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다이이찌산쿄에 엔허투 급여 신청 보완자료 요청
재정분담안이 주요 관건…4월 암질심 재상정 여부도 주목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국내 암환자들의 적극적인 요구로 속전속결로 진행되던 '엔허투(성분명·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급여 논의가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부터 암초를 만났다.

심평원이 엔허투의 위암 적응증에 대한 근거 수준 및 재정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 이에 따라 엔허투의 급여는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한국다이이찌산쿄의 행보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진행된 암질심에서 엔허투의 급여 안건을 심의한 결과 '재논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 이유는 적응증 중 하나인 위암에서의 근거 수준이 낮고, 제약사가 신청한 약가로는 건보재정에 대한 영향이 막대해 재정분담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엔허투는 유방암과 위암 등 2개의 암종에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유방암은 3상 임상연구(DESTINY-Breast03) 데이터까지 갖추며 정식 허가를 받은 상황이지만, 위암은 2상 임상연구(DESTINY-Gastric01)만을 근거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암종에 따라 임상적 가치가 다르게 평가될 소지가 있는 것.

무엇보다 심평원은 엔허투가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엔허투의 급여 표시가로 병당 240만2,758원을 신청했는데, 이대로라면 1인당 연간 투여비용이 약 1억6,300만원이 소요된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위험분담제를 통한 엔허투 급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재정분담에 대한 협상의 여지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재 위험분담제를 환급형, 총액제한형, 성과기반 환급형 등으로 구분, 기업들과의 재정 부담 방안을 다각화해 시행 중이다. 즉, 제약사의 의지에 따라 당장 4월 암질심에서 엔허투의 심사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당초 심평원은 엔허투의 암질심 상정 시기를 앞당겨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허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엔허투는 지난 정부부터 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민청원 안건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항암제 중 하나다. 지난 2월에는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엔허투 급여 요구 청원글이 게시된 지 3일 만에 5만명 동의수를 채우기도 했다.

약제 급여 심사는 일반적으로 급여신청서가 접수된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심평원은 이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정부가 주시하는 약제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신속한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심평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은 지난 28일 진행된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예외적이지만 좀 더 신속하게 평가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건복지부와 협의되거나 국민청원 등이 제기된 약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신속히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다른 약제보다 서둘러 진행된 엔허투의 급여 심사는 치료가 절실한 국내 암환자들이 손수 일궈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제 남은 과정에서의 심사 기간 단축은 엔허투의 약가 및 구체적인 재정분담안에 대한 제약사의 의지와 결단에 달렸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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