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유전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안 좋은 결과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 그렇지만 유전 변이라는 것이 언제나 안 좋은 건 아니다.

사람들은 각각 30억 개의 염기쌍 (base pairs)을 가지고 있는데, 두 명의 다른 사람들의 유전자를 비교했을 때 1000 base pair에 1개꼴로 서열이 다르다고 한다. 이런 유전적 변이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각각의 개성을 가진 다른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2003년에 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서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개개인마다 있는 변이들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유전 검사를 진행했을 때 간혹 “불분명한 변이"가 발견되고는 한다.

유전 검사를 통해 나온 변이들이 해롭지 않은 변이인지 아니면 질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변이인지 분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이 변이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흔한 변이인지, 이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위치에 있지는 않은지 등등. 그런 절차를 거치는데 정보가 부족하거나 있는 정보가 서로 상충이 될 때에 (예를 들어 흔하지 않은 변이이긴 하지만, 유전자의 기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위치에 있다든지) 그 변이는 불분명한 변이 (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ce - VUS)라고 분류가 된다.

그럼 불분명한 변이가 발견이 되었을 때에 그 결과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실 거라 생각이 된다. 지금까지 재분류된 불분명한 변이들 중 90% 정도가 음성(negative), 곧 무해한 변이로 밝혀졌다고 알려져 있다. 즉, 대부분의 불분명한 변이들은 질병과 무관한, 우리 몸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이들 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변이들은 양성(positive), 병적 변이로 밝혀지곤 한다. 나는 환자분들께 불분명한 변이에 대해 설명드릴 때 “innocent until guilty -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인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곤 한다. 따라서 VUS는 환자분의 치료에 쓰이지 않고, 가족분들의 검사도 추천하지 않게 된다. 대신 가족력과 개인병력을 보았을 때 치료나 검사가 필요할 때엔 (VUS와는 상관없이!) 의료진과 상담 후 진행하게 된다.

그렇지만 만약에 이 변이가 발견된 유전자가 환자분이나 가족력과 일치하는 질병을 일으킬 때에는 더 조심스럽게 케이스를 다루곤 한다. 최근 우리 클리닉에 오신 분들 중 췌장암 가족력이 심한 환자분이 계셨다. 환자 본인도 췌장암에 걸려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신 상태였고, 가족들 중 몇 분 더 췌장암으로 돌아가셨거나 투병 중이라고 말했다.

유전 검사를 진행해 본 결과 CDKN2A라는 유전자에 불분명한 변이가 발견되었다. 이 유전자는 Familial Atypical Moles and Malignant Melanoma syndrome (FAMMM)라는 유전성 암 증후군과 관련이 있는데, 이름에서 힌트를 받을 수 있듯 이 질환을 가진 환자분은 흑색종이나 이형적 모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질환을 가진 환자분들이나 가족들 중 몇몇은 췌장암에 걸릴 확률도 높고, 또 어떤 가족들은 흑색종이나 다른 피부 관련 증상은 보이지 않고 췌장암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 환자분에게 발견된 VUS가 병적 변이 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조사를 해보았다. 검사를 진행했던 시험소 뿐만 아니라 다른 시험소에서도 이 변이가 얼마나 많은 환자들에게 발견되었고, 지금 어떻게 분류가 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시험소와 토의 후 가족분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했다.

여기저기 문의해 본 결과, 이 변이가 췌장암 병력이 있는 다른 한 가족에게서도 발견이 되었던 변이었고, 정보가 부족해서 아직 병적 변이로 분류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변이였다. 어떤 한 시험소는 이미 likely pathogenic (병적 변이일 확률이 90% 이상인 변이)으로 분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정보들과 가족분들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 VUS는 결국 병적 변이로 재분류가 될 수 있었다. 

환자분들도 그렇고, 의료진분들도 그렇고 VUS가 발견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헷갈려 하실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VUS가 무해한 변이라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을 작은 확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고려해야 할 상황들이 여러 가지들이 있고, 검사 후 단계가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검사 전과 후에 환자분들께 더 자세하고 알아들으시기 쉽게 설명을 해드리려 하고, 의료진분들께 보내게 되는 소견서에도 더 확실하게 써드리려고 한다.

유전 검사를 하는 건 답을 찾기 위한 것인데, VUS 같은 더 불분명한 상황이 생기곤 한다. 내가 원했던 건 명확한 답인데,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건 답답한 일일 것이리라. 그런 상황을 환자분들이 잘 헤쳐나가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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