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최연호·고대구로병원 김현구 교수팀, ㈜엑소퍼트 공동연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다중암 조기발견 가능 머지않아

혈액 검사만으로 폐암, 췌장암, 유방암 등 6대 암을 97% 진단해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초기 기수 암의 존재를 확인할 뿐 아니라 암의 종류도 식별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고려대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주식회사 엑소퍼트 공동연구팀은 지난 27일 엑소좀과 라만신호,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결합해 한 번의 혈액 검사만으로도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을 비롯한 6종의 암을 동시에 조기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Single test-based early diagnosis of multiple cancer types using Exosome-SERS-AI'라는 논문으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들이 대화를 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의견 및 정보를 주고받는 것처럼, 세포들도 엑소좀이라는 입자를 이용하여 서로의 정보를 주고 받고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엑소좀들은 세포의 종류 혹은 상태(정상 혹은 질병)에 따라서 다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혈액으로부터 엑소좀을 분리한 후 메시지를 잘 읽어낸다면 원래의 세포 더 나아가 그 세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특정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비교적 쉽게 그리고 조기에 알아낼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혈액 속 엑소좀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엑소좀은 몸속 종양세포의 분자정보를 간직한 상태로 혈액 속에 풍부하게 존재하여 차세대 암 바이오마커로 각광받고 있다. 

가장 먼저 연구팀은 혈액으로부터 엑소좀을 분리하고, 표면증강라만분광학(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바이오센싱 기술을 통해 엑소좀의 분자구조 패턴을 대변할 수 있는 2만개 이상의 라만신호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한 암종마다 별도의 방법으로 엑소좀을 검출할 필요 없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6종의 암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했고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하지 않은 520명의 정상인 및 암환자의 엑소좀 정보를 분석, 한 번의 테스트만으로 6종 암에 대한 정보를 한번에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에 대해서 97%의 정확도(ROC 커브의 AUC 기준)로 암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으며, 90%의 민감도와 94%의 특이도를 달성했다. 또한 암의 존재 뿐 아니라 평균 90% 이상의 정확도로 암종의 종류(Tissue of origin)까지 식별해냈다. 

특히 2기 이하의 초기 기수에서도 88%의 암 진단 민감도를 나타냈으며 76%의 환자에서 암종 정보를 정확히 판별해내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은 혈액과 같은 체액 속에 존재하는 종양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을 체외에서 검출하는 방법이다. 

암은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 시 더 나은 치료 기회가 주어지고 생존율이 크게 향상될 수 있지만 암종별로 검사법이 서로 달라 검사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며, 특정 암종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액체생검의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암 치료, 예방 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고려대 최연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최근 암 진단 분야의 화두인 ‘다중암 조기발견(MCED; multi-cancer early detection)’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암이 발견되지 않은 초기 암 환자를 더 빨리 치료 단계로 유도해 사망률 뿐 아니라 암 관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이 연구는 소량의 혈액에서 분리한 엑소좀 이라는 물질을 분석, 다양한 암종 및 초기 암을 높은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며 "고비용의 방사선 영상 진단 방법과 비교하여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초기 암 진단을 통한 최적의 치료로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물론 실제 진단검사 영역에서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개발 및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함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식회사 엑소퍼트는 올해말 폐암 진단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대한 식약처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필두로 하여 이번 다중암 동시조기진단에 대한 기술도 상용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엑소퍼트 신현구 박사는 “암종마다 추가적인 검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종류의 암으로 진단 표적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엑소좀 분리용 시약부터 라만신호 검출용 의료장비까지 핵심기술에 대한 의료기기 신고를 완료하였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로 실제 진단검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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