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최근 들어 유전 검사 가이드라인이 확장되고, 검사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한 번에 여러 개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패널 테스팅 오더가 증가하고 있다. 계속해서 유전 암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들이 발견되는 것 또한 물론 이 트렌드에 기인한 것이다.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가 개발되고, multi gene panel (여러 개의 유전자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패널)이 자주 이용되기 시작한 건 2012~2013년쯤으로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 비교적 한정된 검사를 진행했을 때에는 -BRCA1, BRCA2 유전자 두 개만 포함되거나 10개 이하의 유전자만 검사되던 때-병적 변이가 발견될 때엔 거의 항상 한 개만 발견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부 고위험군 유전자들이라 그 중 하나의 유전자에서만 병적 변이가 발견되는 확률도 낮은데(유대인이 아닌 사람들 중 BRCA1이나 BRCA2 병적 변이가 있을 확률은 대략 1:400~50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개의 유전자에서 병적 변이가 발견될 확률은 더더욱 적지 않겠는가? 

물론 확률이 '0'은 아니다. 일례로 최근 우리 클리닉에 온 환자들 중 한 명의 BRCA1 과 TP53 두 개의 유전자에서 병적 변이가 발견됐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들은 정말 드물기 때문에 우리 팀 모든 사람들이 듣고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이보다 조금 더 흔하게는 중간위험군 유전자들 두 개에 병적 변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린치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 중 제일 암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PMS2 와 유방암 중간위험군 유전자로 알려진 CHEK2 두 유전자에 병적 변이가 발견된 환자분도 있었고, 또 제일 최근에 만난 환자분은 CHEK2 와 ATM, 유방암 중간위험군 유전자 두 개에 병적 변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보통 이런 케이스들에서 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은 하나다.

“저는 그럼 이제 암에 걸릴 확률이 2배로 높아지는 건가요?”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답은 “아니오"다. 

최근 브라질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방암과 관련된 두 개의 유전자에 병적 변이를 가진 환자들과 한 개의 유전자에 병적 변이를 가진 환자들의 암 발병률을 비교해 봤을 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 결과는 물론 반가운 소식이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걱정스럽기는 하다.

위에 언급한 CHEK2와 ATM, 두 개의 유전자에 병적 변이를 가진 환자분은 가족력을 살펴보았을 때 엄마 쪽, 아빠 쪽, 그 어느 쪽에서도 유방암이나 두 유전자와 관련된 다른 암 병력은 없었다. 하지만 이 환자분은 조금은 어린 46세에 유방암에 진단됐다. 물론 유방암에 걸리기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마음 한구석에 의심의 씨가 생기게 하긴 충분했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환자들에게 설명해 드릴 때 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이 환자들의 여자 형제들이나 딸들에게 이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이다. CHEK2와 ATM은 둘 다 중간위험도 유전자이고 병적 변이가 있다 한들 유방암 발병의 주원인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그 유전 변이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해도 가족력에 중점을 두고 검진을 권고 드리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유방암에 걸린 친척이 CHEK2나 ATM 유전 변이가 발견되어 내가 검사를 받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음성 결과를 받는다 해도 그 유전 변이가 가족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으므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환자의 딸들 유전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거나 한 개의 유전 변이만 발견되었을 때 그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지금의 정보로 생각해 보자면 ATM나 CHEK2 변이 둘 중 한 개만 발견되든, 두 개 다 발견되든 유방암의 위험도는 비슷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검진 권고사항은 두 유전자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그대로 상담 드릴 것이다. 그러나 두 유전자가 각각 다른 암 위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ATM은 가족력에 따라 췌장암이나 난소암 위험도에 대해 상담해야 할 수도 있고, CHEK2는 변이에 따라 대장암 위험도에 대해 상담을 하게 된다) 그것을 더해서 상담을 드려야 한다. 

이런 케이스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우리가 정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감사하게도 내가 오늘 언급한 환자분은 결과에 대해 상담해 드릴 때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불확실한 부분이 있는데도 담담히 잘 받아들이셨고, 또 가족들에게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히 이 환자분과 달리 심적으로 많이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환자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꼭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 전 유전상담과 검사 후 유전상담으로 개인들에게 알맞은 검사와 상담을 해드리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에게 검사에 대해 보수적인 편이라고 평가 받는 나조차도 물밀듯이 밀려오는 정보들과 새로운 검사 옵션들에 가끔 환자분들께 유전 검사에 대해 어떻게 상담 드려야 하는지 최근 들어 많이 고민스럽다.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에게 마땅히 제공될 수 있는 검사에 대해 상담을 드려야 하긴 하지만, 이 많은 정보들 중 어떤 정보가 환자에게 유익할지 더 잘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유전 상담사가 될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한다.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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