받아봐야 하는 분들도 있다. 예를 들면 검사를 받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 검사를 받아 볼 수 있는 유전자들이 더 많아졌다든지, 혹은 의심이 가는 유전자가 전부 포함되지 않았다든지 등의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적절한 검사가 진행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환자가 결과에 대한 신뢰가 없어 재검사를 요청하는 상황은 너무 안타깝다. 

환자가 진정할 수 있도록 차분히 상담을 드린 후, 안타깝게도 받아본 검사는 우리 클리닉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공신력이 있는 검사소에서 진행되어 결과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씀드렸다. 게다가 발견된 변이는 매우 잘 알려진 변이여서 더더욱 의문을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결과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다고 동의했다. 상담이 끝나갈 즈음 환자분도 감정이 많이 가라앉았고, 검진을 받으러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결과를 받아들인 것 같았다. 

요즘 미국에서는 유전상담 클리닉에 대기 시간이 적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된다. 그러다보니 그 사이에 주치의나 다른 전문의들이 검사를 오더 하는 케이스가 많다. 검사가 필요한 환자는 많은데 그 많은 환자를 볼 만큼 유전상담사가 많지 않으니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거 지역으로 인기 있는 도시를 벗어난 시골 지역에서는 차로 몇 시간이나 달려가야 유전상담사를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심지어 다른 주 유전상담 클리닉에서 진료받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는 분들도 꽤나 많다.  

다만, 환자들이 유전검사를 어느 클리닉에서 받는지 상관없이 검사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도움이 되는 정보에 대한 안내와 적절한 상담 후 검사가 진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요즘 들어 1차 진료 환경 (primary care setting)에서 시행된 유전 상담과 검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유전체 정보가 많아지고, 유전 검사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유전 상담에 양상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연구 논문들이 나오는 걸 보면 기쁘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께 도움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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