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의 Cancer Genetic Counesling]
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저희 딸은 괜찮을까요?” 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등 여성암에 걸렸거나 가족력이 있어 유전상담클리닉을 방문해 준 분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혹여나 본인의 암 병력, 가족 암 병력이 딸에게 피해를 끼칠까 노심초사하고, 또 어떤 분들은 눈물을 보이곤 한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는 내 딸은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나 당연한 마음이리라. 자식이 없는 나로서는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겠지만, 최대한 헤아려보려 하며 그 부분에 대해 상담을 드린 후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근데, 아드님도 있으시죠~” 하고.
그 반대 상황도 역시 많이 일어난다. 전립선암에 걸린 분은 주로 아들 혹은 남자 형제 걱정을 하고, 때에 따라 딸과 여자 형제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 놀란다. 물론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유전 암 증후군이 발견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 해당 증후군에 따라 연관되어 있는 암의 종류가 여러 가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에는 같은 성별의 자식이 (유방암이라면 딸, 전립선암이라면 아들)가족력에 따라 검진을 권고받게 된다.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50세 미만인데 자궁내막암에 걸린 환자분들은 린치 증후군 검사를 권고받는다. 이런 루트로 내원해 준 환자들은 대부분 린치 증후군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지 못하고 온다. “어떤 얘기 듣고 오셨어요?” 하고 여쭤보면 그저 내 암이 유전적 암인지 검사를 받아보라 해서 왔다고. 그리고 많이들 이 말도 덧붙인다. “그리고 제가 딸이 있거든요.” 만약 린치 증후군이 확진된다면, 딸뿐만이 아니라 아들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어떤 분들은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 하고, 어떤 분들은 걱정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 얼굴에 보인다.
개인 암 병력 때문에, 또는 최근의 암 진단으로 인해 유전상담을 오는 분들 중 자식이 있는 분들이 나는 개인적으로 더 마음이 쓰인다. 본인 걱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분히 무겁고 힘드실 텐데, 거기에 유전적 암이 의심되어 자식 걱정까지 더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먹먹한 느낌일까. 임신 중에 암 진단을 받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걱정을 하던 환자분부터 다 큰 자식에 손녀, 손자한테까지 너무 미안해하시던 환자분까지 눈에 선하다.
유전상담사로 일하면서 안 좋은 소식을 알려야 하는 첫 사람이 나 일때가 참 많이 있다. 대학원에서 사회적 심리 상담 교육 중 이러한 상황들을 연습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담을 “breaking the bad news”라고 부른다. 암에 걸린 것도 충격적이었는데, 거기에다 유전적 리스크까지 생각해야 하는 건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검사를 받아보실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드리고, 그 정보를 알지 말지를 환자분이 선택하실 수 있도록 상담을 드리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 유전 암 증후군이 진단되었을 때에는 그 질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가족원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가족 중 진단을 받은 사람의 성별로 인해서 본인은 영향이 있는 줄 몰랐다는 환자분들이 앞으로 점점 없어질 수 있도록, 많은 환자분들, 가족분들께 올바른 정보가 전달될 수 있길 바라본다.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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