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한정우 교수 "소청과 위기를 의대 증원에 이용"
정부 비상진료 지원금도 거부 "불순한 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
소아 환자를 돌보는 대학병원 교수가 제대로 된 필수의료 정책을 달라며 근무하는 병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정부가 제시한 '비상진료 지원금'도 거부했다. 필수의료를 논하면서 필수의료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의 "위선적인" 행태와 "불순한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 한정우 교수 이야기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 교수는 지난 6일 오전 세브란스병원 원내에서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은 의사 부족 때문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1인 시위를 했다. 그리고 7일 병원 내부에 전달하는 입장문에서 "개인 자격으로 정부 비상진료 지원금 책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상급종합병원 교수 등 전문의를 위한 중환자 진료 정책 지원금을 신설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이 장기화돼도 중증·응급 진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 교수는 비상진료 지원금 지급에 내포된 "불순한 의도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로 더욱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한 교수는 "후배들이 고발되고 기소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나가 있다. 정부는 우리 후배들을 위협하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준다고 한다"며 "(본인이 전공의 사직을) 동의하지 않아서 이 병원에 남아 있겠는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어 남았지만 마음은 후배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원 대상에서 소아 가산을 제외한 점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 교수는 "안내서에는 뻔뻔하게 '소아 가산 불가'라고 적어놨다. 필수의료를 생각해 패키지를 마련하고 의대를 증원한다며 대통령이 나서고 정부가 학생과 전공의에게 경고하는 와중이다. 그러면서 병원에 남은 모든 필수·비(非)필수의료 입원 환자에게 가산하면서 소아 가산은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100년은 소아청소년과가 회복하지 못하리라 (정부) 스스로 증명한 꼴"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의사 부족과 관련 없음을 알면서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한다. 위선적인 행동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제 양심에 큰 상처를 줬다. 모멸적인 낙수론으로 필수의료를 전공한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실감을 갖게 했다"고 했다.
현재 사태는 "명백하게 위선적인 정부로 인해 촉발됐다"며 "정부는 저수가 체계로 망가진 한국 의료를 다시 세우고 필수의료를 총체적으로 회생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매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후세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지는 못할지언정 지렁이의 외침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심 어린 태도로 소아청소년과를 위해 그리고 필수의료를 위해 발 벗고 나서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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