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암센터 주최 '암 희망 수기 공모전' 출품작

20년 전 연 10만여명이던 암 환자들이 현재 25만명에 이를 정도로 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암 환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은 이제는 예방도 가능하고 조기에 진단되고 적절히 치료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완치도 가능한 질환이 됐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에서는 암을 이겨내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나의 투병 스토리>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이야기는 광주전남지역암센터와 화순전남대병원이 공모한 암 환자들의 투병과 극복과정을 담은 수기 가운데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암 치료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이야기들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따라서 누구나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저희 어머니의 유방암 발병으로 인해 지쳐 있던 제게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입니다.

2016년 1월 2일.

저는 아직도 이날을 기억합니다. 그해 겨울에서도 유난히 추웠던 날.

저는 어머니께서 유방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20대였던 저보다도 더 건강하셨던 어머니께서 암이라니… 암이라니… 그리고 곧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충격받을 저희를 위해 어머니는 혼자서 정밀검사도 하시고 결과도 혼자서 들으시고, 그 이후에도 저희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했습니다. 환자인 본인이 가장 많이 충격받고 힘들었을 텐데 오히려 저희 3남매를 걱정하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계속 ‘힘들다… 힘들다…’ 이런 생각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마음이 다잡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우리 엄마에게,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솔직히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던 제게 엄마의 첫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갔던 날 의사 선생님께서는 제게 위와 같은 말을 해 주셨고 저는 많이 지쳐 있었지만, 조금씩이라도 힘을 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다른 가족보다 상대적으로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던 저. 그렇기에 제가, 아니 저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저희 엄마도 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엄마의 간병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병원 자주 가는 거 아니라고 하시면서 웬만한 고통은 잘 참으시던 저희 엄마도 항암을 하고 오시면 3일 정도는 침대 밖을 나서기 힘들어하셨고, 그걸 지켜보는 저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고작 화장실 가실 때 부축해 드리는 것, 식사하실 때 식판 받아오는 것. 그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대신 아파 줄 수 없어서 힘들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건, 잘 먹어야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끼니를 거르시지 않고 먹고 싶지 않아도 열심히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으시려는 의지가 있으니까 우리 엄마는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먼저 지치면, 지치는 기색을 보이면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항암을 하고 오시면 일주일 정도 종합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엄마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링거도 놔 주시고, 항암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어머니의 상황을 고려하여 면역력 증강제도 처방해 주시고 때때로 병실에 오셔서 어머니의 상태를 살펴주시는 여러 의료진 선생님들을 보면서, 힘을 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힘을 내기 시작하자 어머니도 힘이 조금 더 나셨는지 항암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컨디션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게 보였고, 5차례의 항암을 마치고 수술도 잘 받으셨습니다.

수술 결과는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성공적이었고, 지금은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비록 아직도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러 다니셔야 하지만, 밥도 잘 드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병원에서 만난 환우들과도 한 번씩 만나시면서 지금은 일상을 회복하셨습니다. 암중에서도 고치기 힘들다는 3기 말 판정을 받았지만, 어머니도 저도 저희 가족도 조금씩 힘냈기에 그리고 너무나도 좋은 의료진 선생님들을 만났기에 지금의 저희 일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